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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면 자꾸 시계를 흘끔거린다. 냉장고 앞을 서성이고 주방을 두리번거린다. 내게 음식물 섭취가 허용된 시간은 정오부터 저녁 여덟 시까지 하루 여덟 시간. 이후엔 물 이외에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 나는 간헐적 단식 중이기 때문이다. 늦은 밤에 출출하지 않으려면 저녁 여덟 시 전에 뭔가를 먹어 둬야 한다.

지난 1월 초, 간헐적 단식에 대한 SBS 스페셜 '2019 끼니반란'을 본 뒤부터 한 달째 단식을 이어오고 있다. 간헐적 단식의 원칙은 오로지 하나, 정해진 시간에만 음식을 먹는 것이다. 여덟 시간 동안 음식을 먹고 나머지 열여섯 시간 공복을 유지한다. 또 다른 방식으론, 일주일에 5일은 평소대로 먹고 2일은 저녁만 먹는 주 단위 간헐적 단식도 있다. 단식 후엔 몸이 원하는 음식을 찾아 먹으면 된다.

이번 다큐에서 특히 흥미를 끈 건 갈색지방에 대한 내용이었다. 사람처럼 몸 내부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정온동물 몸속엔 갈색지방이 있다. 같은 지방이라도 백색지방과 갈색지방은 역할이 많이 다르다. 백색지방은 남은 지방을 저장해놓은 것에 불과해 너무 많으면 비만해지고 성인병 등 문제를 일으킨다. 반면, 갈색지방은 바로 이 백색지방을 연료로 사용해 열을 만든다. 혁신적인 역할을 하는 갈색지방은 안타깝게도 신생아 시기 이후 점점 사라져 성인의 몸에는 남아 있지 않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몸속 백색지방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라는 게 학계 정설이었다. 운동 중 근육세포에서 나오는 이리신이라는 단백질이 저장용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처럼 열을 내는 데 사용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9년 성인에게도 갈색지방이 수십 그램 남아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갈색지방이 활성화될 때 소모하는 에너지는 우리 몸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최대 20%를 차지할 만큼 엄청나다. 갈색지방조직을 활성화할 수만 있다면 힘들게 운동을 하지 않고도 불필요한 백색지방을 없앨 수 있다는 얘기다.

예상하듯, 다큐에선 간헐적 단식이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바뀌게 한다는 것을 입증한 한 연구를 소개했다. 두 그룹의 쥐에게 똑같은 양의 고열량 먹이를 주었다. 단, 한쪽은 먹이를 자유롭게 먹도록 두었고 다른 한쪽은 하루 여덟 시간만 먹이를 먹게 했다. 16주 후, 자유롭게 먹은 쥐들은 비만해졌지만 간헐적 단식을 한 쥐들은 정상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했다.

간헐적 단식이 갈색지방의 활성화에만 도움을 주는 건 아니다. 단식은 장 내 좋은 박테리아를 더 많이 활성화하고, 장의 줄기세포 기능이 강화돼 다쳤을 때 회복 속도도 빨랐다. 또 인슐린 민감성이 높아져 혈당을 쉽게 조절할 수 있었고, 혈압도 떨어졌다. 모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결과다.

한 달 동안 나를 대상으로 실험해 본 결과, 체중은 1킬로그램 정도 줄었다. 다른 건강 수치는 측정할 수 없어 알 수 없지만, 내가 느끼는 몸의 변화는 또 있다. 속이 편해지고 피로가 회복되는 속도가 빨라졌다. 인스턴트식품도 덜 먹게 된다. 오전 9시쯤 일어나 12시까지 빈속인 채로 움직이다 보면 자극적인 라면을 먹고 싶다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는다. 담백한 것, 부드러운 것, 소화가 잘 되는 것을 찾게 된다. 밤에 배가 고파서라도 일찍 자리에 눕는다.

내가 한 달 동안 무난히 단식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하루 일과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조건이 큰 도움이 되었다. 만일 내게 삼시 세끼를 차려 줘야 하는 부양자가 있거나, 회식이 잦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면 단식 이어갈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아마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간헐적 단식은 살을 빼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닌, 내 삶을 어떻게 꾸려갈지 질문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언제 먹고 언제 쉴 것인가. 이 물음을 가능한 한 오래 지니고 있을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인천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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