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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본 작전교육국 근무 시절 이용문(왼쪽) 국장과 박정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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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내 최초의 음습한 쿠데타 음모는 6ㆍ25 전란시 피난 수도 부산에서 기도되었다.

일부 군인들이 6ㆍ25전쟁 후 국정 농단이 극심한 이승만 대통령을 축출하고 장면 전 국무총리를 옹립하려는 계획이었다. 쿠데타 주동인물의 하나는 박정희 대령이다. 박정희는 당시 육본 작전교육국 차장이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까.
1952년 여름 이승만을 축출하고 장면을 추대하려고 기도하였던 박정희는 그로부터 9년 후 장면 정권을 전복하고 스스로 군사정권을 수립했다. 박정희의 심중은 타도의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 획득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6ㆍ25 전란기에 첫 발을 뗀 쿠데타 모의는 길지 않은 우리 헌정사에서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이어졌다. '5ㆍ16쿠데타' 와 쿠데타적 사건인 '12ㆍ12', 그리고 '5ㆍ17 쿠데타' 가 그것이다. 10월 유신도 엄격한 의미에서 친위 쿠데타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몇 차례의 쿠데타와 '쿠데타적 사건'으로 현대사는 장기간의 군부통치를 겪었고, 지금까지도 그 작용과 부작용의 역학구조에서 완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전히 전쟁 상태인 52년 봄 이승만의 권력욕은 헌정질서를 유린하면서 이른바 '부산정치파동'을 일으켰다. 광복 이후 첫 군사쿠데타 기도는 바로 정치파동의 와중에서 모의되었다.

이승만 정부는 6ㆍ25전쟁 발발로 부산에 피난 때인 52년 여름 제2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재집권을 위해 직선제 개헌안을 국회에 제안했다. 정부의 무능력, 전쟁중에 터져나온 부정부패, 국민방위군사건과 거창 민간인 학살사건 등으로 이승만의 권위는 크게 실추되고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데도 이승만은 오로지 재집권을 위해 대통령직선제와 국회의 상하 양원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추진하는 한편 신당운동을 통해 자유당을 창당했다.

이승만은 52년 4월 장면 국무총리를 해임하고 장택상 의원을 총리에 임명, 그가 이끌던 신라회를 개헌지지 쪽으로 끌어들였다.

이승만은 5월 22일 전투중인 전방의 부대를 끌어들여 부산을 포함한 경남ㆍ전남북 일대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이범석을 내무장관에, 원용덕을 영남지구 계엄사령관에 임명하면서, 내각책임제 개헌추진 주동의원들의 체포에 나섰다. 26일에는 국회의원 50여 명이 탄 버스를 헌병대로 강제로 끌고가 일부 의원에게 국제공산당과 결탁했다는 혐의를 씌워 체포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국의 혼란이 가중되자 6월 20일 장면 등 야당의원들과 독립운동가 김창숙ㆍ이시영 등 60여 명이 국제구락부에서 호헌구국선언을 시도하였으나 정치깡패들의 습격으로 행사가 무산되었다.

이때 국무총리 장택상이 대통령직선제와 양원제에다 국무총리의 요청에 의한 국무위원 임면,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불신임 결의권을 덧붙여 이른바 '발췌개헌안'을 제안하였다.

개헌안은 7월 4일 경찰과 헌병대가 국회의사당을 겹겹이 포위한 가운데 기립투표방식에 의해 출석의원 166명중 찬성 163, 기권 3으로 통과되었다. 개헌역사상 가장 비열하고 추악한 방식의 개헌이었다.

이 발췌개헌에 따라 8월 5일 대통령직선제 선거를 실시, 이승만이 제2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이때 내무장관으로서 개헌과정에서 이승만의 심복 노릇을 한 이범석은 자유당 공천으로 부통령후보에 선임되었으나, 이승만은 이범석과 족청계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선거 도중 무소속의 함태영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하고 부통령에 당선시켰다. 이범석은 '토사구팽' 의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일부 군인들의 쿠데타 기도는 이러한 와중에서 추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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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와 백선엽 1군사령관으로 부임한 백선엽 대장(왼쪽)이 5사단장으로 부임한 박정희 준장(왼쪽 세번째) 등 예하 사단장의 보직신고를 받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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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작전교육국장 이용문 준장과 작전교육국 차장인 박정희가 쿠데타를 모의한 주동자였다. 일본육사 50기 출신인 이용문과 57기 출신인 박정희는 특별한 연고를 갖고 있었다.

