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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가서 따지지 왜 여기에 온 거야!' 
지난 14일 오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경기도교육청 현관 앞 로비에 농성장을 차리려는 상담 선생님에게 교육청 관계자가 방해하며 한 말이다.

새 학년 준비로 바빠야 할 상담 선생님들이 경기도교육청 앞 차가운 인조대리석 위에서 두 달이 넘게 노숙농성과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청소년 상담사인 박호진, 김선희, 안미숙 선생님이다. 학교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기자회견이 있던 당일 바로 진행됐다. 먼저 두 달째 농성하는 심경을 알면서도 물었다.

"착잡하죠. 새해를 천막에서 보냈기 때문에 마음도 불편하고요. 화성시에서는 해고하고,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은 상황이라 더 답답해요."
 
화성 학교 청소년상담사 집단해고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들어간 조합원들
 화성 학교 청소년상담사 집단해고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들어간 조합원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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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대부분이 2~6년간 한 학교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상시 근무를 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계약해지로 해고를 당할 수 있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2012년에 경기도 교육청에서 채용공고가 나서 학교장 면접을 본 후 화성에서 처음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잠깐 쉬다 2014년 9월에도 학교장 면접을 보고 학교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채용한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2015년에 2년 이상자를 조사했고 연말이 되니 무기계약직 전환조건이 만 2년 초과자로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교육청에서 무기계약직이 안 된 선생님은 다른 조치가 있을 것이니 교육공무직 인력풀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리라는 공문이 왔어요. 알고 보니 그게 혁신 교육지구 창의 지성 사업의 1차 MOU가 끝났다는 걸 의미한데요. 그리고 2차 MOU에서는 창의 지성 사업은 하지만 인력사업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네요. 그런데 저희는 그것을 알 수 없죠. MOU 협약서를 일일이 공개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학교에선 저보고 '다시 올 거죠?'를 물어보시더라고요. '학교에서 저를 버리지 않으면 다시 오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일단 학교에서 다시 공고 나기를 기다렸는데 어느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어요. 교육청 말고 화성시 홈페이지에 채용공고가 났다고 하더라고요. 교육청이 아닌 화성시에서 공고가 나는 게 조금 놀라웠지만, 학교에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2016년 3월 28일 자로 기존 학교에서 다시 근무하게 되었어요. 계약서에 서명할 때 2016년 12월 31일로 되어있어 또 놀랐죠. 학교 학기는 2월에 끝나는데 저희는 연말까지로 되어있어 저희가 항의했죠. 그랬더니 17년 1월에 계약서를 또 쓰더라고요. 1년짜리로. 그때까지만 해도 저희는 이게 파견이라는 것을 감지하지 못했어요. 교육부 업무(위클래스)를 한 것이지 시청 일이나 위탁업체의 일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공공기관(학교)에 근무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2017년 8월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심사 1차 조사에 해당 사항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보고 파견직이라는 거에요. 조사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때 알았어요. 내년에 또 조사하는 게 있으니 그때 대상이라고. 저희끼리 2018년까지는 버텨보자 했어요. 그런데 2018년도 계약서에 서명할 때 위탁업체가 바뀌었어요. 저희가 원해서 위탁업체가 바뀐 게 아니었어요. 

생각해보니 2년이 되면 무기계약을 해야 하는데, 무기계약이 안 되게 하는 방법으로 위탁업체 변경 꼼수를 부리더라고요. 저희가 어떻게 해요. 사회적 약자이니 그렇게라도 버티고 있어야 무기계약이든, 정규직이든 하겠다 싶어 계약했어요. 그런데 2018년 10월이 되자 더 이 사업을 하지 않겠다 하는 거예요. 왜? 위탁업체가 바뀌고 2년이면 무기계약이 돼야 하고, 상시지속업무다 보니 정규직 전환 심사 조사대상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화성시의 정규직원이 되어야 하거든요. 그러니 화성시가 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


