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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달라'지는 경우는 하도 흔해 이를 맞닥뜨려도 별반 놀랍지 않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예컨대 어떤 관문을 통과한 자가 '나는 더 이상 진입장벽 저편에 있지 않으니 관심 없다'거나 '내가 들어왔으니 문을 더 좁혀야 한다'며 '무관심하기',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높은 진입장벽은 비정상'이라며 장벽을 깨려 애쓸 때가 그렇다. 그런 사람이 어디 어디 있냐고?

있었다. 자신은 독일인이면서 유대인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던 오스카 쉰들러가 있었고, 자신은 백인이면서 흑인 가정부들의 아픔에 공감한 소설 <헬프>의 기자 스키터가 있었다. 그리고 또 여기 있다. '비정상 기득권자'인 '비정상 변호사'들이.

18일 전국 로스쿨 재학생들의 총학생회인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이하 '법학협')는 '로스쿨 교육 정상화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청와대 앞 광장에서 천여 명의 로스쿨 학생들과 졸업생 및 변호사시험 수험생인 현직 변호사 등은 하나의 주장을 외쳤다. 그것은 급격하게 낮아진 합격률 하에서 로스쿨은 고시학원이 되고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은 불가능해졌으니 로스쿨을 정상화하라는 것. 실제로 지난해 치러진 제7회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49.3%였고 오는 4월에 발표될 제8회의 합격률은 그보다 낮은 4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로스쿨 학생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일면 이해가 된다. 그런데 이미 변호사가 된 이들의 참여가 의아하다. 로스쿨 정상화를 위한 학생들의 요구는 분명 변호사들의 이익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왜 이들은 변호사 진입장벽 안에 들어와 놓고도 장벽 밖의 학생들을 지지하는 것일까? 상식에 가까운 '화장실 나가면 안면바꾸기의 법칙'을 깨는 이해불가의 '비정상 변호사'들을 만나보았다.

장관을 비판한 청년 변호사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18.7.19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18.7.19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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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5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네이버 법률판과 한 인터뷰에서 제7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49.3%로 낮은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팩트체크를 해라. 80%가 넘는 학생들이 다 합격하고 있다"와 같은 답을 하였다. 하지만 사실 이는 박 장관이 "다음에, 그 다음에 합격하므로..."라고 했듯 응시생들이 로스쿨 졸업 연도부터 5년간 변호사시험에 응시한 것을 기준으로 한 누적 합격률 얘기.

얼마 뒤 박 장관의 위 발언이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며 "로스쿨 제도에 관한 여러 비판과 문제제기를 가짜뉴스로 호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당차게 비판하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짚는 칼럼 하나가 있었다(로스쿨 도입취지 몰각한 법무부장관의 '팩트 체크').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로스쿨 학생 등 변호사시험 수험생이 아닌 현직 변호사였다.

또 그는 18일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의 '로스쿨 정상화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총궐기대회'에 참석했을 뿐 아니라, 그 행사의 일환으로 로스쿨 재학생들 및 다른 현직 변호사들과 함께 정부 측에 관련한 서한 및 연명서도 전달했다. 연명서는, 그를 비롯한 현직 변호사 수백명이 로스쿨 정상화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직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로스쿨의 정상화와 변호사시험의 개선을 위해 글로, 말로, 행동으로 온몸으로 뛰어다니는 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 기득권자'인 '비정상 변호사' 오현정 변호사를 만났다. 다음은 오현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변호사시험 합격률"

- 현직 변호사인데도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의 정상화'를 위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나는 로스쿨을 다니면서 로스쿨 제도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직접 체감했다. 그런데 졸업 후에도 제도 문제로 학생들만 고통 받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됐다. 알면서도 가만히 있는 것이 참 불편해서 최소한 할 말은 하자고 생각했다."

-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 얘기를 했는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서울대 로스쿨 입학 당시만 해도 변호사 시험의 문제를 잘 몰랐다. 2학년 때 인권법학회장을 했는데 당시 학생회장이 학회장들을 모아 '지금 변호사시험이 사실상 1500명 정원제처럼 운영되고 있어서 이대로 불합격자들이 계속 적체되면 합격률은 가파르게 내려가 20%대로 수렴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향후 집회가 있을 예정이니 학생들에게 알려달라고 했다.

