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인천 유나이티드 주장 남준재가 빠른 공간 침투로 오른발 첫 골을 터뜨리는 순간

20분, 인천 유나이티드 주장 남준재가 빠른 공간 침투로 오른발 첫 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의 새 주장 남준재는 오른손에 아직 붕대가 남아 있다. 지난 시즌에 다친 손등이 완전하게 낫지 않은 상태라 그렇다. 게다가 주장 밴드의 무게감까지 부담스러웠을 텐데 시즌 두 번째 게임에서 멋진 골을 터뜨리며 홈팬들을 더 기쁘게 만들어주었다.

남준재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오른쪽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다 보니 상대 수비수들과의 거친 몸싸움을 이겨내야 한다. 그는 이날 경기 후반 초반에도 경남 FC 핵심 미드필더 조던 머치의 위험한 파울에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나갔다. 다행스럽게도 큰 부상은 아니라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인천 팬들은 그의 이름을 더 크게 외치며 빠른 회복을 빌었다.

남준재의 선취골, 특별한 골 세리머니

욘 안데르센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9일 오후 2시 숭의 아레나(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9 K리그 원 2라운드 경남 FC와의 홈 게임에서 간판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의 1득점 1도움 맹활약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시즌 초반 경기력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점을 변함없는 베스트 11 선수들이 분명히 말해주었다. 이를 증명하듯 경기 시작 후 20분만에 멋진 선취골을 터뜨리며 홈팬들을 기쁘게 만들었다. 

중앙원 부근에서 공을 잡은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가 오른발 로빙 패스를 넘겨줄 때 남준재가 경남 수비수들이 만든 오프 사이드 함정을 기막히게 허물고 달려들어갔다. 

경남 센터백 우주성이 뒤늦게 따라붙었지만 남준재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동준 주심이 오프 사이드 여부를 VAR(비디오 판독 심판) 룸으로부터 듣고 골 판정을 분명히 내린 것이다. 

남준재는 이 기쁨을 역시 인천 팬들에게 돌려주었다. 왼팔에 차고 있던 주장 완장을 벗어서 무릎을 꿇고 화살을 날리는 동작으로 자신만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번에는 캡틴 밴드를 화살에 실어 날렸으니 그 의미가 더 특별했던 것이다.
 
 27분,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가 하마드의 컷백 크로스를 받아 오른발로 방향을 바꿔 귀중한 추가골을 터뜨리는 순간

27분,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가 하마드의 컷백 크로스를 받아 오른발로 방향을 바꿔 귀중한 추가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그로부터 7분 뒤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추가골이 터졌다. 오른쪽 옆줄 밖 던지기 공격을 빠르게 처리하여 하마드가 끝줄 바로 앞까지 달려들어갔고 하마드는 경남 가운데 미드필더 쿠니모토를 따돌리고 날카로운 컷백 크로스를 보내줘 동료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를 빛내주었다. 

이 기회를 무고사가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방향을 살짝 바꿔 두 경기 연속 득점 기록을 만들어냈다. 상대 팀 경남 FC가 지난해 리그 2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며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도 나가는 강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인천 유나이티드가 전반전에 만든 2-0 점수판이 약간 낯설게 보일 정도였다.

짧았지만 데뷔전 치른 '콩푸엉'

어웨이 팀 경남의 김종부 감독은 지난 화요일에 치른 산둥 루넝(중국)과의 챔피언스리그 첫 게임(경남 2-2 산둥 루넝) 피로도를 감안하고 오는 12일(화)에 치러야 할 조호르 다룰 탁짐 FC(말레이시아)와의 어웨이 게임을 위해 핵심 선수 둘(조던 머치, 김승준)을 아꼈다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들여보냈다. 

그런데 후반전 시작 후 100초 만에 아찔한 순간이 다가왔다. 높은 공을 따내기 위해 몸싸움을 펼치던 경남 FC 조던 머치가 인천 유나이티드 주장 남준재를 실신시킨 것이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조던 머치의 점프 동작은 조심성이 없었고, 이 때문에 남준재는 목이 홱 돌아가는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의식을 잃고 머리까지 그라운드에 부딪힐 정도였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경남 FC 의료진이 먼저 달려와 응급 조치를 시작했고 급기야 119 구급차가 들어와 목 보호장구를 끼우고 남준재를 병원으로 데려가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남준재는 의식을 회복했지만 입원하여 목뼈 손상 여부를 살펴야 한단다. 조던 머치가 이처럼 조심성 없는 위험한 파울을 저질렀지만 이동준 주심은 노란 딱지를 꺼내는 데 그쳤다. 이후 인천 유나이티드 8108명 홈팬들은 조던 머치가 공을 터치할 때마다 한목소리로 야유를 퍼부었다.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날개 공격수 허용준의 드리블과 패스 각도를 막아서고 있는 경남 FC 미드필더 조던 머치(오른쪽)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날개 공격수 허용준의 드리블과 패스 각도를 막아서고 있는 경남 FC 미드필더 조던 머치(오른쪽) ⓒ 심재철

