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페더급 '차세대 괴물'로 꼽히는 자빗 마고메드샤리포프(28·러시아)가 본격적 체급 정벌에 가속을 올리고 있다. 지난 3일(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서 있었던 UFC 235 '존스 vs 스미스' 대회는 마고메드샤리포프 입장에서도 의미 있는 승부의 장이었다.

마고메드샤리포프는 페더급 파이터라고는 믿기 힘든 장신(185.42cm) 캐릭터다. 엄청난 사이즈에 다양한 타격, 그라운드 테크닉을 고르게 구사하는지라 진작부터 체급 판도를 뒤흔들 괴물 기대주로 꼽혔다. '블레시드(Blessed)' 맥스 할로웨이(28·미국)를 필두로 브라이언 오르테가(28·미국), 최두호(28·팀매드), 머사드 벡틱(28·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과 함께 눈에 띄는 1991년생으로 체급 내에서 주목을 끌었다.

다만 이름값 높은 강자들과의 경기가 적었기에 이른바 '거품 논란'도 살짝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치르게 된 '야만인' 제레미 스티븐스(33·미국)과의 일전은 올해의 행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일전임이 분명했다. 이전까지 12연승 행진을 이어온 가운데 스티븐스까지 잡아낸다면 본격적으로 체급 판도에 영향을 끼칠 파이터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스는 코리안 파이터 최두호를 넉 아웃으로 무너뜨린 것을 비롯 리카르도 라마스를 잡아내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조시 에멧까지 KO로 잠재우는 등 이른바 '신성킬러'로 악명이 높았다. 마고메드샤리포브는 그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판정승을 거두며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치를 끌어올렸다.
 
 마고메드샤리포프에게 발목이 잡힌 베테랑 강자 제레미 스티븐스(사진 왼쪽)

마고메드샤리포프에게 발목이 잡힌 베테랑 강자 제레미 스티븐스(사진 왼쪽) ⓒ UFC 아시아 제공

 
다양한 옵션과 경기운영능력, 터프가이 잡아내다
 
경기 초반 마고메드샤리포프는 거리를 두고 탐색전을 벌였고 스티븐스는 언제나 그랬듯 옥타곤 중앙을 점령한 채 전진 스텝을 밟았다. 그 과정에서 스티븐스의 바깥쪽 로우킥이 여러 차례 가격 됐다. 마고메드샤리포프도 가만 있지 않았다. 낮은 로우킥을 연달아 구사하며 그대로 돌려줬다. 맷집 좋은 스티븐스도 순간적으로 휘청거렸다.

스티븐스는 압박에 박차를 가하며 펀치 거리를 만들어가려는 모습이었다. 마고메드샤리포프는 흔들리지 않고 거리를 유지해나가며 냉정하게 게임을 풀어나갔고, 케이지를 밟고 발차기를 날리는 등 특유의 화려한 공격까지 구사하며 기선 제압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물론 그러한 화려한 동작은 자신이 위험하지 않을 상황에서만 펼쳤고 기본적으로는 무리수를 두지 않고 안전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데 집중하는 듯 보였다.

2라운드에서 양 선수는 조금씩 기어를 끌어올렸다. 마고메드샤리포프는 킥, 펀치의 횟수를 늘려나갔고 스티븐스 또한 끊임없는 펀치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중반께 마고메드샤리포프는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며 스티븐스의 백을 공략했다. 백과 탑포지션을 오가며 펀치, 팔꿈치 파운딩을 날렸고 리어네이키드초크까지 노렸다.

그러한 상황으로 내내 경기가 흘러가자 2라운드 종료 후에는 스티븐스가 마고메드샤리포프를 짜증스럽게 밀어냈고, 이에 마고메드샤리포프 또한 격하게 반응하면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본인이 자신 있는 화력 대결로 화끈하게 붙어보고 싶은 스티븐슨이었으나 마고메드샤리포프의 운영형 플레이에 말려버리며 뜻대로 되지 않자 화가 난 듯 보였다.

3라운드에 들어서도 마고메드샤리포프는 냉정했다. 꾸준히 거리를 유지하며 스티븐스에게 펀치거리를 쉽게 내어주지 않았다. 미들킥을 통해 타이밍을 적절하게 끊어주고 테이크다운 시도, 백스핀블로우 등으로 지속적인 공격 리듬을 유지했다. 스티븐스 역시 지지 않겠다는 듯 압박을 쉬지 않으며 우직하게 펀치 승부를 노렸다.