로스쿨에서 충실하게 교육을 받으면 최소한 변호사자격증을 취득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 얘기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이런 제도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 구체적으로 로스쿨 제도가 어떤 점에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나?
"학생들은 로스쿨 3년 내내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해 평가받고, 그 교육 강도 또한 결코 낮지 않다. 그 취지 또한 '교육을 통한 양성'에 있다. 그렇다면 졸업 후 로스쿨생들이 치르는 변호사시험은 의대생, 약대생 등이 치르는 이른바 국시와 같이 변호사가 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을 습득했는지에 대한 객관적 평가여야 한다.

그런데 대충 계산해도 매년 2000명이 입학하고 500명이 떨어지면 응시인원이 매년 500명가량 늘어나는데, 그 사람의 실제 실력과는 상관없이 1500명의 정원 밖으로 나간 사람들을 모두 떨어트리고, 이 때문에 변호사시험 커트라인 점수가 계속 급격히 상승하는데도 그것에 맞춰야 한다는 것은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과는 거리가 멀다. 시험이 이렇게 운영되면 교육도 파행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재학 중 동기들을 설득해서 로스쿨제도 정상화,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를 요구하는 집회에 함께 나갔고 로스쿨 제도 도입 당시 어떤 논의들이 있었고,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 사실 로스쿨 4기의 경우 합격률이 지금처럼 낮지는 않았는데 그 때 이미 로스쿨 제도의 정상화,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같은 주제들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인가?
"로스쿨 커리큘럼은 빡빡하고 경쟁 강도도 높다. 상대평가 시험에서는 내가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해서 그만큼 결실을 얻으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작년보다 올해 시험에 붙기가 더 어렵기 때문에, 항상 '선배들보다 더 가혹하게'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적정선이 없고 계속 무리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이런 경향이 계속되면 로스쿨 제도 자체가 흔들릴 거라고 생각했다. 합격률이 급격히 추락하면, 결국 학생들이 로스쿨에서 자신의 관심사를 발전시키거나 졸업 후 변호사로서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겨를도 없이 수험 공부에만 매진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학교는 지원자의 사회적 경험이나 변호사가 되려는 이유나 잠재력을 보지 않고 '검증된 시험기계'들만을 선발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도입 취지와 멀어지는 것이다."

'변시 낭인'으로 전락한 로스쿨생 

 
오현정 외 3인의 변호사는 18일 청와대 강문대 사회조정비서관을 만나 현직 변호사 250명이 연명한 성명서를 제출하였다.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이 성명서는, 로스쿨이 그 도입취지를 상실하고 고시학원화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근본적 해결은 애초 약속대로 자격시험으로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오현정 외 3인의 변호사는 18일 청와대 강문대 사회조정비서관을 만나 현직 변호사 250명이 연명한 성명서를 제출하였다.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이 성명서는, 로스쿨이 그 도입취지를 상실하고 고시학원화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근본적 해결은 애초 약속대로 자격시험으로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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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에 법무부 장관의 '합격률은 80%' 발언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다든지, 18일 집회에 연사로 참여하는 등 변호사가 된 뒤에도 계속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로스쿨제도 정상화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사실 졸업 후 많은 활동을 하지는 못했지만 선배로서 책임감을 느꼈다. 하지만 변호사협회가 직역이기주의에 기반한 주장만 반복하고, 제도가 망가지며 그 고통이 고스란히 학생들의 피해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현직 변호사로서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다행히 4회 변호사시험에 바로 합격해 송무를 시작했고 올해로 5년차 변호사가 되었다. 그런데 일을 하면 할수록 시험점수가 대체 왜 변호사의 자격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내가 시험을 볼 때도 그랬지만 사실 해가 갈수록 변호사 시험의 평가 내용이나 시험 준비를 위한 학생들의 공부 양상은 실무 능력이나 진정한 법학 실력과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변호사시험의 기록형 시험은 단순히 많은 쟁점을 도출시키기 위해 실제 실무에서는 도저히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얽히고설킨' 사례를 상정하여 출제하고 있다. 이건 결국 수험생이 쟁점에 부합하는 판례를 몇 개나 썼는지에 비례하여 점수를 쉽게 매기기 위한 '채점자의 편의'에 따른 것이다. 채점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수험생들은 최대한 많은 판례를 암기해야 한다.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단시간에 풀어내는 능력은 희소하긴 하다. 또 판례를 많이 공부하는 것이 법학 실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변호사로서 실무를 하는 데 있어 '채점 편의를 위해 필요 이상으로 꼬아서 출제한 문제를 빨리 푸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고, 또 중요할까?

