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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참여 예산제도는 민주시민교육의 한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학생 참여 예산제도는 민주시민교육의 한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 충남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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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예산은 학생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일부 시도교육청의 경우 최근 학생들이 스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할 수 있는 학생 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학생 참여예산제도는 학생들이 학교 예산편성과 운영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학생 개인이나 학생회에서 제안한 사업 즉 학생회장 선거공약이나 학생 자치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을 예산에 반영해 집행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일각에서는 학생참여예산제도가 전면 도입될 경우, 일선 교사의 일거리만 늘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학생들의 집단지성을 각성시킬 수 있고, 민주시민교육도과도 일맥상통한다며 학생참여예산제도 도입을 반기고 있다. 실제로 각 교육청들이 '기대 반 우려 반' 속에서도 학생 참여예산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는 학생참여예산제도가 지닌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충북도교육청 등은 이미 학생참여예산제도를 시행 중이다. 충북 동성초등학교는 지난해 학생참여예산으로 양심문방구를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양심문방구는 학생회에서 마련한 양심저금통에 물건 값을 지불한다. 물론 공익성도 갖췄다. 수익금은 불우이웃을 돕는데 사용한다. 이처럼 참여예산제도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깔 맞춤'인 예산안을 기획하고, 이를 실행으로 옮기고 있다.

충남형 학생참여예산, 민주시민의로서의 역량강화 목적

충남도교육청도 2019년부터 학생참여예산제도를 순차적으로 도입해 시행할 예정이다. 충남교육청 김문광 장학사는 "민주시민교육과 학생자치 활동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학생 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면서 "학생들이 예산편성과정에 직접참여하게 되면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학생들과 현장 교사들이 학생참여예산제도를 적극 활용 할 수 있도록 별도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충남에서 시행될 학생참여예산제도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계 되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어떤 종류의 예산을 기획할 수 있을까. 충남교육청이 내놓은 '예시'에 따르면 학생들은 학급이나 학교 운영비 등을 예산안으로 기획할 수 있다. 물론 전제 조건은 공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학교 축제 비용, 자치신문 제작, 교복 물려주기 사업, 학생회 공약이행, 바자회, 불우이웃 돕기 행사 등 다양한 활동에 대한 예산을 스스로 기획할 수 있다.

학생참여예산은 '교내공모- 학생회- 교육지원청- 도교육청' 순으로 진행된다. 학생개인이나 동아리, 학생회 등이 공모를 통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 학생회에서 이를 1차로 심사한다. 사업이 타당할 경우, 교사와 학교운영위원회 등의 검토 과정을 거쳐 예산을 반영해 운영하게 된다. 교육지원청과 도교육청은 초과된 예산에 대한 지원은 물론,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검토해 다음 년도 예산에 반영할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내년부터 학교 운영비 1% 정도는 학생참여예산에 쓰이도록 권고

김문광 장학사는 "한 번에 많은 예산을 지원하기 보다는 예산운영 능력을 평가하며 순차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내년부터는 학교 기본운영비의 1%정도는 학생참여예산에 쓰일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남에는 현재 홍성 풀무중학교나 홍성여고, 예산군 학생동아리 '참길' 등 학생 자치활동이 비교적 활발한 학교와 학생 동아리가 적지 않다. 학생자치와 학생참여예산이 만날 경우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학생참여예산제도가 도입될 경우, 학생들의 자치 역량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 2월 18일 예산군 학생동아리 참길 학생들을 만나 학생참여예산제도와 관련된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 봤다. 예산학생동아리 참길은 지난 1999년에 동아리 형태로 시작됐다. 역사기행, 농촌 봉사, 학생의 날 행사 진행, 예산군 소녀상 관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참길 학생들도 학생참여예산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김채은(예산여고 학생회장·3학년) "학생참여예산은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할 때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고, 그것에 맞춰 예산을 기획하고 집행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을 구상하고,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제도가 도입되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문호빈(예산고) 학생도 "대학생들이 참여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봤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끼리 이견을 조율하면서 타협점을 찾아가는 것 자체가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우영(예산고) 학생은 "선생님이나 어른들이 예산을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사업과 예산을 구상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참여예산으로 선거공약을 이행해 보고 싶다는 의견도 나왔다. 채혜지(예화여고 학생회장·3학년) 학생은 "학생회장 선거 공약 중 하나가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이었다"며 "학교 돌계단이 마모되어 학생들이 미끄러져 다치는 경우가 자주 있다. 학생참여예산제가 도입되면 관련 예산을 기획해 학교 계단을 고치고 싶다"고 말했다.
 
예산군 학생동아리 참길 회원들. 아랫줄 가운데 구성현 지도교사.
 예산군 학생동아리 참길 회원들. 아랫줄 가운데 구성현 지도교사.
ⓒ 충남교육청 장삼순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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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길 학생, 선생님들이 조금만 도와주면 문제 없이 진행"

하지만 일선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채은 학생은 "학생회 사업은 애초에 학생들끼리 협동하고 집단지성을 발휘해 결정하는 것"이라며 "선생님들이 지지해 주시고, 약간의 도움을 준신다면 별 무리 없이 참여예산을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충남교육청 김문광 장학사도 "학생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이기도 하다. 학교 안에서의 참여권이 지나치게 제한 받고 있다"면서 "학생 참여예산은 시민참여권을 제한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교사의 일이 더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할 일을 학생들에게 되돌려 주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성현 참길 지도교사는 학생참여예산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분위기가 우선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학생참여예산제도가 지속 될 수만 있다면 말뿐인 학생자치가 아니라 가능성 있는 정책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 학생들이 예산을 집행하고 결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책임감이 커지고, 민주시민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는 충남교육청에서 발행하는 <충남교육> 151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학생참여예산 , #학생동아리 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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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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