6ㆍ25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이용문이 육군 정보국장일 때 박정희는 이 부처의 문관으로 있었고, 그가 9사단 부사단장일 때 그의 참모장이었으며, 이용문이 국군의 요직인 정보국장에 취임하면서 박정희 대령을 정보국으로 데려올 만큼 두 사람은 끈끈한 관계에 있었다. 박정희는 당시 남로당 프락치사건으로 예편되었을 때이다.

쿠데타 모의는 이용문과 박정희에 의해 주도되고 참모총장인 이종찬을 영입한다는 계획으로 추진되었다. 이들은 구체적인 작전계획으로 경남 언양에 주둔하고 있던 육군 제15연대 연대장에 측근인 유원식(5ㆍ16에 참여. 최고회의 위원 역임)을 임명하고, 이 병력을 동원하여 부산을 점령한 뒤 해공군의 협력을 얻어 과도정권을 수립하고 장면에게 정권을 이양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들은 5월 중순께로 거사일을 잡고, 제15연대 병력 2천여 명을 동원하여 원용덕 장군이 거느리고 있는 대통령 친위병력 4~500명을 제압하여 정권을 장악한다는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쿠데타 주동자들은 이승만 대통령을 체포하여 살해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거듭되는 정치적인 실정과 헌정유린, 사병화한 군동원령 등 이미 국가원수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들은 이 대통령의 대안으로 국무총리직에서 해임당한 장면을 추대할 계획이었다. 이용문은 5월 10일 평양고보 후배로서 4월 20일 사임한 장면 총리의 비서실장을 지낸 선우종원을 은밀히 만나 무력으로 이승만을 축출하고 장 박사를 추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에 선우종원은 "이 박사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고 이용문은 "혁명의 성공을 위해서는 마땅히 죽여야 한다"고 대답하면서, 이 거사는 이종찬 참모총장도 알고 있고 밴플리트 미8군 사령관의 묵계도 받아두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쿠데타 모의과정에서 이 총장과 밴플리트 사령관이 어느 정도로 알고 있었고 묵계를 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이용문과 박정희에 의해 모의된 쿠데타 기도가 당시 정치파동에 계엄군 동원을 거부한 이 총장과는 달리 밴플리트 사령관은 묵계 또는 양해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따른다. 쿠데타 기도가 장면 측에 의해 거부된 직후 주한미군에 의해 비슷한 모의가 다시 시도된 사실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이용문으로부터 쿠데타 계획을 전해들은 장면 측은 이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군이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론을 들었다. 이로써 장면 추대의 쿠데타 시도는 일단 좌절되었다. 장면은 군의 정치불개입 원칙을 분명히 하였다. 그로부터 9년 후 장면은 내각제의 첫 국무총리가 되어 집권했다가 8개월 만에 그때의 박정희가 주동한 쿠데타로 탈권당한다.

이 쿠데타 기도와는 별개로 주한미군 측이 한국군을 동원하여 이승만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쿠데타 계획의 움직임이 또 있었다. 전남지역에 주둔한 이용 연대에서 1개 대대, 거창의 박경원 연대에서 1개 대대를 빼내어 부산의 이승만 정권을 전복시킨다는 계획은 이용문ㆍ박정희의 전략과 비슷한 시나리오였다.

이들은 2개 대대의 병력으로 원용덕 친위부대를 무장해제시키고 야당이 우세한 국회에서 이승만을 실각시킨 다음 새정부를 세우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기도는 미국무성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정부수립 초기 6ㆍ25전란의 와중에 몇 차례 시도된 쿠데타 음모는 이렇게 좌절되었지만, 박정희의 야심은 여전히 꿈틀거리고 더욱 치밀하고 구체화되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