적어도 내 생각에 실무에서 부딪치는 사건들 중 변호사의 능력이 중요한 사건들은, 증거가 부족해서 진실 발견이 쉽지 않거나, 기존의 판례로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아 새로운 법리 전개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거가 부족해서 진실 발견이 쉽지 않은 경우에는 각종 증거방법을 동원하여 최대한 유리한 증거들을 도출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변호사시험은 사실 인정의 문제와 입증을 위한 증거방법에 관해서는 지극히 이론적인 부분만을 평가할 뿐이다. 사안별로 가장 적절한 증거방법이 무엇인지 묻는 말에는 '단 하나의 정답'이 없고, 따라서 답안의 수준을 점수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사건에 적용되는 법 규범이 분명하거나, 법 해석이 기존의 판례를 통해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다면, 사실 적용 법률과 판례에 대한 리서치와 사안 적용 이상으로 변호사가 할 일은 없다. 이런 사건들은 누가 하나 비슷할 뿐 아니라, 요즘 흔히들 이야기하는 'AI 변호사'로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법 규범이 적용되는지도 명확하지 않고, 기존 판례의 법해석에도 공백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분쟁 상황에서 부딪치는 이해관계나 문제 상황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기본 개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전제로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또한 그러한 논리가 타당함을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인 논거들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런 능력은 사실 표준화된 시험으로는 평가하거나 길러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시험은 반드시 정답과 오답이 존재해야 하고, 정답과 오답에 시비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정답도 오답도 없는 가능성의 영역'을 평가하는 데는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다. 진정한 법학 실력은 결국 교육의 과정에서 배양되고, 계속 연구하고 실무를 수행하면서 심화될 수 있는 능력이지, 수험서에 적힌 판례를 단순히 많이 암기한다고 달성되는 건 아닐 것이다.

최근 서울대 연구팀이 현행 변호사시험은 '진정한 법학 실력'을 배양하는 목적조차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 또한 이런 맥락과 닿아 있다.

그렇다면 지금 변호사시험이 정말 변호사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객관적 평가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나는 법학 교육에 있어 가장 전문가인 '대학이' 직접 교육하고 졸업시킨 사람들을, '법무부가' 자의적으로 정한 정원 통제에 따라 자의적으로 잘라내고 있고, 이로 인해 교육이 황폐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피해는 온전히 학생의 것이 되었다. 그렇게 잘려나간 사람들은, 수천만 원의 등록금과 3년의 귀중한 시간을 로스쿨에 모두 투자하고도,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합격 기준에 맞추기 위해 계속 빚으로 연명하는 '청년 실업자'들이 된다.

더욱이 시험에 다섯 번 떨어지면 완전히 '아웃'이다. 좋은 직장을 박차고 나온 사람도, 로스쿨에 오지 않았다면 안정적으로 취업할 수 있었던 사람도, '변시 낭인', 청년실업자로 귀결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일수록 로스쿨에 적응하고, 시험에 합격하기는커녕 입학하겠다는 결심을 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이러한 제도 운영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고, 도입 취지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 로스쿨 정상화와 관련하여 특히 변호사시험 합격률 문제를 강조하는 이유는?
"다들 잘 아시다시피 한국에서 '시험'이란 참 절대적인 것이다. 한국의 학생들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시험 점수 경쟁'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길러진다. 어떤 사람들은 어린 나이에 중요한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이유로 승승장구하며 탄탄대로의 길을 걸어간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아무리 개인의 인품이나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시험 점수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삶이 어려워진다.

'시험 점수 경쟁'에 누군가의 생존이나 앞날의 성공이 달렸다고 인식되는 순간, 너나할 것 없이 시험 점수 경쟁에 모든 것을 걸고 달려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가치는 잊힌다. 그래서 우리는 교육의 문제를 말하기 이전에 시험의 문제를 말할 수밖에 없다.

로스쿨 또한 아무리 학교에서 교육을 잘하려 하고 학생들이 열의를 보인다고 해도, 시험 합격이 지상과제가 되면 교육은 아무 힘을 발휘할 수가 없다. 그게 지금의 로스쿨의 현실이다.

- 지금의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얘기했는데 과거 4기 로스쿨생으로 학교를 다닐 때에는 지금과 비교해 어땠나.
"내가 시험을 볼 때만 해도, 2학년까지는 필수과목에 열중하는 것 외에는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전문영역의 교과목을 수강하고, 학회 활동을 하고, 리걸클리닉이나 로리뷰, 모의재판 등의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수동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비평하고 경험하고 탐색해 나가는 과정들이었다.

