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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1주년 건군절을 맞아 인민무력성을 방문했다고 9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1주년 건군절을 맞아 인민무력성을 방문했다고 9일 보도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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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베트남일까?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양 정상은 27일 베트남에서 만난다. 미국과 전쟁을 치르고 수교를 맺고 경제성장을 이룬 베트남은 미국에게도 북에게도 상징성이 있다.

베트남은 1986년 '새롭게 바꾼다'는 뜻의 도이머이 정책을 폈다. 도이머이는 공산당 지배체제를 유지하되 시장경제를 도입해 경제발전을 추진해 나간 베트남식 개혁·개방 정책이다. 베트남은 이를 통해 경제개방과 정치적 체제 개혁을 동시에 진행했다.

베트남은 1995년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했다. 이후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포함한 해외투자가 급속히 늘었다. 베트남의 수출은 2009~2010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두 자릿수로 성장했다. 2011년에 베트남은 수출 1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불과 6년 후인 2017년에는 수출 2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베트남의 1위 수출대상국은 15년간 미국이었다. 북측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결과다.

양운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북과 베트남 모두 '하향식(Top-Down)'으로 개혁·개방을 하고 있다"라며 두 나라의 공통점을 찾았다.

하지만 양 위원은 "북은 선진국형 사회주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라며 "여기에는 베트남보다 한국사회의 경제구조조정을 참고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양 위원은 "베트남 개혁·개방의 핵심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이었다"라고 힘을 줬다. 경제구조 개혁보다 중요한 건 미국과의 수교였다는 지적이다. 그는 "베트남은 1995년 미국과 수교하고 막대한 해외자본을 유치하고 무역거래가 늘어나 경제적 혜택을 얻었다"라고 부연했다. 결국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진전을 보이고 현재 북의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제재의 허들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뜻이다.

북한경제를 전공한 양 위원은 2011년부터 베트남 도이모이 정책의 북한 적용 가능성을 탐구하며 베트남 모델에 꾸준히 관심을 보였다. 이후 지난 2018년 <북한은 베트남식 개혁·개방이 가능한가?>라는 보고서를 쓰기도 했다.

다음은 양 위원과 한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김정은, 정치적으로 베트남 눈여겨 봤을 수도"
 
핌빈민 부총리 겸 외교부장관의 북한 방문 소식을 알린 베트남 정부 공식 트위터.
 핌빈민 부총리 겸 외교부장관의 북한 방문 소식을 알린 베트남 정부 공식 트위터.
ⓒ @VNGovtPor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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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에게 베트남이라는 공간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일단 미국에게 상징적 의미가 큰 곳이다. 미국과 베트남이 오랫동안 전쟁했잖나. 그런데 미국이 전쟁 끝나고 적대국과 그렇게 빨리 평화협정 맺고, 국교 정상화를 한 적은 없었다. 드문 사례다. 게다가 베트남은 아직 공산주의 체제지만, 개혁 개방으로 나갔다는 상징성이 큰 국가다. 미국과 수교하며 자본주의식 경제발전 이루고 있으니 (미국에 주는) 의미가 상당하다.

김정은에게 베트남은... 상식적으로 보자면, 김정은의 최고 관심은 권력 유지일 텐데, 베트남은 개인 독재나 개인을 우상화한 국가는 아니다. 다만 집단 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외려 베트남은 조심스럽게 도이머이 정책으로 개혁 개방을 진행했는데, 이게 초기에 잘 안 됐다. 이후 미국과 관계개선을 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거다. 이런 것을 해낸 국가라는 게 김정은, 북측에서는 하나의 모델로 참고할 만하지 않았을까."

- 북이 베트남식 경제발전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북은 공산당 체제를 유지하며 경제성장을 이뤄내고 싶어 한다.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은 상황인 거다. 베트남은 어떤가. 공산당이 전쟁했고 국가를 통합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사회주의 개혁을 시도했다 실패를 겪었다. 이때 타협책으로 나온 게 도이머이다. 처음엔 성과가 없었지만, 결국 성공했다. 좀 전에 말했지만 여기서 결정적이었던 건 미국과의 관계개선이었고. 경제구조를 떠나 정치적으로 베트남의 사례를 눈여겨봤을 수 있다."

- 베트남의 도이머이 정책 시행 초기에 보수적 지도부가 당을 장악하고 개혁에 소극적이라 경제적 성과가 미비했다는 지적이 있다. 북이 베트남 모델을 빌리려면 정치 권력의 분산이나 유연성이 필요할 텐데, 김정은식 정치 개혁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북과 베트남의 유사점이 있다. 일단 베트남 공산당은 '하향식(Top-Down)' 방식으로 개혁개방을 진행했다. 밑에서가 아니라 위에서 진행한 건 북도 마찬가지다. 당 지도부에서 모든 개혁을 주도하고 있으니까. 차이점이 있다면 북은 밑에 시장이 형성돼 이를 떠받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김정은 주도의 개혁·개방은 김정일보다 개혁적이다. 하지만 우리 혹은 국제 기준에서 보면 약한 수준이다. 굉장히 조심스러운 개혁이다. 김정은의 3대 세습에 조금이라도 위험이 되는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거다."

