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자유한국당 지도부를 뽑는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22일 경기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에 출마한 오세훈 후보가 "(박근혜) 탄핵을 인정합시다"라고 주장하면서 '탄핵 부정' 목소리에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 "탄핵 부정, 안됩니다" 목청 높인 오세훈 자유한국당 지도부를 뽑는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22일 경기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에 출마한 오세훈 후보가 "(박근혜) 탄핵을 인정합시다"라고 주장하면서 "탄핵 부정" 목소리에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한국당에 '태극기'만 있는 건 결코 아니다. 선거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한국당 당대표 경선에 나섰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쪽 관계자가 2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 말이다.

4만2653표.

오 전 시장이 전날(27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얻은 최종 득표수다. 백분율로 환산하면 전체 득표의 31.1%에 그쳤다. 그에 반해, 황교안 신임 대표는 총 6만8713표를 얻어 오 전 시장을 2만6060표(18.8%p 차)로 앞질렀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은 개표 결과 발표 때 환하게 웃었다. 당내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더 나아가 당 안팎에선 이번 전당대회가 '정치인 오세훈'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왜일까?
 
야유와 욕설 견디며 '박근혜 극복하자' 외쳐


오세훈 전 시장의 정치 행보는 그간 '선당후사'보다는 '자기 정치'에 매몰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상급식 투표에 시장직을 걸면서, 당시 새누리당 지도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을 중도 사퇴했다. 이후 20대 총선에서 당의 '험지 출마' 요구를 물리치고 종로 출마를 강행했으나,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채 낙선했다. '탄핵 정국' 때는 비박계가 중심이 된 당 혁신을 지지했으나, 친박계의 저항에 부딪혀 혁신이 무산되자 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했다.

바른정당에 합류한 후에도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을 대선 후보로 옹립하는 기류에 발을 걸치며 명확한 스탠스를 밝히지 않았다. 결국 반기문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포기하면서, 바른정당 내에서조차 입지가 흔들렸다. 이후 바른정당 탈당을 결행, 잠시 휴지기를 가지다가 2018년 11월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이런 행보들로 인해 뚝심 있게 본인의 정치적‧이념적 소신을 관철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계산적으로 움직인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소장파'로 불리며 정치자금법 개정을 주도하는 등 깨끗하고 젊은 보수를 상징했던 그의 정치적 자산은 한국당 재입당 당시만 하더라도 별로 남아 있지 않았다. 이번 전당대회 출마는 당선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정치인 오세훈의 위기감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 확률이 낮은 게임에서 분명한 성과를 챙겼다.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극우 세력이 한국당에 대거 입당하고, 이들이 전당대회 현장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당 전체가 우클릭을 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지원을 얻은 김진태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압승이 예상됐던 황교안 후보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고, JTBC 태블릿 PC의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이러한 기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오세훈 전 시장은 현장에서 야유와 욕설에 시달리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입장을 유지했다. "중도 보수" "개혁 보수" "따뜻한 보수"를 표방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법적‧정치적 판단이 끝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극복하자"고도 외쳤다. '5.18망언'에 대해서는 광주에 직접 내려가서 사죄해야 한다고 비판적 입장을 유지했다.  

김진태를 '찻잔 속 태풍'으로 가두다
 
27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황교안 후보가 경쟁했던 김진태, 오세훈 후보와 함께 인사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청년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신보라 후보.
▲ 한국당 당권 쥔 황교안  27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황교안 후보가 경쟁했던 김진태, 오세훈 후보와 함께 인사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청년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신보라 후보.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그 결과 일반 국민들은 오세훈을 한국당 당대표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호명했다. 30%가 반영되는 일반여론조사에서 그가 얻은 지지율은 절반이 넘은 50.2%였다. 환산득표수 2만690표. 12.1%(4969표)에 그친 김진태는 물론, 황교안의 37.7%(1만5528표)와도 12.5%p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국민의 눈높이" "중도 확장"을 강조한 그의 메시지가 평가받은 셈이다.

애초 우려와는 달리 당심에서도 그는 2위를 차지했다. 2만1963표를 모으며 22.9%를 얻어, 2만955표(21.8%)를 모은 김진태 후보를 앞섰다. '어대황(어차피 대표는 황교안)'을 막지는 못했지만, "진짜 태풍"을 자처한 김진태를 '찻잔 속 태풍'으로 가두는 데 성공했다.

오세훈 캠프 관계자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고, 전국 당협위원회 중 3분의 1도 돌아보지 못했지만 상당한 성과가 나왔다"면서 "전당대회 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더 나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당내 표심에서도 김진태 후보를 누르고 2위를 거둔 데 대해 "한국당에 '태극기'만 있는 건 결코 아니다. 당원들 중에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라면서 "선거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고 평했다.  

한국당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당선자들을 봐도 김순례 의원 정도를 제외하면 중도 확장성이 있는 후보들이 당선됐다"라면서 "오세훈 전 시장이 전당대회 동안 당의 퇴행에 맞서 탄핵 문제 등에 대해 일관적 목소리를 내고, '촛불민심'에 반응한 것이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오세훈에게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엄 소장은 "오세훈이라는 정치인은, 이번 전당대회 직전까지도 그때그때 시류에 편승하고 인기 영합적으로 움직였다"면서 "국민들은 명분을 가지고 일관된 행보를 보여준 정치인에게 응답"하는 만큼 오 전 시장에게 '일관된 정치행보'를 주문했다.  

당의 한 중진 의원도 "오세훈 전 시장이 복당하고 국회의원 회관을 다 돌아다니며 인사를 했지만, 의원들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다"면서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어느 정도 분위기를 바꾼 것은 사실이지만, 비호감 이미지를 완전히 씻어낸 건 아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오 전 시장은 27일 전당대회 직후 낙선 인사에서 "저는 이제 제 지역구 광진을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서울시내에서 지역구가 생긴 이래로 단 한 번도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던 유일한 지역인 광진을에서 당선되는 것만이 나라와 당을 위한 충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 광진을은 추미애 의원이 15‧16‧18‧19‧20대에 당선된 지역구로, 민주당의 '텃밭'으로 꼽힌다. 한때 당의 '험지 출마' 요구를 거부했던 그가, 자타가 공인하는 험지 출마를 통해 여권의 중진과 정면승부를 선언하고 전면에 나선 것이다.

단일지도체제 하에서, 2등을 거둔 그에게 실질적으로 주어지는 권한은 없다. 그러나 황교안 신임 당대표 체제가 우측으로 기울 경우, 당내 '중도 보수'의 기수로 호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당대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오세훈의 이후 행보가 주목 받는 이유다.

태그:#오세훈, #자유한국당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