예컨대, 1학년 때는 인권법학회에서 국가 폭력 피해자 증언을 직접 청취하러 필드워크를 다녀와 논문으로 정리했다. 2학년 때는 학회장을 맡으면서 당시 현안에 관해 공익인권소송을 수행하는 변호사님이나 학내 청소노동자분들을 모셔서 이야기를 듣고 토론했다. 학술지 <공익과 인권> 발간에도 관여하고, 국제인권 모의재판에 참여하고, 비용 지원을 받아 3학년을 앞둔 마지막 겨울방학에 유럽으로 국제인권연수도 다녀왔다.
 
서울대 로스쿨 4기인 오현정 변호사는 자신이 재학중인 당시만 해도 국제인권 모의재판대회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예비법조인 양성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변호사시험 학원이 된 현 로스쿨에서 이런 활동은 학생들에게 '사치'가 되었다고 말한다.
 서울대 로스쿨 4기인 오현정 변호사는 자신이 재학중인 당시만 해도 국제인권 모의재판대회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예비법조인 양성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변호사시험 학원이 된 현 로스쿨에서 이런 활동은 학생들에게 "사치"가 되었다고 말한다.
ⓒ 오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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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로스쿨 4기인 오현정 변호사는 자신이 재학중인 당시만 해도 국제인권 모의재판대회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예비법조인 양성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변호사시험 학원이 된 현 로스쿨에서 이런 활동은 학생들에게 '사치'가 되었다고 말한다.
 서울대 로스쿨 4기인 오현정 변호사는 자신이 재학중인 당시만 해도 국제인권 모의재판대회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예비법조인 양성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변호사시험 학원이 된 현 로스쿨에서 이런 활동은 학생들에게 "사치"가 되었다고 말한다.
ⓒ 오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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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졸업하고 겨우 1, 2년 지난 시점부터 후배들은 2학년이 되자마자 변호사시험 준비에 대한 압박으로 자신의 관심사나 진로를 위해 다른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더라. 로스쿨생들의 참여가 활발했던 국제인권 모의재판은 대학원 부문에서 지원자가 없어지더니 올해는 결국 폐지됐다. 그만큼 시험 운영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고, 제도의 본질적 목적과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재인 정부 이후가 더 문제"

- 법무부의 변호사시험 운영을 비판하는 이유는?
"로스쿨 재학 당시에도 법무부 앞에서 항의 집회에 참여한 만큼 잘못된 시험 운영, 그로 인해 점점 더 잘못되어 가는 제도 운영에는 법무부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내가 졸업한 뒤에도 법무부의 제도 운영은 가관이었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때는 법무부에서 뜬금없이 법률로 이미 예정된 사시 폐지에 관해 유예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발표해 로스쿨생들이 거세게 저항한 적도 있었다.

당시 법무부의 무책임한 발표에 찬동한 변협 등 기득권들은 '로스쿨에 입학하지 않은 사람도 변호사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이 마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장인 것처럼 포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의 배경이나 출신 학교 구성이 사법시험 때보다 오히려 다양해진 점, 사법시험 시절에는 기대할 수조차 없었던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장학금 지급 등 배려가 강화된 점은 도외시한 것이었고, 실상은 사법시험 출신들의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고 제도 변화 과정에서 법조인 배출 수를 더욱 줄이기 위한 시도였다고 본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우병우, 법무부장관이었던 김현웅, 국회에서 가장 열렬히 사시 존치를 외쳤던 김진태 모두 사법시험을 통해 배출된 검사 출신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더욱 문제라고 느낀 것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 이후다. 문재인 대통령만 해도 참여정부 시절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활동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당시 사법개혁과 로스쿨 도입에 관해 실무를 총괄한 사람이라, 제도에 관한 기본적 이해도도 높고 책임감도 클 거라고 생각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또한 로스쿨 교수로서 사법개혁으로서의 로스쿨 도입과 운영 경과를 잘 알고 있다.

더욱이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로스쿨 도입 초기부터 3000명 이상의 입학 정원,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에 대해 여러 차례 의견을 밝히고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그러니까 현 정부 주요 인사 대부분이, 로스쿨 제도 도입 및 운영 과정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인 거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는 변호사시험 개선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지방 로스쿨 시험장 확대, '오탈제도' 예외 사유 확대 등 몇 가지 실무적인 문제들만 일부 다루었을 뿐, 정작 로스쿨 제도 정상화에 가장 중요한 변호사시험 자격 시험화라는 과제에 관하여는 완전히 침묵하고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법무부는 초기부터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하겠다고 선언하고 '총점 720점' 이상 면과락자들에게 변호사 자격이 있다고 보았으며, 5회 정도 운영한 뒤에 합격 기준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시점까지 어떠한 재검토도 없이, 시험이 교육을 망치고 있다는 일선 학교들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무비판적으로 '1500명대'라는 아무 근거 없는 기준만 답습하며 합격자를 결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합격 커트라인은 900점에 육박하고 있다. 기수별 형평성 문제까지 발생한 것이다.

