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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에 따른 급격한 사회변화, 4차 산업혁명, 대북 관계 등 우리나라가 짊어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 관해 새로운 담론을 제기한 책 〈명견만리〉 시리즈.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할 정도로 이 책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줬으며 현 시대를 어떻게 읽어내고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지 나침반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명견만리: 공존의 시대 편》
 《명견만리: 공존의 시대 편》
ⓒ 인플루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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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시리즈 4편 <명견만리: 공존의 시대 편>(KBS <명견만리> 제작팀 지음, 인플루엔셜)이 발간됐다. 임기순 KBS <명견만리> 책임프로듀서는 이번 시리즈에 대해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견고한 장벽의 실상과 그것을 허물고 공존하기 위한 길을 모색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임기순 책임프로듀서가 밝힌 것처럼 '공존'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끊임없이 설득하고 있다.

'1부 불평등' 파트에서는 장기화 되는 구조적 저성장과 경제적 양극화 속에서 새로운 공존의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희망을 복원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을 소개하고 있다. 전 세계가 벌이는 기본소득 등 복지 실험을 비롯해, 수평의 사다리를 놓는 교육 패러다임 혁신, 한국형 기업지배구조를 바꿀 과감한 대안 등을 담았다.
 
'공평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그림. 책에서 촬영.
 "공평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그림. 책에서 촬영.
ⓒ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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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파트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공평함'을 한 장의 그림으로 보여준 대목이 인상적이다. 야구장 펜스 밖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상황을 비교한 두 개의 그림인데 한쪽 그림은 키가 다른 세 사람이 똑같은 높이의 상자를 하나씩 딛고 서 있는 장면이다.

바로 옆 그림은 가장 큰 사람이 작은 사람에게 자신의 상자를 양보하고 있다. 첫 번째 그림은 3명 중 2명이 야구를 관람할 수 있지만 키가 작은 사람은 제대로 볼 수 없다. 두 번째 그림은 키 큰 사람이 상자를 가장 작은 사람에게 양보함으로써 세 명 모두 야구를 즐긴다. 이 그림은 우리에게 '공평'의 중요성과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공평, 평등'을 주장하면 사회주의, 종북좌파로 매섭게 몰아친다. 자산 10억 달러 이상의 부자들 중 상속이나 증여로 부자가 된 비율이 중국 2%, 일본 18.5%, 미국 28.9%라고 한다. 이에 비해  대한민국은 무려 74.1%가 상속 부자다. 갈수록 양극화 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계층 간 장벽을 허물고 공존하지 않는다면 건강한 미래를 장담할 수 있을까? 

'병리' 파트에서는 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우리나라 사람들 개개인의 정신 문제에 대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2003년 이후 2017년까지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우리 사회는 철저한 경쟁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취학 전에는 남들보다 빨리 한글과 숫자를 깨우쳐야 하고 취학 전 영어를 해야 한다. 학창 시절에는 온갖 학원에 시달린다.

대학에 가면 취업 경쟁을 펼쳐야 하고 취업을 하면 승진 경쟁, 결혼을 한 후 자식을 낳으면 또다시 자식을 경쟁 사회에 내몰아야 한다. 정년을 마친 후에도 쉼 없이 달려야 한다. 한 평생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며 오로지 앞만 쳐다봐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개인이 받는 스트레스는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사회가 이를 책임져주지 않았으며 온갖 스트레스에 내몰린 사람들은 결국 극단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에 와서야 '우울증' '자살 예방'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정부에서도 다양한 방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스트레스는 개인이 온전히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우리는 힘들면 힘들다고 표현을 잘 못한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다들 그렇게 살아, 그 까짓것 가지고 뭐 그래?" 핀잔 받기 일쑤다. 결국 개인이 짊어지고 있는 감당 못할 스트레스는 '그 까짓것' 밖에 안 되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누구에게 고통을 하소연할 수 있을까?

'금융' 파트에서는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는 가상화폐의 실체와 명암을 조명하고, 블록체인 기술로 펼쳐질 미래를 전망했다. 또한 전 세계적 트렌드로 퍼져나가고 있는 '현금 없는 사회'의 모습을 전망하고, 핀테크 기술이 바꿔나갈 미래 금융의 모습을 담았다.

우리나라 신용카드 사용률은 73%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금없는 사회, 핀테크 산업이 성장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가상화폐, 블록체인 기술 패권을 잡기 위한 노력에 더욱더 심혈을 기울여야 함을 강조한다. 

'지역' 파트에서는 도시의 연결성을 회복하는 방법과, 지방을 살리는 새로운 대안을 탐색한다. 특히 인구절벽, 삶의 질, 일자리 문제와 연관되어 지방과 도시 모두에 충격을 가져다주는 지방소멸의 해결책을 짚었다.

<명견만리: 공존의 시대 편>을 통해 장벽을 허물고 공존하는 사회로 가기 위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건강한 미래는 부자들만의 리그가 아닌 함께하는 공존의 생태계가 조성되어야만 가능해진다.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다른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명견만리> 시리즈는 우리나라 정치인들, 지자체장들이 깊이 읽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로 당선된 지자체장과 정치인들은 표를 의식해 지역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포퓰리즘 위주의 정책을 펼칠 위험이 너무나도 크다.

갈수록 인구는 줄어들고 신생아 출생률도 낮은데 이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하지도 않고 아파트 건립, 학교 신설, soc 위주의 토건 공약 등 인기 영합주의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들이 상당하다.

최소한 지자체장들과 정치인들이 <명견만리>를 숙독하고 지역과 비교해본다면 표에만 의식한 정책들은 남발하지 않을 것이며, 정책 개발 역시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명견만리 : 공존의 시대 편 - 불평등, 병리, 금융, 지역 편

KBS 명견만리 제작진 지음, 인플루엔셜(주)(2019)


태그:#명견만리,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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