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에페수스 지역의 고대사

 
아야술룩에서 출토된 미케네문명 유물
 아야술룩에서 출토된 미케네문명 유물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에페수스는 문명의 교차로에 있다. 그러므로 역사 속에서 여러 나라가 각축을 벌였다. 그래선지 이집트, 아나톨리아, 미케네 문명의 유물과 유사한 것들이 발굴되곤 한다. 에페수스는 기원전 10세기 이오니아의 식민지가 되었고, 그 후 그리스의 지배를 받았다. 기원전 568년에는 리디아 땅이 되었고, 기원전 547년부터는 페르시아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 그 후 에페수스는 아케메네스 왕조로 이어진 페르시아의 지배를 받는다.

에페수스 땅이 다시 그리스의 지배를 받는 것은 기원전 334년 알렉산더 대왕에 의해서다. 그는 그라니쿠스(Granicus) 전투에서 아케메네스 연합군을 물리쳤고, 그 후 기원전 133년까지 그의 부하 장수들에 의해 이 지역이 통치된다. 기원전 133년 에페수스 지역은 로마공화정의 지배를 받기 시작했고, 기원전 27년 아우구스투스가 로마황제가 되면서 에페수스가 소아시아 서부지역의 수도가 되었다. 이때부터 약 200년 동안 에페수스는 소아시아의 정치 경제 중심지로 번성했다.
 
원형극장
 원형극장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현재 에페수스 유적지가 이때 형성된 것이다. 이 지역에는 바수스 궁전, 하드리아누스 신전, 셀수스 도서관, 원형극장, 공동묘지인 네크로폴리스 등이 남아 있다. 이들 문화유산 중 큰 석조물들은 대부분 야외에 그대로 있지만, 금 세공품, 청동기, 철기 유리기 제품은 에페수스박물관으로 옮겨 보관되고 있다. 이들 전시물 중 로마황제 석상, 로만 글라스, 석관 등이 살펴볼만 하다.

로마시대 황제들의 모습을 찾아서

 
티베리우스와 리비아
 티베리우스와 리비아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로마시대 황제로는 아우구스투스, 도미티아누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상이 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 아우구스투스로 불리는 티베리우스 황제와 그의 부인 리비아 흉상이다. 근엄한 표정의 티베리우스와 도도한 표정의 리비아가 45도 각도로 바라보고 있다. 특이하게도 이들 사이에는 청동으로 만든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한쪽에는 근심스러운 표정의 아우구스투스도 보인다. 그리고 옷을 입은 리비아 반신상도 있다. 이것은 대부분 깨어져 복원을 한 상태다.

기원후 81년부터 96년까지 황제를 한 도미티아누스(Domitianus) 두상과 팔뚝도 인상적이다. 안타깝게도 코가 조금 손상되어 위엄이 덜한 편이다. 트라야누스(Trajanus: 기원후 98-117) 황제는 여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의 치세동안 로마제국의 영토를 가장 넓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선지 5현제(賢帝) 중 한 명으로 불린다.

 
코모두스
 코모두스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코모두스(Commodus: 기원후 180-192) 황제 두상도 있다. 코모두스는 철학자로 유명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황제의 아들이다. 로마 황제가 이처럼 부자간 계승된 경우는 별로 없다. 그가 192년 암살된 후 로마황제가 되려는 사람들의 암투가 심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발비누스(Balbinus) 황제 두상도 보인다. 그는 기원후 236년 단 6개월 황제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황제의 위엄보다는 군인의 얼굴을 보여준다.

로만 글라스로 알려진 유리기
 
로만 글라스 1
 로만 글라스 1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이곳에는 로만 글라스가 여럿 전시되어 있다. 기원전 3세기에서 기원후 3세기 무덤에서 발굴된 것들이다. 로만 글라스는 로마공화국 말기까지 헬레니즘 양식과 기법을 받아들였다. 그러므로 유리가 두꺼운 편이었다. 기원후 1세기 로마에서 유리를 불어 모양을 만드는 기법이 도입되면서 유리의 두께가 현저하게 얇아졌다. 이를 통해 오히려 유리기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그 때문에 좀 더 광범위하게 유리 소비층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리스 학자 스트라보(Strabo)가 쓴 지리학사전 『게오그라피카 Geographica』에 따르면, 유리컵 하나를 동전 한 잎이면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로만 글라스는 모양과 색깔이 다양하다. 목이 긴 술병과 화병, 주둥이가 좁거나 넓은 유리병, 비커 형태의 유리기, 원통형의 유리기, 네모나게 각이 진 유리기 등이 보인다. 어떤 유리기에는 손잡이가 달려 있다. 무덤에서 나와서 그런지 표면이 매끄럽지 않은 것도 보인다.
 