화성시와 경기도교육청의 창의지성교육 MOU는 2021년 4월까지였는데 화성시는 돌연 해고를 통보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을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게 되겠네요. 무기계약이 되지 않고 채용공고가 나기를 기다리던 선생님들은 화성시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의 학교 상담업무에 대한 공개채용 소식을 듣고 입사했어요. 청소년 상담복지센터는 입사한 2016년 3월 28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는 YMCA에 재위탁하여 운영하였어요. 만 2년이 넘어가기 전 2018년 1월 1일 자로 고용업체가 (사)청소년 불씨 운동으로 또 바뀌었어요. 만 2년이 되면 공공부문 민간위탁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 전환되는 심사에 들어가서 2019년 10개월 계약 통보에 항의했더니 무기계약직 포기각서를 종용했어요. 그럴 수 없다고 하자 계약종료라며 해고를 한 거예요. 솔직히 모르겠어요. 진짜 사장이 누구인지......"

무기계약직 전환조건이 만 2년 초과자로 바뀌면서 하루가 모자라 무기계약직 전환이 안 된 선생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2014년 3월 1일부터 2016년 2월 28일까지 근무하셨어요. 본인은 만 2년이 돼서 무기계약직이 된다고 기대했는데 명단에서 빠진 거죠. 상담사도 감정 노동자이다 보니 정신적으로 힘들 때는 약을 먹기도 해요. 그분도 약을 먹었지만, 하루 모자란 부분에 대한 억울함과 불안감으로 목숨을 끊으셨어요. 선생님이 언제 학교로 갈 수 있을지에 대해 얼마나 불안하고 억울했을지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당시 아무런 대처도 못 했어요. 고용이 불안정했기 때문에 겨우 선생님 몇 분이 조문 가는 정도였죠. 선생님께 미안한 마음이 아직 남아있어요."

평소 시민과의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서철모 화성시장. 그런 그가 '법대로 하라'며 간담회를 박차고 나간 까닭을 생각해봤을 때 노조 관계자는 시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노동 감수성의 결핍일까? 

"상담사 40명이 가서 이야기한들 시장님 앞에서 저희가 얼마나 이야기를 할 수 있겠어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교장 선생님이 부르면 사실 그 앞에서 마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없어요. 왜? 상관이니까요. 더군다나 법적인 것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노조 관계자분들과 상의를 하고 면담에 함께 할 것을 요청했어요. 

'왜 노조와 함께 왔냐?'고 물으셔서 저희는 법을 잘 몰라서 노조 관계자와 같이 왔다고 했어요. 그러자 시장님이 '나는 면담하고 싶지 않았다. 면담에 응해야 한다기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 그런데 여러분은 무장하고 왔다'며 법적으로 하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나셨어요. 무장했다니요? 직장에서 상관이랑 일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야 하는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갈 수 있나요? 어떤 질문을 하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을 준비해 가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생각해요."


상담 선생님은 학교에서 주목받는 위치가 아니다. 그래서 평소 하는 일이 궁금했다. 인터뷰하면서 '애플데이' '친구사랑'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교 프로그램이 모두 상담 선생님의 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학교행사, 행정적인 일도 하지만 주로 상담을 합니다. 위기상담의 경우 바로 개입해서 연계시키고, 자살이나 자해의 경우 정신건장증진센터로 연계하기 전까지 위기상황을 저희가 돕고요. 학부모 상담이 그 다음으로 중요하고, 교사들이 학생 상담 관련해서 자문을 구하기도 합니다. 상담이 50분이면 그것을 일지로 정리하고, 통계를 내서 가지고 있어야 하거든요. 교육청에서 봄에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정서인성특성검사는 초1, 4, 중1, 고1에 시행합니다. 통계를 내어서 분류를 하면 상담이 필요한 경계에 있거나 지속 상담이 필요한 경우 진행합니다.

예방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의 자존감, 사회적 기술 증진 집단프로그램이 있고, 학생들의 일반적인 교우 관계를 위해 해마다 계절별 행사들이 있습니다. 봄에는 친구사랑데이, 가을에 애플데이, 겨울에 우리들의 크리스마스 등 선생님마다 특색 있는 사업을 해요."


