한창때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는 두 주먹만으로 UFC 헤비급을 평정했다.

한창때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는 두 주먹만으로 UFC 헤비급을 평정했다. ⓒ UFC

 
'신성 4인방의 시대'가 있었다. 현재는 낡은 과거 같은 느낌을 주고 있으나 불과 8년여 전일 뿐이다. 당시 '모아이석상' 케인 벨라스케즈(37·미국), '시가노(Cigano)'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35·브라질), '더 넥스트 빅 띵(The Next Big Thing)' 브록 레스너(41·미국), '세계 최강의 엔지니어' 쉐인 카윈(44·미국) 등은 하나같이 근육질 체구에 탄탄한 맷집을 자랑하며 UFC 헤비급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랜디 커투어 등이 근근이 끌어가던 체급에 가속도가 붙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 그들은 자취를 감추거나 옛 명성을 잃어갔던 것이 사실이다.

레슬러 출신 카윈은 한방 파워로 명성을 날렸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다소 투박하다는 평가가 많았으나 워낙 내구력과 힘이 좋아 어지간한 상대는 힘으로 압살했다. 가브리엘 '나파오' 곤자가에게 큰 타격을 연신 얻어맞고 다운당한 후 아무렇지도 않게 벌떡 일어나 해머 펀치로 승부를 뒤집어버린 경기가 대표적이다.

프로레슬링 슈퍼스타 출신 레스너는 알면서도 막기 힘든 '그라운드 앤 파운드' 스타일을 구사하는 근육 괴수였다. 거대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물차 태클로 상대를 파워풀하게 넘어뜨렸고 상위에서 무섭게 압박했다. 캐릭터가 워낙 좋은지라 4인방은 물론 전체급을 통틀어서도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며 흥행을 이끌었다.

벨라스케즈는 신성 4인방 중에서도 사실상 최강자로 불렸다. 사이즈는 가장 작은 편이었으나 체력, 기술, 그라운드, 타격 등 전체적 밸런스가 가장 좋았다. 탑급의 레슬링을 앞세워 상대를 끊임없이 넘겨뜨리고 돌주먹 파운딩을 연사하는가 하면 스탠딩에서 만만치 않은 타격으로 압박을 거듭했다. '얼음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를 잇는 '70억분의 1'로 불렸다는 사실이 그가 어떤 파이터였는지를 대변해준다.
 
노련미 장착! 다시 한번 챔피언벨트 가능할까?
 
한창 때의 도스 산토스 위치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이었다. 벨라스케즈와의 2, 3차전에서 연거푸 처참하게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지만 다른 상대들에게는 여전히 큰 벽이었다. '최강의 2인자'라는 수식어까지 따라다닐 정도였다. 벨라스케즈를 노리던 상당수 선수들이 도스 산토스 선에서 자꾸 컷을 당하며 '최강자의 호위무사'라는 말도 있었다.

도스 산토스의 파이팅 스타일은 단순하지만 강하다. 그는 전형적인 스트라이커 그것도 펀치에 특화된 케이지 복서 같은 유형이다. 주짓수 블랙벨트도 가지고 있으나 그래플링은 주로 수비적인 부분에서만 활용될 뿐이고 공격시에는 대부분 펀치 일변도의 패턴으로 상대를 공략했다. 간혹 킥과 무릎 공격을 섞어줄 뿐이다.

맞붙는 선수들은 도스 산토스가 어떤 스타일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음에도 쉽게 흐름을 깨뜨리지 못했다. 묵직한 펀치를 매우 빠르게 상대의 빈틈으로 연달아 꽂을 수 있는지라 타격 거리가 잡히면 방어 자체가 쉽지 않았다. 맷집까지 매우 좋아 어지간한 잔타격을 맞아주면서 훨씬 강하게 돌려줘버렸다. 카운터로 받아치는 게 까다로운 타입이었다.

