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마이뉴스>에 글을 쓴 지 3년 정도 되어간다. 정확히는 2016년 2월 25일, 제 20대 총선 전에 첫 기사를 썼으니 3년 하고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기사를 쓰면서 얻은 것도, 익힌 것도 많다. <오마이뉴스>와 함께 하면서 배운 것들을 잠시 정리해볼까 한다.

처음 글을 쓰게 된 것은 지인의 권유였다. 평소 알고 지내던 형의 제안으로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게 되었다. 그 형은 본인도 시민기자로 글을 쓰곤 했는데, 내게 "너한테도 잘 맞을 것 같으니 한 번 써보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 권유를 받기 훨씬 전부터 <오마이뉴스>라는 언론사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시민기자들이 글을 쓴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그 사이트에 글을 쓰는 주체가 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별다른 자격도 필요하지 않고, 그냥 가입해서 글을 입력하고 보내기만 하면 되는데 왜 그랬을까?

그냥 막연히 나는 '읽는 사람'이고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누군가는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단순히 남이 쓴 것을 읽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기사를 쓴 지 3년이 지난 지금은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별개가 아니고, 읽는 일 만큼 쓰는 일도 즐겁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사를 어느 정도 쓰고 난 후에는 과거에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지 않은 것이 심히 후회가 될 정도였다.

처음에는 어떤 기사를 써야 하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정치, 사회, 국제 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었지만 내가 그중 어떤 주제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감을 잡기 위해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꾸준히 읽었다. 내가 주로 쓴 기사는 '정치'와 '책동네' 기사였다.

2016년 초는 박근혜 정부 집권기였고, 제20대 총선 직전이었기 때문에 언론사 대부분의 기사는 총선이 주제였다. 마침 후보와 지역구를 살펴보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정치 기사를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정당 홈페이지와 후보자들의 동향을 살펴서 첫 기사를 썼다. 기사로 채택되었다. 내가 쓴 글을 남이 읽는다고 생각하니 설레는 기분이었지만 동시에 머리가 빳빳하게 긴장되었다.

이후에도 총선과 관련된 기사를 썼는데, 놀랍게도 편집기자가 기사에 사진을 넣어 주셨다. 처음 기사를 쓰면서 가장 궁금했던 게 사진의 출처였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의 기사에 있는 사진을 대체 어디서 구하는지 매우 궁금했다. 그런데 글만 있는 기사를 송고했더니 편집기자가 사진을 넣어준 거다.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내가 쓴 글이 사진과 함께 SNS에 게재되는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오마이뉴스 홈페이지가 아닌 SNS에서도 내 기사가 공유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 책 읽는 것을 좋아하니 책과 관련된 기사나 서평도 쓰기로 했다. 첫 서평 기사를 쓴 후 편집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존중받는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3년간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동력이 되었다.

책동네에 기사를 쓰게 된 덕분에 꾸준히 책을 읽고 내용을 되새기게 되었다. 지적받은 내용을 수정하면서 스스로 글쓰는 훈련도 하게 되었다. 돈 내고 글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료로 돈을 받고 글쓰기 훈련도 받으니 일석이조다.

물론 원고료까지 받으면서 애매한 기사로 독자의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때문에 기사로서 아쉬운 점이 있는 글은 기사로 채택되지 않는다. 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을 보면 기분이 처질 때도 있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반드시 겪어야 할 일이다.

글을 쓰는 일도 힘들지만, 그냥 대충 쓴 글이 아닌 기사의 형태로 가공된 글을 사람들 앞에서 내놓는 일도 쉽지 않았다. 부족한 글인데 높은 원고료에 해당하는 자리에 기사가 배치되면(<오마이뉴스>는 배치 등급에 따라 원고료가 차등 지급된다) 한편으로는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몹시 부끄럽다.

부족한 글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댓글을 보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 든다. 다른 사람에게 내 글을 보인다는 사실 자체가 어느 정도 용기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9년 2월 22일 열린 '2018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창간을 기념해 1년 동안 기사를 꾸준히 써온 시민기자들을 대상으로 시상을 한다.
 2019년 2월 22일 열린 "2018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창간을 기념해 1년 동안 기사를 꾸준히 써온 시민기자들을 대상으로 시상을 한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첫째로, 기사 형식의 글을 쓰는 일 자체가 가치가 있다. 좋은 생각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마련이고, 날카롭게 파고드는 논리도 상황이 변화하면 빛이 바래기 마련이다.

정치인의 잘못된 발언에 분노하거나 비판하고 싶어도 정치인들은 매일 많은 발언과 법안을 쏟아내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지적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가치 있어 보이는 책도 소리 소문 없이 묻힐 때가 있다. 때문에 특정 시점에 기사 형식의 글로 사람들에게 의견을 알릴 필요가 있다.

기사에 대한 평을 살펴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특정 정치인의 의견을 비판하는 글을 쓴 후 그 정치인과 같은 정당에 소속된 정당인에게 타당성이 있는 글을 썼다는 평을 받을 때, 신간이 아닌 책에 대한 서평을 쓴 후 아직도 내 책을 기억해줘서 고맙다는 저자의 말을 볼 때의 행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명쾌한 기사를 써줘서 고맙다는 댓글을 봤을 때도 마찬가지다. 정말 드물지만 저자 본인이 직접 쪽지로 연락해오면 그때는 정말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둘째로, <오마이뉴스>는 여전히 일반인 입장에서 글을 보내기에 경쟁력있는 매체다. 누구나 인터넷에 글을 쓸 수 있는 시대라고 해도, 내가 생각하는 바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블로그나 SNS의 이용은 개인의 능력에 좌우되는 데다가 파워블로거가 아니라면 자신이 쓴 글이 일정 수 이상의 사람들에게 읽히는지 어떤지 알 수가 없다.

기성 언론에 글을 보내는 일은 저명한 사람이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이용자 수가 많은 카페의 글은 조회수가 높은 편이지만 글이 소비되는 속도가 빠르고 독자도 가벼운 글을 주로 읽는다. 무겁거나 생각해 봐야 하는 주제를 말하기에는 부적절한 면이 있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채택된 글은 시민기자가 쓴 인터넷 기사여도 언론사에 의해 채택된 글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된다. 일정량 이상의 조회수와 독자의 반응을 안정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약간의 검색만으로 내 기사가 사람들에게 소비되는 과정을 찾아볼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오마이뉴스>는 태어난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기본적으로 회원가입 이외의 별도의 절차를 요하지 않고, 일정 기간마다 기사 공모를 받아 상금(특별원고료)을 주기도 한다.

물론 이런 장점을 알더라도, 기사를 쓰는 일에 망설임이 있을 수 있다. 이럴 때는 편집기자에게 조금 의지해도 된다. 가끔은 부족한 글을 얼기설기 썼는데 정성스러운 편집을 받아 그럴듯한 기사로 재탄생되는 기적(?)이 벌어지기도 하니까. 내가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그만큼 편집기자들이 꼼꼼하게 글을 편집해 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사가 채택됐다는 알람이 오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인생의 소소한 낙이다. 이 즐거움을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 가벼운 긴장과 함께 <오마이뉴스>의 문을 두드리는 시민기자들이 많아지길 기원한다.

태그:#시민기자, #기사, #오마이뉴스, #글쓰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화해주실 일 있으신경우에 쪽지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