최근 들어 학생의 20%가 이상심리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만큼 상담 선생님 역할이 많아지는 이유이다. 학교 현장에서 어떤지 들어보았다.

"학교 상담의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이유는 다루기 어려운 우울감, 급성 조현병 증상, ADHD 같은 병리적인 문제를 가진 학생의 숫자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사 자폐 같은 경우는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가능하지만, 복합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은 몇 년씩 약물복용을 하고 있어요. 약효가 떨어지는 오후 2~3시 정도 불안을 느껴요. 이때 함께 버텨주고 견뎌주는 것, 학교 내에서 이 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에요. 특히 아이들이 극단적인 행동을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저희가 적극적으로 개입합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까지 상담을 하다 보면 정작 상담 선생님의 소진은 어떻게 해소할까. 또 상담사에게 직무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상담윤리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내담자의 비밀보장이거든요.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요청해서 상담이 진행돼도 학교 내에서 상담자, 상담내용 등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요. 상담이라는 것이 내적인 변화를 끌어 내다보니 외적인 행동의 변화가 금방 나타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모든 문제를 혼자서 감당하다 보니 힘이 들어요. 그럴 때는 신앙의 힘, 난타나 춤 같은 취미활동 혹은 동료나 선생님들과 슈퍼비전을 해요. 센터에서 자존감 향상 교육연수를 받아 도움을 얻기도 하지만 여름과 겨울 각 한 번씩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기 어려워요."

이들은 아이들이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마음을 표현할 때, 지원자 겸 부모 같은 존재로 학교에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보람이라고 말한다. 이 말을 하는 동안 이들의 얼굴이 쨍하고 밝아진다.

"초등학생이었던 아이가 고등학교 교복 입고 찾아와요. 담임 선생님은 학년이 바뀌면 학생과의 관계가 끝나지만, 저희는 그 학교에 근무하는 동안은 그 아이를 계속 보게 돼요. 평소 지적을 받다가 한 번이라도 칭찬을 받으면 소위 꼴통 짓을 하다가도 멈춰요. 학기 초가 학부모 상담주간이잖아요. 10회, 20회 아이와 함께 부모님 상담을 진행하면 가정의 변화가 생겨요. 다문화가정의 경우, 어머니에게 가정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담과 양육 태도 같은 교육을 병행해요. 청소년상담사라고 해서 청소년만 상담하는 것 같지만 교사의 심리적 소진 예방, 학부모를 통해 가정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각 학교에 상담사 선생님이 상주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학교에서 같은 상담업무를 하는 것처럼 보이나 고용 차이에 따라 네 부류로 나뉜다. 임용고시를 통과한 정규직은 상담교사, 상담교사에 준하는 호봉을 받으나 임용고시를 보지 않은 기간제 상담교사, 청소년상담사 중 2년을 초과한 무기계약직, 그리고 민간위탁 청소년상담사로 나뉜다. 그 처우도 차이가 난다. 이 불합리함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수 있을지 들어보았다.

"학교에서 상시근무자가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것이죠. 청소년상담사 2급 자격을 받으려면 석사 이수를 해야 해요. 교사자격증에 준한 전문적인 상담이 가능해야 합니다. 화성 오산지역 학교의 20%에 상담사가 비어있어요. 배출된 상담교사가 없기 때문에 전문상담사 자격에 준하고 학교의 전반적인 일을 수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뽑아서 배치한 것이죠. 학교에서 훨씬 많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의 전문성이나 역할을 의심하는 것은 없을 거로 생각해요. 

교육청은 현실적으로 필요한 인력에 대한 고용이나 예산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거꾸로 예산에 맞춰서 혹은 장의 의지에 따라 달라지면서 고용이 문제가 생기는 거죠. 이제는 풀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정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하라고 했으면, 그것을 기본으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고용안정을 바라는 그들의 희망이 해고를 당할 만큼 잘못한 일인가. 이들이 하루속히 복직되어 아이들과 학부모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도록 화성시와 경기도교육청이 노력을 해줬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경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 입니다. 또한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태그:#상담사, #청소년상담사, #경기도화성시, #노동조합,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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