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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3.1절 100주년 기념사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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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 장시간 대화를 나누고 상호이해와 신뢰를 높인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진전이었습니다. 특히 두 정상 사이에 연락 사무소의 설치까지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성과였습니다. (…) 더 높은 합의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3·1절 기념연설 중, 이 말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표정은 단호했다. 문 대통령은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기념식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많은 고비를 넘어야 확고해질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합의를 내지 못하고 끝난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고비'라는 말로 표현하면서도, '더 높은 합의로 가는 과정'임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지속적인 대화 의지와 낙관적 전망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이제 우리(대한민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우리 정부는 미국, 북한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양국 간 대화의 완전한 타결을 반드시 성사시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 있던 참가자들은 박수와 함께 큰 함성으로, 태극기를 흔들며 이에 호응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나아갈 길도 제시했다. 그는 "국민과 함께, 남북이 함께, 새로운 평화협력의 질서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비핵화가 진전되면 남북 간 '경제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남북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독립운동 정신과 국민통합을 바탕으로 '신한반도체제'를 일궈나가겠다"고 강조했다.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1절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시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고있다.
▲ 3.1절 100주년, "만세!" 외치는 시민들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1절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시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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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의 불발'에도... 북한 '동질성' 짚으며 '신한반도 체제' 강조

지난 2월 27~28일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됐지만 결국 양측 합의 없이 끝났다(관련 기사: 허무한 결말... 기대감 높았던 2차 회담은 어쩌다 이리됐을까).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의미 있는 진전', '합의로 가는 과정'이라고 짚으며 낙관을 버리지 않았다. 연설에서 회담 결과에 아쉬움을 표하는 언급은 일절 찾아볼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은 오히려 "100년 전 오늘, (갈라진) 남과 북은 없었다. 우리는 하나였다"고 '동질성'을 강조하며 '통일'을 언급했다. "차이를 인정하며 마음을 통합하고, 호혜적 관계를 만들면 그것이 바로 통일"이라며 "우리가 주도하는 질서인 '신(新)한반도 체제'로, 담대하게 통일을 준비해 가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청중석에선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런 '신한반도 체제'에 대해 '대립과 갈등을 끝낸 새로운 평화협력공동체', '이념과 진영의 시대를 끝낸 새로운 경제협력공동체'라고 설명하며 "우리의 한결같은 의지와 긴밀한 한미공조, 북미 대화의 타결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반드시'를 강하게 발음하는 문 대통령의 표정은 결연했다. 그는 이어 "이제 곧 비무장지대는 국민의 것이 될 것", "우리 국민의 안전한 북한여행·방문을 추진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구상 또한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1절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 3.1절 100주년 기념식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1절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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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를 이끌며 느꼈던 소회도 말했다. 그는 "2017년 7월, 베를린에서 '한반도 평화구상'을 발표할 때 평화는 너무 멀리 있어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기회가 왔을 때 뛰어나가 평화를 붙잡았다. 작년 김정은 위원장과 판문점에서 처음 만나, 한반도에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세계 앞에 천명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작년 9월, (북한) 능라도 경기장에서 15만 평양 시민 앞에 섰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평양 시민들에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번영을 약속했다"며 "비무장지대 유해 발굴, 남북철도 연결 등 무지개처럼 여겼던 구상들이 눈앞에서 실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 간 평화로 인해 새로운 시간이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통합·친일청산' 강조..."역사 바로 세우면서도 적대 넘어야"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국민'이라는 말을 총 19번 사용하며 강조했다. "100년 전 3월 1일, 노동자와 농민, 부녀자, 학생, 승려 등 우리의 '장삼이사(張三李四: 이름이나 신분이 특별하지 아니한 평범한 사람들을 뜻함)'들이 3.1 독립운동의 주역이었다", "그날 우리는 왕조와 식민지의 백성에서 민주공화국 국민으로 태어났다"는 언급이 그것이다.

그는 이어 "친일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다. 잘못된 과거를 성찰할 때 우리는 미래를 향해 갈 수 있다"며 국민 통합을 위한 방법으로 '빨갱이·색깔론' 청산 등을 꼽았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다.

"일제는 독립군을 '비적'으로, 독립운동가를 '사상범'으로 몰아 탄압했습니다. 여기서 '빨갱이'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고,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입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좌우의 적대, 이념의 낙인'이 "일제가 민족을 갈라놓으려 사용한 수단이었다. 이는 학생들의 민주화운동 때도 '낙인'으로 사용됐고, 독립운동가가 빨갱이로 몰려 고문당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빨갱이'로 규정되어 희생됐다"며 "우리 마음에 그어진 '38선'은 우리 안을 갈라놓은 이념의 적대를 지울 때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야말로 후손들이 떳떳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서로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버릴 때 우리 내면의 광복은 완성될 것이다. 새로운 100년은 그때에서야 비로소 진정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을 마치며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 100주년 3.1절 기념식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을 마치며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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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은 실제 이런 '화해 정신'을 연설문 안에서 보이기도 했다. 그는 친일 잔재 청산을 강조하는 동시에 일본과의 '협력'을 제안했다. 그는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일본과의 협력도 강화할 것", "역사를 거울삼아 한국과 일본이 굳건히 손잡을 때 평화의 시대가 성큼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색된 한일 관계를 비춰보면, 유의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그러나 다만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힘을 모아 피해자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치유할 때, 한국과 일본은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친구가 될 것"이라고 전제 조건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현장에서는 박수와 함성이 함께 터져 나왔다.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 중 청중들은 20번의 박수와 함성으로 호응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0년의 역사는 마주하는 현실이 아무리 어려워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면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한다"며 "앞으로의 100년은 국민의 성장이 곧 국가의 성장이 될 것이다. 안으로는 이념의 대립을 넘어 통합을, 밖으로는 평화와 번영을 이룰 때 독립은 진정으로 완성될 것"이라면서 연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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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북미회담 불발, #대통령 기념사, #문재인 대통령 기념사, #3.1절 100주년, #신한반도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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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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