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옮겨도 아길라르의 클래스는 계속됐다. 아쉬운 무승부로 그의 활약은 빛이 바랬지만, 제주유나이티드FC(아래 제주)의 공격력이 상승된 점은 고무적인 결과였다.

2일(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19 1라운드 인천유나이티드FC(아래 인천)와 제주의 맞대결에서는 양 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1-1 무승부를 거뒀다. 전반 36분 이창민의 선제골로 제주가 앞서나갔으나, 후반 16분 무고사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인천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지난 시즌 인천은 또다시 '생존왕' 본능을 보여줬다. 전반기 14경기 동안 1승 5무 8패를 기록해 강등권을 전전하고도 후반기 반등을 만들어내며 리그 9위로 1부 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고질적인 수비 불안이 계속된 가운데서 인천이 잔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화끈한 공격력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문선민과 무고사가 존재했다. 문선민은 지난 시즌 14득점을 올렸다. 이는 리그 득점 순위 5위로 국내 선수들 중에서는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작년 팀에 합류한 무고사도 인천 공격에 힘을 더했다. 빠른 적응을 마친 그는 19골 4도움으로 팀 공격의 첨병을 담당했다.

하지만 아길라르가 없었다면 이 두 선수의 이러한 활약은 불가능했다. 아길라르가 2선에서 양질의 전진 패스를 넣어줬기에 최전방 공격수들이 손쉽게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을 앞두고 그가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제주에서도 동일한 아길라르의 클래스

제주는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아길라르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경남FC와 함께 영입 경쟁을 펼쳤지만, 승자는 제주였다. 제주는 지난 시즌 빈공에 골머리를 앓았다. 수비는 조직력을 갖추고 단단함을 유지했으나, 리그 총 득점이 42점에 불과할 만큼 공격이 무뎠다. 공격수들의 결정력 부재와 더불어 2선 미드필더들의 공격 지원이 아쉬웠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길라르의 합류는 제주에게 천군만마와 같았다.

아길라르는 지난해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치명적인 왼발 킥으로 35경기에 출전해 3골 10도움을 기록했다. 그만큼 팀 공격에 도움이 되는 선수다. 조성환 감독은 "아길라르는 K리그1 정상급 미드필더다. 특히 어시스트 생산 능력이 뛰어나다. 팀에서 기대하는 부분이다"라고 밝히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양 팀은 이날 치열한 중원 싸움을 펼쳤다.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제주는 아길라르를 비롯해 권순형, 이창민 등 많은 미드필더들이 밀집되어 상대를 몰아붙였다. 제주의 공격에 맞서 수비 라인을 내리고 경기를 풀어나갈 것으로 예상됐던 인천도 오히려 높은 위치에서 압박을 지속했다.

인천의 강한 압박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아길라르의 활약은 필수적이었다. 그리고 그는 주변의 기대에 부응했다. 물론 전반 초반 그의 움직임은 제한적이었다. 이날 전반적으로 제주보다 인천의 공격이 날카로웠다. 따라서 그는 높은 수비 가담을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높은 위치에서 앞선 공격수들에게 '키 패스'를 연결하기에는 그가 공을 잡는 위치가 그만큼 낮았다. 패스와 크로스 자체의 날카로움은 여전했지만, 결정적인 득점 찬스로 이어지는 패스가 많지 않았다.

전반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아길라르의 발끝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제주가 수비 안정감을 찾고 공격적으로 나서자 그가 보다 높은 위치에서 자유롭게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 전반 36분 터진 이창민의 강력한 중거리 골도 아길라르의 발끝에서부터 이어졌다. 그가 중앙에서 공을 잡은 이후 탈압박에 성공했고 이창민에게 쉽게 슈팅을 시도할 수 있게 공이 연결됐다. 전반 39분에는 자신이 직접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아길라르 살아나자 제주도 살아났다

제주가 리드를 잡자 아길라르는 빌드업의 시작 역할을 담당하면서 경기 조율을 이끌어냈다. 2선과 3선 사이에서 정확한 킥력으로 이창민의 공격력을 배가시키는 동시에 허리의 안정감을 꾀했다. 아길라르가 중원을 장악해가자 제주도 팀적으로 살아났다.

우선 공격수들이 살아났다. 찌아구는 이날 경기에서 중앙에만 머물지 않고 좌·우 위치를 옮겨가며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줬다. 마무리가 되지는 않았으나, 몇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냈다. 후반 5분 이은범과 교체되어 들어온 마그노는 공격에만 완전히 집중했다. 지난 시즌 2선에서 자신에게 많은 공이 연결되지 않자 겉도는 플레이를 펼친 그는 아길라르가 후방 지원을 든든하게 해주니 보다 공격에 힘을 실을 수 있었다.

박진포와 이은범이 원활한 오버래핑을 가져갔던 점도 순기능이었다. 아길라르는 위협적인 크로스와 전진 패스로 제주 공격을 지원했다. 제주의 측면 미드필더들이 넓게 포지션을 가져가자 그는 인천 수비의 뒷공간을 노리는 패스로 빠른 역습을 주도했다. 또한 이창민과의 좋은 호흡은 덤이었다.

제주는 후반 16분 아쉬운 실점을 허용했다. 무고사의 슈팅 장면에서 VAR 판독 결과 박진포의 핸드볼 파울이 지적됐다. 결국 무고사에게 페널티킥 실점을 내주며 제주는 1대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그리고 아길라르는 후반 27분 임찬울과 교체되어 제주 데뷔전을 마쳤다. 제주는 원했던 승점 3점을 얻진 못했으나, 이날 아길라르를 필두로 한 공격력은 인상적이었다. 작년 빈공에 울어야 했던 제주는 올 시즌 아길라르와 함께 골 폭격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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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인천유나이티드FC 제주유나이티드FC 경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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