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간도 명동촌 주택 막새 기와에는 기독교 민족정신을 상징하는 태극과 무궁화, 십자가 문양이 새겨져 있다.

북간도 명동촌 주택 막새 기와에는 기독교 민족정신을 상징하는 태극과 무궁화, 십자가 문양이 새겨져 있다. ⓒ CBS

 
"정의를 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게 하라"
(아모스5장24절)

 
정의를 가르치는 기독교가 불의로 얼룩졌다. 진리를 추구해야 할 종교가 돈과 권력을 숭배하면서 타락한 것이다. 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부자(父子) 목사 세습과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 재판을 둘러싼 잡음, 만민중앙성결교회 이재록 목사의 신도 상습 성폭행 사건 등 교회와 기독교인들의 사건사고로 인해 한국 기독교는 지탄의 대상이 됐다.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는 게 정상인데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비정상적인 지경이다.
 
한국 기독교를 변질시킨 역사적 사건은 친일과 친독재 행위다. 일제 강점기엔 우상숭배를 금하는 교리를 어긴 채 신사참배를 하고, 전투기와 기관총 등의 전쟁 대금을 헌납하고, 청년들을 전쟁터에 내모는 등의 부역을 저질렀다. 친일파 종교 권력자들은 친미로 변신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일왕을 찬양하던 입으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의 독재자를 찬양하면서 민주주의 말살에 가담했다. 이들에겐 권력이 신이었다. 
 
기독교인 22% 독립운동 참여... 기독교 독립운동 핵심은 '자기희생'
 
 북간도 기독교인들은 일제에 항거하다 순교당했다.

북간도 기독교인들은 일제에 항거하다 순교당했다. ⓒ CBS

 
기독교는 민족 앞에 죄를 짓고도 제대로 참회한 적이 없다. 이런 모습으로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야만 했을까. 기독교는 원래 이런 종교였을까. 아니다. 100년 전에만 해도 민족에게 희망을 주는 종교였다. 서굉일 한신대 명예교수는 식민지 조선 민중에게 기독교는 민족해방의 종교였다면서 북간도가 기독교 독립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하나님이 악을 행하는 일제를 쟁취하고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 민족에게 해방을 준다고 하는 복음이 구약과 신약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를 통한 민족운동이 북간도를 통해서 전파되었습니다. 북간도 명동촌 주민들은 새벽 2시면 다 깨서 새벽기도를 준비하고 민족독립을 위해 구국기도회와 부흥회, 토론회를 갖고 일제의 금융횡포에 맞서 신용협동조합 운동 등을 전개했습니다."
 
기독교 방송인 CBS(사장 한용길)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에 맞춰 십자가와 총을 들고 일제에 맞섰던 기독교 독립운동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북간도 기독교인들의 독립운동을 중심으로 제작한 특집 다큐멘터리 <북간도의 십자가>(연출 반태경) 2부작을 지난 1월 1일과 2일 이틀 연속 방송한데 이어 오는 3월 1일 밤 8시부터 10시까지 삼일절 특집으로 재방송한다.
 
 기독교 독립운동의 자기 희생 정신을 강조한 이덕주 목사.

기독교 독립운동의 자기 희생 정신을 강조한 이덕주 목사. ⓒ CBS

 
<북간도의 십자가>의 제작 의도는 무엇인가. 민족 구원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운 북간도 기독교인들의 역사적 간증을 통해 배금주의와 기복신앙에 빠진 기독교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다. 민주화운동과 인권운동에 앞장섰던 기독교의 정의로운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서다. 교회 장로인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3․1 운동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종교는 기독교였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서 16명이 기독교 대표입니다. 서울 외에 지방에 가면 대부분이 기독교 중심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3월에서 5월까지 그 통계를 보니까 잡혀 들어 온 사람의 22%가 기독교인이에요. 당시 기독교인 수가 20만 명을 조금 넘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인구가 1600만을 오갔는데 20만 명이라 한다면 1.5% 내외입니다. 기독교인 수가 1.5% 내외인데 참여도는 17%에서 22%라고 한다면 기독교인의 참여가 얼마나 컸습니까."
 

<북간도의 십자가>는 CBS가 아니면 만들기 어려운 다큐멘터리다. 일반 방송사가 제작했다면 독립운동은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기독교인들의 항일 순교 정신은 제대로 설명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전 감리교신학대 교수였던 이덕주 목사는 기독교 독립운동의 핵심은 기독교의 '자기희생' 정신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한 기독교인들이) '나는 지금 여기 도장 찍고 감옥에 들어갈 터인데 독립을 거두러 들어가는 게 아니다. 독립을 심으러 들어간다.' 그래서 위대한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3.1운동을 거룩한 운동이라는 거예요. 심는 것이 필요한 거죠. 다른 사람들은 다 거두려고, 기쁨만 누리려고 하거든요. 심는 자의 눈물은 몰라요. 누군가는 심는 아픔과 외로움이 있으면 훗날 그걸 거두는 기쁨을 누리는 거죠. 그래서 미래를 위해서 자기를 희생한 거죠."
 
