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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의 불발은 예고된 수순이었을까? 두 정상의 첫 만남과 만찬, 단독회담에 증거는 없었을까?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이 흩어진 조각을 모아 이를 분석했다.[편집자말]
 
2차 북미정상회담 시작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제2 북미정상회담장인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찬에 앞서 만나고 있다.
▲ 2차 북미정상회담 시작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제2 북미정상회담장인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찬에 앞서 만나고 있다.
ⓒ 백악관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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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합의가 무산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기자회견에 대한 두터운 교차 독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2월 초부터 북미 사이에 흘렀던 협상의 기류를 읽을 필요가 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과 리용호·최선희의 기자회견 내용 전반에 흩어져 있는 조각들을 이어볼 필요가 있다. 북미 사이에 일정 수준의 완성도를 갖춘 합의문이 마련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지금까지 얘기되어 왔던 상응조치의 상당 부분이 들어간 합의문이었을 것이다. 다만 빈칸 하나가 남아 있었다. 그 빈칸은 북한의 비핵화 부분이었다. 북한은 첫 대상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를 그 빈칸에 넣고,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일부 해제를 포함하는 상응조치를 받고 싶어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영변뿐만 아니라 영변 이외의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기존 스티븐 비건 대표의 발언을 보면 대략 가늠이 가능하다.

결렬의 이면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데 대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데 대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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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을 포함한 전체 핵물질 생산시설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영변 이외의 농축 우라늄 생산시설들이다. 북한의 부분적 유엔안보리 제재 해제도 비핵화 요구 조건에 충족되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위의 기자회견들의 내용을 2월 초부터 북미 사이에 흘렀던 기류들을 통해 재구성하면 이런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2월 6~8일 평양에서 진행된 실무협상에서 스티븐 비건팀은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를 제시했다. 그 요구수준은 북한이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수준의 것이었다.

영변 핵시설 폐기를 포함한 전체 핵물질 생산시설의 폐기와 비핵화 전체 로드맵의 합의를 제시하고 왔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평양에서 돌아온 비건은 '협상'을 하지 않고 입장을 제시했다고 했다. 하노이 정상회담 전까지 매우 촘촘하게 실무협상이 전개되리라는 예상과 달리 북미 양측은 긴 작전시간을 가졌다. 미국은 비핵화에 대한 결단의 시간을 북측에게 준 것이다.

그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제시한 비핵화 요구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계속 보냈다. "비핵화만 결단한다면....", "서두르지 않겠다", "여러 차례 만나게 될 것이다" 등등.

그리고 곧바로 하노이에서 실무협상이 재개됐다. 하노이 실무협상은 비핵화를 빈 칸으로 남겨둔 채 나머지 상응조치들을 합의문 형식으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미국은 자신이 제시한 비핵화를 수용만 한다면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남북경협 일부 재개, 인도적 지원 등은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은 온전히 김정은 위원장의 몫으로 남겨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몫

27일 저녁 두 정상의 재회 순간, 김정은 위원장의 표정과 말 속에서 묻어났던 경직과 피로는 미국의 높은 비핵화 요구에 답을 준비해야 했던 고심의 흔적으로 읽을 수 있다. 첫 날 만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자신이 원하는 비핵화의 결단을 유인하는 많은 말들을 했을 것이다. 만찬이 끝난 늦은 밤부터 다음 날 아침 단독회담 전까지 김 위원장은 고심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수용하기 버거운 높은 비핵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60시간의 여정으로 베트남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이 제시한 비핵화는 협상전술상의 최대치이고, 최소한 본격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의 요구치를 일정 수준 낮추는 협상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28일 단독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완고했다. 더 많은 비핵화의 성과를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과 트럼식 협상술이 결합돼 빈칸이었던 비핵화 부분을 채우지 않고 테이블에서 물러서는 길을 택했다.

'물러섬' 이미 2월 초 비건팀의 평양 실무협상 과정에서부터 가능성을 두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결렬의 원인은 트럼프의 비핵화 요구수준이 북한이 생각했던 '신뢰조성단계'에 줄 수 있는 비핵화보다는 한참 높았던 것이 원인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공적 합의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 했을 것이다. 일종의 정치적 생명을 걸 듯, 사면초가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돌파구 역시 필요했을 것이다. 영변 폐기 수준으로는 성공적인 회담이란 평가도, 국내 정치 돌파구의 작은 틈도 마련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높은 비핵화 요구의 배수진'과 서두르지 않겠다는 시간게임,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를 무기로 합의의 보류를 선택했을 수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에서 보인 트럼프식 협상술을 얹었을 가능성이 있다. 상대에게 최대치 요구의 충격을 가한 후 상대가 몸을 낮추고 협상을 요구할 때 최소한 평균 이상의 실익을 챙기는 전술이랄까. 트럼프는 2월 초 비건 특별대표의 방북부터 이런 예정된 결렬을 예상하며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 

결별 이후
 
합의 불발로 끝났건만, 환하게 웃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난 후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대변인은 이렇게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늘 향해 출발!"
▲ 합의 불발로 끝났건만, 환하게 웃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난 후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대변인은 이렇게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을 향해 출발!"
ⓒ 사라 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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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헤어짐의 악수'를 연출했지만, 두 정상 모두 결렬 이후의 충격파를  감당해야만 한다. 긴 60여 시간의 대장정으로 달려왔던 김정은 위원장이 국내에 돌아가 이 결렬을 어떻게 국내에 알릴지 궁금하다. 우선 오늘 나온 <조선중앙통신>의 반응은 미국에 대한 어떤 비난도 없이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높게 평가하며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한다는 의지를 밝혀 결렬의 인상을 보이지 않으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리용호 외무상의 기자회견도 공격적인 내용이 아닌 해명성 발언에 그쳤다. 김정은 위원장은 영변을 포함한 전체 핵물질 생산시설 폐기의 요구를 수용할지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리용호 외무상은 영변 폐기가 "현 단계에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말하며 협상이 재개되어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과연 영변 핵시설 폐기가 부분적인 안보리 제재 해제의 가치에도 못 미치는지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초기 신뢰조성단계에서 할 수 있는 조치로 영변 핵시설 폐기는 절대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제재를 협상의 절대적 레버리지로 생각하는 미국의 '두려움', 그 두려움을 키우는 미국의 국내 정치가 트럼프의 결단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28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 숙소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진행된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28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 숙소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진행된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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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으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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