"북에 필요한 건 경제구조조정"

- 베트남은 농업 중심의 산업을 대대적으로 개혁했다. 북의 산업도 1차 산업의 비중이 상당한데, 이를 개혁할 수 있을까?
"이건 베트남과 북의 상황이 전혀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북이 선진국형 사회주의 경제구조라는 거다. 선진국형은 중공업 비중이 높다. 반면, 베트남은 후진국형 사회주의 경제구조를 갖추고 있다. 농촌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베트남은 2016년 기준으로 1차 산업의 비중이 여전히 16%나 된다. 북도 1차 산업의 비중이 크긴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2차 산업 중심의 국가다. 초기에는 2차 산업이 상당히 발전했다. 다만, 지금은 너무 낡고 개혁하지 못해 북에 큰 짐이 되고 있다.

이론적으로 베트남의 문제는 경제발전의 문제였다. 하지만 북이 가진 문제는 경제 구조조정이다. 우리는 자동차, 대기업, 금융권 등 많은 산업에서 구조조정을 해봤잖나. 얼마나 어려웠나. 북이 그런 산업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북은 2차 산업의 비중이 워낙 커서 아직까지 2차 산업에 비중을 두고 있다. 구조조정이 쉽지만은 않을 거다. 또 하나 주의 깊게 봐야 하는 건 북의 산업구조 배치다. 북은 전국적으로 산업구조가 굉장히 평등하게 배치되어 있다. 대표인 게 인구다. 평양이나 남포 정도를 제외하고는 신의주나 원산 등 대부분 인구 30만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골고루 발달 되어 있는 거다. 6.25 전쟁 후 폭격에 대비한 것도 있을 텐데, 어쨌든 기간 산업의 핵심 몇 개 빼고는 대부분 전국 골고루 분포돼 있다. 장점일 수도 있지만 지금 북의 상황에서 어떨지... 집중과 선택이 필요한 시간이니까."

- 그럼 북이 현 상황에서 참고할 만한 모델은 어디인가?
"외려 북은 한국식 개혁 개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압축성장의 모범 사례다. 우리나라는 지역의 잉여인력이 도시로 가서 공장에서 일하며 인구 대이동이 있었다. 그렇게 생산 수출주도의 발전을 이뤄냈다. 물론 지금 북이 그렇게 하기에는 제약조건 많은 상태다. 김정은이 개혁하면서 지역 몇 곳으로 사람들을 밀집시키면 당장 주택문제부터 해결하기 쉽지 않을 거고.

다만, 개성공단처럼 한국이 들어가서 몇 개의 특구를 활용하고 중국을 통해 북중접경지역의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식은 있을 수 있다. 더 나아가서 러시아 등 다국적 협력체제를 갖추면 적어도 간단한 기초 산업에서는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본다. 많은 사람이 고도의 첨단기술을 요구하는 '하이테크(Hightech)'를 말하는데 사실 단순한 '로우테크(Lowtech)도 중요하다. 급이 떨어지는 기술도 수요가 상당하다."

"베트남과 미국의 과감한 관계개선, 북이 배워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미국 현지시각)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신년 국정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미국 현지시각)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신년 국정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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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은 도이머이 추진 10년 만(1995년)에 미국과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졌다. 미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었던 건 15년이 지난 2001년이다. 북은 이보다 시간을 앞당기고 싶어 할 것 같은데.
"북이 속도를 낼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여기에는 기본 조건이 필요하다. 북미 국교 정상화가 아니더라도 무역 대표부가 있고 사람들이 오가면 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거다. 그런데 베트남은 150번째 WTO에 가입하면서 세계경제에 완전히 편입했다. 북이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여기에는 단지 리더의 의지만 필요한 게 아니니까."

- 베트남이 미국과 수교 후 성공적으로 해외자본을 유치했다. 북도 해외자본의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북은 베트남 모델에서 어떤 전략을 배워야 할까. 한계가 있다면 어느 부분인가?
"북이 베트남에서 배울 수 있는 건 어려운 상황에서 과감하게 미국과 관계개선을 한 부분이다. 베트남 경제 개혁이 초기에 실패하자 이건 아니다 하고 미국과 관계개선으로 말을 갈아탔다. 당 지도부의 과감한 결정을 밀고 나간 거지. 그렇게 대외지향적 경제 정책을 폈다는 점이 베트남 모델의 핵심이다. 당시 베트남에서도 내부적으로 큰 우려가 있었다. 군대를 줄이고 노동력에 투입하고 그랬으니까. 하지만 미국과 수교하고 해외자본을 유치하는 게 답이라는 걸 확신하고 밀어붙였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 산업구조의 형태를 개혁하는 건 부수적인 일이다."

태그:#베트남, #김정은, #북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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