심지어 지난 10월에는 법무부장관이 나서서 현행 변호사시험 합격률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 취지의 인터뷰까지 하였고 이것이 법무부의 공식적인 온라인 공간에 게시되기도 하였다. 장관의 문제 인식 수준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지극히 경솔한 발언이었고,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현직 변호사 중 아무도 이 부분을 지적하지 않기에, 법률신문에 <로스쿨 도입취지 몰각한 법무부 장관의 팩트체크>라는 칼럼을 썼다.

나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참여정부에서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이유를 다시 한 번 깊이 있게 고찰하고, 제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실천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사법시험을 통한 법조인 선발 체제는 높은 시험점수를 기록한 사람들에게 승승장구 출셋길을 열어주었다. 합격의 대가는 지나치게 달았지만 불합격한 사람들은 철저히 잊혔기에, 점점 더 경쟁은 심해졌고 모두가 그 경쟁의 승리자들을 선망했다.

그런데 선망 받던 그들이 형성한 법조계의 모습은 폐쇄적인 특권의식, 부정부패, 전관예우, 기득권 카르텔 등으로 얼룩졌다. 권력과 자본을 지닌 사람들은 그들의 그럴듯한 언변을 힘에 입어 더더욱 승승장구했지만, 권력과 자본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던 사람들은 여전히 가장 힘들고 어렵고 비참한 순간에도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믿음은 불식되지 않았다. 한국의 사법신뢰도는 여전히 최악이다. 현재진행형인 사법농단 사태 또한, 특권계급화 된 법원 내 엘리트들이 조직의 기득권을 강화하기 위해 법과 양심에 대한 재판이라는 소중한 헌법적 원칙을 스스로 저버린 것이 그 본질이 아닌가.

우리 사회에 진짜 필요한 법조인의 모습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판사와 검사는 권력과 자본의 외압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한 법적 판단을 해야 하고, 변호사는 권리를 지키고 부당한 공격에서 자신을 방어하려는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

그렇다면 애초에 시험성적, 그것도 눈 감고 귀 막고 경쟁에만 몰입하며 공동체와 소통하고 연대하는 법은 잊은 채, 수험 서적만 파고들어 수험 기술에 집중해야만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의 성적만을 기준으로 법조인을 선발했던 것부터가 잘못 아닐까? 법치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조력자 역할을 하는 법조인이 '용'으로 인식되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참여정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답이 바로 로스쿨 도입이었다. 법조인을 오로지 시험성적으로만 선발하고, 사법연수원이라는 폐쇄적 시스템에 가두어 특권적인 동류의식을 형성하게 했던 사법시험 제도의 폐단을 넘어서기 위한 것이었다.

로스쿨 제도는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분야별로 특성화된 로스쿨의 교육을 통해 법조인으로서 가져야 할 지식과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것이어야 했고, 사회적 취약계층은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배려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졸업 후 치르는 변호사시험은 객관적으로 변호사로서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었는지 평가하는 자격시험의 형태로 운영하여 국가나 기득권에 의한 인위적인 정원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해야 했다. 또한 전반적으로 변호사의 수를 늘려 그동안 법적인 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충분한 법률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어야 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법조인이 특권계층으로 인식되지 않고 '적성과 흥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직업 중 하나'가 되어야 했다.

그렇게 법조인이 더 이상 '용'이 아닌 세상, 법을 몰라 억울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 없도록 개천에 녹아들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참여정부에서 로스쿨 제도를 통해 꿈꾼 세상이었다.

이러한 이상과 목적은 분명히 옳다. 기본적인 제도의 설계나 방법론 또한 큰 틀에서 맞다고 본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제도 운영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점검과 개선인 것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변호사시험을 극복해야 할 낡은 제도인 사법시험처럼 운영하여 로스쿨 도입 취지를 형해화시켜 왔다. 로스쿨 제도 본연의 취지를 살리려면,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하여 각 학교들이 특성화된 교육을 하고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가정 형편 때문에 선택의 제약을 느끼는 사람들도 안심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장학금 제도를 확충하고, 특별전형 제도도 진화시켜나가야한다.

