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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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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입니다.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날로써 이때부터 농사가 시작하는 날을 의미합니다.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로서는 마을공동체에서 한해 농사의 풍요와 가정의 안정을 기원하는 날이었던 것이죠.

보름날은 옛 추억이 많습니다. 깡통에 구멍을 숭숭 뚫어 잔 나뭇가지를 넣고, 불 붙여 휙휙 돌리다 논두렁 밭두렁을 태웠던 쥐불놀이가 생각납니다. 깡통 불 자리가 만들어낸 동그란 원을 따라 뛰어놀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겨우내 연을 날리다 정월보름을 기해 멀리 날려 보냈습니다. 연에 액운을 날려 보낸 것이었습니다.

마을에서는 돼지를 잡아 잔치를 벌이면서 농악으로 당산나무 아래에서 굿을 하고, 또 윷놀이로 흥이 넘쳐났습니다. 마을잔치가 벌어진 날, 온 동네는 떠들썩하고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신이 났습니다.

보름날 동이 트기 전에는 땅콩 같은 부럼을 깨물었습니다. 일 년 내내 무사태평하고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게 축원을 하였습니다. 예전에는 종기나 부스럼 같은 병도 많았던 모양입니다.

또 해뜨기 전, 동네 사람을 만나는 대로 "내~ 더위!"하고 더위를 팔기도 했었지요. 더위를 이겨내려는 속내를 보인 것입니다.

보름날 아침. 싸레기 눈이 내렸습니다. 서울 외출을 앞둔 아내가 꼭두새벽에 일어나 보름상을 차렸습니다. 묵은 나물도 내왔습니다. 가지나물, 고구마순나물, 시레기나물입니다. 소박한 보름상입니다.

"해우에다 오곡밥을 싸서 먹어봐요!"
"당신, 해우를 알아?"
"우리 클 때 김을 해우라고 했잖아요!"


해우! 김을 그렇게도 불렀습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입니다. 김에 오곡밥을 싸서 묵은나물을 얹어 먹으니 꿀맛입니다.

예전 귀하디귀한 김을 보름날만큼은 넉넉히 싸서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신, 보름날 김을 싸서 먹는 이유 알죠? 복쌈이니까 맛나게 드세요. 우리에게 복은 무엇일까?"
"다른 게 있겠어. 건강 지키며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사는 거지!"



태그:#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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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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