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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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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아들이 잠들면 저는 다시 일어납니다.

거실로 나와 불을 켜고 어수선한 집을 치우고나면 고요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맘카페에 들어가니 '육퇴하셨나요'라는 제목의 게시글들이 보입니다. "이제서야 퇴근했어요"라고 댓글을 답니다.

육퇴는 '육아 퇴근'의 줄임말입니다. 직장인처럼 업무(?)를 마치고 싶은 엄마들이 만들어낸 '웃픈' 용어예요. 밀린 집안일을 처리한 뒤 덮어뒀던 책도 읽고 가볍게 음주도 살짝 하곤 합니다. 자는 게 행복했던 예전과 달리 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새벽까지 잠 못 드는 날이 많아지네요.

엄마로 산다는 건 제 자신을 조금 내려놓는 일이었습니다. 이름보다 엄마로 불리는 일이 많아졌어요. 옷자락을 붙들고 늘어지는 아이 때문에 화장실도 제때 못 갑니다. 아이와 신랑의 반찬을 따로따로 하느라 바빠 제가 좋아하는 미나리장아찌는 안 한 지 몇 년이 되었네요.

엄마가 돼서 참 힘들어요. 그런데 참 좋아요. 방금도 잠든 아이를 보며 참지 못하고 볼에 뽀뽀를 해버렸어요. 뽀뽀세례에 뒤척거리는 아이 움직임에 숨죽이면서도... 그저 행복하네요. 엄마라고 부르며 달려와 안기는 아이가 사랑스러워요.

출산율이 낮다며 걱정스러운 어투의 뉴스가 많이 나와요. '아이 낳지 않기'를 선택하는 20대 여성들이 많아졌습니다. 지금의 사회에서 여자가 배우자, 엄마,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너무도 고되니까요. 아이를 키우며 행복을 느끼는 저도 육아가 힘들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어요. 하루종일 아이와 부대끼면 퇴근이 간절해져요. 육퇴 후에도 아이 교육이며 노후를 생각하면 밤마다 고민이 깊어갑니다.

모든 걸 가질 수는 없겠지만, 엄마로 사는 건 참 힘드네요. 아이키우기 좋은 여건이 더 마련됐으면 해요. 육아의 행복을 오롯이 행복만으로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초록의 봄처럼 기분좋은 뉴스가 많이 들려오길 기원합니다.


태그:#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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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맣게 잔잔하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엄마,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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