많은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는 입학 과정에도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할 거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변호사 배출 수는 물론 로스쿨 입학 정원 또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인위적인 수량 통제로 인해 형성되어 온 변호사의 특권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권력과 돈을 추구하기 위해 법을 이용하고, 법조인의 지위를 이용해온 사람, 그래서 사회적 폐단을 초래해 온 사람들도 줄어들지 않을까? 진짜로 법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사람들만 남지 않을까?

"법조 시장이 포화 상태? 변호사가 필요한 곳 너무 많다"

- 변협은 법조 시장이 어려워서 법조인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하는데?
"법조 시장이 포화상태다. 즉, 법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다는 변협의 계속된 주장은 이익단체로서의 주장일 뿐이다. 그런데 변호사에 대해 전문자격증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변호사의 기득권을 강화하고 소득을 보장하기 위함일까? 변호사 자격증 제도는 변호사가 다른 사람을 대리하여 활동하는 만큼 어느 정도 전문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취지일 뿐이다. 제도를 통해 공익을 실현해야 하는 국가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현실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변호사들이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 법조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법률서비스의 부익부 빈익빈'이다. 권력과 자본을 가진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법률서비스는 이미 충분히 훌륭하고 풍부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변호사가 항상 아쉽다. 대기업은 수 백 명의 사내변호사를 두고 수 십 개의 자문 로펌과 계약해서 A부터 Z까지 철저히 법률검토를 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반면, 중소기업, 자영업자, 스타트업은 중요한 계약을 체결하면서도 변호사에게 계약서 검토를 맡겨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현대판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는 계약들이 버젓이 체결되고, 일을 하고 대가를 받기는커녕 막대한 위약금 청구를 당하는 억울한 사례들이 차고 넘친다.

실제로 영세한 업체나 개인을 대리하여 소송을 해보면, 의뢰인이 굉장히 억울해 하고 변호사와 판사 또한 안타까워하는데, 계약 자체가 불리하거나 증거가 너무 부족해서 소송을 통해 구제하기 어려운 사례가 상당히 많다. 분쟁이 심화되기 전에 좀 더 쉽게 변호사의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위험인데도, 한 번 일이 잘못되면 서민들에게는 파산과 폐업의 원인이 되는 거다. 아직 변호사가 필요한 곳이 너무도 많다."
 
18일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주최 '로스쿨 정상화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 요구 집회'에서 재학생과 졸업한 현직 변호사들이 한목소리로 로스쿨 정상화를 외쳤다.
 18일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주최 "로스쿨 정상화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 요구 집회"에서 재학생과 졸업한 현직 변호사들이 한목소리로 로스쿨 정상화를 외쳤다.
ⓒ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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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가 진출할 분야를 늘리고 변호사를 늘리는 것. 참으로 이상적이지만 말처럼 그렇게 쉬울까?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다는 점, 이 점을 부인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진짜 해야 할 일, 정부에 진짜 요구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를 줄이라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보다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쉽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예컨대 정부는 소송구제 제도를 확대하거나, 공적 영역에서 변호사를 보다 제대로 활용하고, 공익변론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제도를 고안하는 등 시민에게 법률서비스가 보다 가까운 것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변호사 단체 또한, 실질적으로 법률 수요가 있지만 현실적인 이유들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웠던 영역으로 변호사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그 제도 개선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신규 변호사의 수를 몇 백 명 줄여서 예비법조인들을 무의미한 무한 경쟁의 지옥 속에 가두자는 주장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 마지막으로 로스쿨생들, 법조인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는, 로스쿨과 관련하여 여러 주체들이 변호사의 일을 진정으로 가치 있게 만드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으고,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새 시대의 변호사에게 어떤 자격이 요구되는지, 이를 어떻게 교육하고 평가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고, 정부는 로스쿨 제도 본연의 취지가 구현될 수 있도록 제도를 재검토하고 효과적인 공공 법률서비스 제공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변호사들도 단순히 신규 배출 인원을 줄이라는 정당성 없는 주장을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시민의 곁에 더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WHY 로스쿨? WHY 로스쿨정상화?' 연재기사 보기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박은선은 로스쿨 재학생으로, 현재 '로스쿨 정상화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위한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TF 언론대응팀 소속이다. 본 기사의 원고료는 전액 로스쿨 정상화를 위한 활동에 기부한다.


태그:#오현정 변호사, #로스쿨 정상화, #변호사시험, #변호사시험 합격률, #연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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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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