로만 글라스 2
 로만 글라스 2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한쪽에는 이들 유리기에 조명을 해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은은하게 비쳐드는 금빛과 비취빛이 환상적이다. 이곳에 있는 것들은 그 모양이나 색깔이 훨씬 다양하다. 보편적으로 유리기가 단색이지만, 가끔 문양이 들어간 것도 보인다. 이러한 것은 기원후 1세기 후반부터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유리조각이 모자이크 재료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로마시대 유리 제작은 2세기에 전성기를 맞이한다. 그것은 한편으로 생산기술이 발전했고, 다른 한편으로 소비층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유리기는 병, 컵, 그릇 종류로 그 용도가 확장되어나갔다. 그리고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로마의 수도를 콘스탄티노플로 옮기면서 이러한 기술은 동방으로 전해진다. 로만글라스 기법이 페르시아 지역의 파르티아를 거쳐 동방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그러한 교역의 결과 유리기가 신라의 왕릉에서도 출토될 수 있었던 것이다.

잠깐 만난 그리스 유물들

 
기원전 3,000년경의 청동기
 기원전 3,000년경의 청동기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이곳에는 아야술룩(Ayasuluk) 언덕에서 출토된 기원전 1400-1300년 미케네 문명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갈색의 토기들인데, 암포라(Amphora)로 가기 전 시대의 것으로 보인다. 토기의 입구가 넓은 것도 있고, 좁은 것도 있다. 용기 위쪽으로 손잡이가 달린 것들도 많다. 이들의 색깔이나 문양 그리고 재질을 통해 고대 그리스의 유물임을 알 수 있다. 이들 유물 뒤로는 미케네인과 그들의 생활상을 그린 그림이 있다. 아테네 고고학박물관에서 본 그림들이다.

이오니아 반도에서 출토된 기원전 3,000년경의 청동기도 전시되어 있다. 동검과 화살촉이 보인다. 청동은 대개 무기와 제기를 만드는데 사용되었는데, 여기는 무기류가 많은 것 같다. 기원전 6세기에서 기원후 3세기까지 그리스 유물도 있다. 신상과 인물상이 보인다. 양 같은 동물상도 있다. 토기로 만든 생활용품도 여럿이다. 이들 모두 그 수준이 꽤나 높아 보인다.

야외전시장에서 만난 조각들

 
이오니아식 주두
 이오니아식 주두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정원 형태의 박물관 야외전시장에도 유물들이 널려 있다. 건물 벽에는 이시스(Issis) 신전의 박공 조각이 재현되어 있다. 기원전 1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율리시스와 폴리페모스 그리고 주변인물이 보인다. 그렇지만 이것은 복제품이다. 이곳에는 또한 무덤의 석관, 건물의 기둥 조각, 그리스시대 인물상인 쿠로스(Kuros), 비문과 포고문 등을 새긴 비석 등이 있다. 비문의 글씨는 대부분 그리스어로 되어 있다. 로마시대까지 이 지역에서는 그리스어가 통용되었기 때문이다.

무덤의 석관은 부조형식으로 장식이 되어 있다. 이들 부조는 죽은 자를 찬양하는 내용일 수도 있고, 그의 일대기를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기둥의 주두는 코린트식이보인다. 코린트식 기둥 장식은 기원전 427년 처음 시작되어 로마시대까지 두루 사용되었다고 한다. 코린트식보다 앞선 이오니아식의 주두도 보인다. 주두 양쪽을 양머리로 장식한 것이 특이하면서도 예술적이다.
 
관습법 석판
 관습법 석판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포고문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석판 형태의 대리석이 있다. 에페수스 항구를 드나드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사항을 적은 것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포고문이기보다는 관습법(Customs Law)으로 보기도 한다. 자료에 의하면 기원후 62년 네로황제시대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관리, 상인, 노예 등과 관련된 세금 징수, 상품 거래, 대부와 보증 등에 관한 사항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모두 63개의 문단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태그:#에페수스박물관, #로마 황제, #로만 글라스, #그리스 문화유산, #야외 전시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