 
예상했던 대로 조던 머치의 중원 무게감과 김승준의 공격력은 놀라웠다. 56분에 김승준이 결정적인 오른발 대각선 슛을 날리며 2-0 점수판을 바꿔놓으려고 했다. 이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정산이 침착하게 몸을 날려 김승준의 유효 슛을 잘 막아냈다.

결국 경남은 1골을 따라붙었다. 79분에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부노자의 실수를 틈 타 네덜란드에서 온 공격수 룩 카스타이노스가 날카로운 오른발 슛을 날렸고,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정산이 이 공을 쳐낸 순간 네게바 대신 들어온 박기동이 오른발로 밀어넣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로서는 승점 3점을 지키기 위해 더이상 밀려내려가지 말아야 했다. 이에 안데르센 감독은 단순히 수비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포지션 균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유지하느냐 주목했다. 81분에 허용준을 빼고 양준아를 들여보내 중원 싸움을 더 적극적으로 펼칠 것을 주문한 것이다.

그리고 후반전 추가 시간 7분이 발표되었다. 남준재를 응급 치료하는 데 그만큼 시간이 흘러갔던 것이다. 여기서 인천 벤치에서는 또 하나의 결단을 내렸다. 남은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팬들이 학수고대하던 베트남 국가대표 공격수 콩푸엉을 들여보낸 것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 인천 유나이티드의 베트남 특급 응유엔 콩푸엉이 교체 선수로 들어와 감격적인 K리그 첫 발걸음을 남겼다.

후반전 추가 시간, 인천 유나이티드의 베트남 특급 응유엔 콩푸엉이 교체 선수로 들어와 감격적인 K리그 첫 발걸음을 남겼다.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 가운데 미드필더 박세직 대신 들어간 응유엔 콩푸엉이 실제로 뛴 시간은 2분도 안 되었기 때문에 볼 터치할 기회조차 거의 없었지만 인천 팬들이 흔든 베트남의 금성홍기는 더 빛나고 있었다.

이 귀중한 승리를 거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승점 4점(1승 1무 3득점 2실점)으로 전북 현대, 대구 FC와 나란히 시즌 초반 순위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반면에 발목을 잡힌 경남 FC는 1승 1패(3득점 3실점) 기록을 잠시 접어두고 챔피언스리그 어웨이 게임을 준비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곧바로 달려가 말레이시아의 조호루 바루로 날아갔다.

2019 K리그 원 2라운드 결과(9일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2-1 경남 FC [득점 : 남준재(20분,도움-무고사), 무고사(27분,도움-하마드) / 박기동(79분)]

◎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
FW : 스테판 무고사
AMF : 허용준(81분↔양준아), 박세직(90+5분↔콩푸엉), 하마드, 남준재(52분↔김보섭)
DMF : 임은수
DF : 김진야, 부노자, 김정호, 김동민
GK : 정산

◎ 경남 FC 선수들
FW : 김효기(46분↔김승준), 룩
MF : 네게바(73분↔박기동), 쿠니모토, 김준범(46분↔조던 머치), 배기종
DF : 이광진, 송주훈, 우주성, 박광일
GK : 이범수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인천 유나이티드 43%, 경남 FC 57%
유효 슛 : 인천 유나이티드 7개, 경남 FC 6개
슛 : 인천 유나이티드 11개, 경남 FC 10개
코너킥 : 인천 유나이티드 2개, 경남 FC 6개
프리킥 : 인천 유나이티드 15개, 경남 FC 19개
오프 사이드 : 인천 유나이티드 1개, 경남 FC 1개
파울 : 인천 유나이티드 14개, 경남 FC 18개
경고 : 인천 유나이티드 3장(김진야, 임은수, 김정호), 경남 FC 2장(조던 머치, 쿠니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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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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