북간도 '장암동교인 이중 학살' 조명... 예배당에 가두고 교인 36명 학살
 
 용정시 동명촌(노루바윗골)에 세워진 '장암동참안유적비'

용정시 동명촌(노루바윗골)에 세워진 '장암동참안유적비' ⓒ 조호진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식 후원 작품으로 제작된 <북간도의 십자가>는 기독교 역사학자들의 대거 참여로 만들어졌다.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만열 장로, 전 한성대 총장 윤경로 장로, 북간도 연구 최고 권위자인 서굉일 한신대 명예교수, 전 감리교신학대 교수인 이덕주 목사, 북간도 출신으로 북한 및 김일성 연구 최고 권위자인 미국 하와이대 서대숙 명예교수 등이 참여하고 (사)규암김약연기념사업회가 자문했다.
 
<북간도의 십자가>는 3.1운동 이후 가장 큰 만세운동이었던 '용정 3‧13 만세 운동'과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15만엔 탈취 사건', 청산리대첩 등 항일무장투쟁을 지원한 구세동교회 등 '북간도 기독교 공동체', 기독교 독립군을 배출한 '라자구 기독교 군관학교', 북간도 판 제암리 학살사건인 '장암동교회 이중 학살' 사건 등을 조명한다.

15만엔 탈취 사건은 명동촌 출신인 최봉설, 임국정, 윤준희, 박웅세, 한상호, 김준 등 철혈광복단 단원 6명이 조선은행 회령지점에서 용정출장소로 보내는 일본의 현금 수송 마차를 습격해 철도부설자금 15만엔을 탈취한 사건으로 당시 일본돈 15만엔이면 독립군 5천명을 중무장시킬 수 있는 큰돈이었다. 이 사건은 김지운 감독의 영화 <놈, 놈, 놈>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북간도의 십자가>는 특히 북간도 판 제암리 학살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장암동교인 이중 학살 사건'을 소개했다. 장암동교회 교인 이중 학살 사건은 봉오동과 청산리 전투에서 대패한 일본군의 보복 학살 사건이다. 일본군은 1920년 10월 30일 용정에서 25km 떨어진 장암동교회를 습격해 교인 36명을 예배당에 가두고 학살했다.

당시 <동아일보> 장덕준 기자가 취재하러 오자 일본군은 흔적을 없애기 위해 무덤에서 시신을 꺼내 불태우는 이중 학살의 만행까지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장 기자는 취재 중 실종됐는데 일본군에 죽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간도의 십자가>는 정흥철 화백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장암동교회 참변을 재현했다.
 
김약연과 윤동주 그리고 문익환과 문동환
 
 북간도의 마지막 생존 인사인 문동환(99) 목사는 병환 중에도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다.

북간도의 마지막 생존 인사인 문동환(99) 목사는 병환 중에도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다. ⓒ CBS

 
<북간도의 십자가>는 '간도 대통령'이라고 불렸던 명동촌의 지도자 김약연 목사, 용정의 지도자로 문익환 목사의 부친인 문재린 목사, 한국신학대학교와 한국기독교장로회 설립자인 김재준 목사, 북간도 민족교육의 산실이었던 은진중학교 출신인 윤동주 시인과 강원룡, 문익환, 문동환 목사 등을 조명했다. 특히, 친구였던 윤동주 시인과 문익환 목사의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독립운동에서 민주화 및 인권운동으로 이어진 북간도 기독교인들의 시대적 역할을 재조명했다.
 
북간도 기독교 독립운동과 임시정부의 관계도 재조명했다. "3천 개의 교회와 3천 개의 학교가 세워지면 조선의 독립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용정을 기반으로 독립의식 고취에 앞장섰던 이동휘 전도사 등은 임시정부의 요직을 맡았고 북간도의 항일무장 조직들은 임시정부의 군사조직으로 발전했다.
 
<북간도의 십자가>에는 북간도 출신 중 마지막 생존 인사인 문동환(99) 목사가 등장한다. 병상에 누워 있는 문 목사와 젊은 역사학자 심용환씨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고향 북간도와 독립운동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고(故) 문익환 목사의 아들이자 문 목사의 조카인 배우 문성근씨가 문동환 목사 역할을 맡아 내레이션으로 다큐멘터리를 이끌고 국립국악원 예술 감독을 지낸 기독교인 작곡가 류형선씨는 음악을 맡았다.
북간도의 십자가 기독교 독립운동 CBS 3.1 만세 1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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