도스 산토스의 최대장점은 테이크다운 디펜스다. 순발력과 반사신경이 워낙 좋아 타이밍 태클도 좀처럼 먹히지 않고, 어지간한 클린치는 어렵지 않게 힘으로 뜯어버린다. 설령 넘어졌다 해도 용수철 같은 탄력으로 벌떡 일어난다. 상대 입장에서는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케인 벨라스케즈는 세계 최강의 명성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케인 벨라스케즈는 세계 최강의 명성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 UFC 아시아제공

 
4인방 중에서도 도스 산토스와 벨라스케즈는 실질적 '양강 체제'를 이루던 인물이었다. 도스 산토스는 타격전을 통해 카윈을 압도적으로 잡아냈으며, 벨라스케즈 역시 레스너와의 레슬링 싸움에서 한 수 위의 기량을 뽐낸 바 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헤비급 투톱 체제는 무너진 지 오래다. 벨라스케즈 같은 경우 2015년 있었던 파브리시오 베우둠(41·브라질)전을 기점으로 끝없는 하락세를 타고 있다. 이후 크고 작은 부상에 신음하며 지금까지 단 두 경기를 치르는 데 그쳤다. 가장 최근 있었던 '프레데터' 프란시스 은가누(33·카메룬)와의 경기에서는 1라운드 26초만에 KO로 무너지며 자존심을 구겼다.

도스 산토스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벨라스케즈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알리스타 오브레임의 스탭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채 끌려 다니다가 카운터를 맞고 나가 떨어진 후 파운딩에 경기를 내주는가 하면, 1차전 당시 치열한 혈전을 벌였던 스티페 미오치치와의 2차전에서는 초반부터 케이지 구석으로 밀린 후 1라운드 2분 22초 만에 TKO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상대를 힘으로 압박하던 용맹한 숫사자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도스 산토스는 끊임없이 재도약 의지를 드러냈고 지난해를 기점으로 부활의 날개짓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도스 산토스는 지난해 '베가(Baga)' 블라고이 이바노프(32·불가리아), 'Bam Bam' 타이 투이바사(26·호주) 등 신성급으로 기대를 모았던 기대주들을 연달아 잡아냈다.

10일(한국시각) 미국 캔사스주 위치타 인트러스트 뱅크 아레나서 있었던 UFC 파이트 나이트 146 대회서는 '검은 야수' 데릭 루이스(34·미국)를 2라운드 TKO로 잠재웠다. 다소 개그캐릭터 같은 이미지로 인해 저평가되고 있기도 하지만 루이스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경기 내용에서는 살짝 아쉬움이 남았으나 어쨌든 지난해 은가누와 '드라고(Drago)' 알렉산더 볼코프(30·러시아)를 패퇴시켰다. 둘 다 상황만 맞았으면 챔피언 벨트를 둘러도 이상하지 않았을 강자들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줄 수 있다.

루이스 전에서 도스 산토스는 한창 좋았을 때의 모습을 상당 부분 재현했다. 도스 산토스는 자신이 압박할 때 경기력이 좋아지는 타입이다. 전진 압박 스텝은 힘이 넘치지만 뒷걸음질 치거나 사이드로 빠지는 상황에서의 움직임은 좋지 못하다. 그런 만큼 자신이 압박을 받게 되면 제대로 된 기량발휘가 안 된다.

도스 산토스는 펀치 파워가 좋은 루이스를 맞아 주로 옥타곤 중앙을 선점하고 적극적으로 전진 스텝을 밟았다. 루이스의 받아치기에 아찔한 장면도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경기를 본인의 흐름대로 이끌어가며 마무리 지었다. 거기에 발차기 활용도를 확 높이며 공격옵션의 다양성을 꾀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만약 도스 산토스의 발차기가 루이스전 만큼만 나와도 상대 입장에서는 대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도스 산토스는 연승기세를 몰아 다시금 정상대전에서 포효할 수 있을까. 돌아온 옥타곤 맹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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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 4인방 브록 레스너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 데릭 루이스 피콜로 대미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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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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