다만 끝까지 투지를 불사르는 스티븐스의 압박에 어려움을 겪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후반 마고메드샤리포프는 초중반에 비해 경기력이 다운된 듯한 모습도 노출했다. 스티븐스의 포기하지 않는 슬로우 스타터 기질에 맞물려 마고메드샤리포프의 체력이 떨어진 것이 이유로 분석된다.

스티븐스는 3라운드 종료 후에도 모른 척(?) 파운딩을 날리며 지속적으로 더티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가 끝난 후 본인이 당연히 이겼다는 표정으로 두손을 들어 올리며 포효하는 등 신경전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마고메드샤리포프의 만장일치 판정승으로 마무리 됐고 스티븐스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물론 경기 내용은 누가 봐도 마고메드샤리포프의 승리였다.
 
 사람 좋은 옆집 아저씨같은 모습의 장신 파이터 자빗 마고메드샤리포프(오른쪽)

사람 좋은 옆집 아저씨같은 모습의 장신 파이터 자빗 마고메드샤리포프(오른쪽) ⓒ 자빗 마고메드샤리포프 인스타그램

 
페더급 전국시대, 러시아 돌풍 일으킬까?
 
페더급은 UFC 내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체급이다. 챔피언 할로웨이를 중심으로 오르테가, 헤나토 카네이로 등 젊은 파이터 위주의 세대교체가 되어가는 가운데 기존 조제 알도, 프랭크 에드가, 스티븐스 등 기존 베테랑 세력 역시 여전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원활한 신규 조화 속에서 흥미진진하게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마고메드샤리포프는 향후 판도 변화의 한 축을 이끌 파이터로 주목받고 있다. 가파른 연승 행진을 통해 이를 증명하고 있으며 검증된 강자 스티븐스를 잡아냄으로써 좀 더 위로 치고 갈 추진력을 마련했다.

호전적 성격과 거칠게 자란 환경으로 유명한 러시안 파이터들은 격투계에 인식되어진 이미지만큼이나 외모에서부터 강렬한 포스를 풍기는 경우가 많다.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1·러시아)가 대표적이다.

반면 마고메드샤리포프는 다르다. 키만 클 뿐 좁은 어깨, 다소 마른 듯한 체형에 성격 좋은 동네 아저씨 혹은 과학자(?)를 연상시키는 얼굴을 하고 있는지라 근육질의 터프가이들과 경쟁이 될까 하는 우려까지 든다. 상당수 팬들 사이에서 미국의 유명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의 외모를 닮았다는 얘기도 많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그것도 가장 거칠다는 다게스탄 출신임을 감안했을 때 다소 어울리지 않게 느껴질 정도다.

마고메드샤리포프는 스탠딩에서 사이즈를 이용한 원거리 파이팅에 능하다. 어릴 때부터 우슈 산타를 수련한 고수답게 발차기 옵션이 매우 다양하다. 마고메드샤리포프같은 장신 파이터가 거리싸움을 하며 로우, 미들, 하이킥은 물론 스피닝 킥, 앞차기, 옆차기 등을 쉴새없이 차게 되면 상대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곤혹스럽기 그지없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발차기가 막 나오는지라 방어가 어렵다. 기분파(?) 마고메드샤리포프는 '쇼타임(showtime)' 앤소니 페티스(32·미국)가 그렇듯 신바람이 나면 철장을 밟고 반동을 이용해 공격하는 등 마치 액션 영화 속에서 볼 듯한 기술도 마구 구사한다. 화려함과 보는 재미가 있는 선수다.

원거리에서 강점이 큰 선수지만 그렇다고 근거리에서 약하지도 않다. 펀치 테크닉도 수준급인지라 가깝게 붙었다 싶은 순간 날카로운 원투공격이나 깔끔한 어퍼컷을 제대로 집어넣을 줄 안다. 거기에 레슬링 옵션까지 장착되어 있어 전방위로 상대를 압박하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통산 17승 중 넉 아웃 승리가 6회(35%), 서브미션 승리가 7회(41%)라는 부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체적인 밸런스가 매우 좋다.

하지만 기준을 연승이 아닌 챔피언급 강자가 될 수 있을까에 맞춰본다면 아쉬운 점도 있는 게 사실이다. 부지런하기는 하지만 한방 파워가 약한지라 공격 횟수에 비해 상대가 받는 데미지가 적어 보인다. 그러다 보니 맷집 좋고 터프한 상대를 만나면 3라운드 정도에 체력이 떨어지며 어려운 경기를 펼치기도 한다.

물론 마고메드샤리포프는 아직 한창 젊다. 보여주지 않은 것도 많다. 정상급 강자들도 까다로워하는 스티븐스를 잡은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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