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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닥에 드러누운 '오월어머니'들 오월어머니집 추혜성 이사 등 5·18 희생자 유족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5·18 망언'에 항의하며 드러누워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찬바닥에 드러누운 "오월어머니"들 오월어머니집 추혜성 이사 등 5·18 희생자 유족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5·18 망언"에 항의하며 드러누워 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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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다시 헤집어진 거죠.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서 또 경험하고 있는 거예요."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에서 벌인 '5.18 망동'은 실제 5.18민주화운동 생존 피해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그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는 상태". 2012년부터 상담 등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생존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치유를 해 온 명지원 광주트라우마센터 재활팀장은 논란 직후 생존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상태를 이렇게 설명했다.

악몽, 각성, 불면.

명 팀장은 지난 1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5.18 생존 피해자들이 지금과 같은 논란을 겪을 때마다 보이는 증상들을 언급하며 "(지금 같은 상황은) 치유를 하다가 1980년 5월로 다시 데리고 가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명 팀장은 "스스로 마음을 안정화하는 연습을 쭉 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면 다시 (그 연습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하다"면서 "자신들이 한 망언이 (생존자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알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미쳐버릴 것 같다"... 트라우마 헤집는 혐오정치
 

"치유됐던 게 다시 상처가 나면, 한번 덧이 나면 더 아프잖아요. 그 자리에 덧나면, 그럼 그 고통을 또 느껴야 돼요... 우리가 '희망을 갖고 살아보자, 힘들어도'. 그런 마음으로 마음을 추스르는데, '빨갱이' 할 때마다 저희들은 가슴에서 피가 철철 흐르죠."

지난 2018년 5월 국가폭력트라우마국제회의에서 광주트라우마센터가 발표한 생존자 내담 기록 중 일부다. '5.18민주화운동'을 겪었다는 이유만으로 공동체로부터 격리되고 진상 규명이 완료된 '진실'이 매번 부정될 때마다, 생존피해자들은 고문, 구타 등 1차 트라우마를 넘어 정신적 후유증인 2차 트라우마를 겪는다. 망언이 빗발친 지난 국회 공청회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2차, 3차 가해를 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서울로 올라 가신 분들은) 여기 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대요. 터져버릴 것 같다고. 이근례 선생님(고 권호영 열사의 어머니)이 올라가시며 하신 말씀이에요. '가서 외치고 표현이라도 해야 내가 살지'라는 겁니다. 그 이야기는 그 상황으로 돌아가서 다시 그 경험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몸에서 먼저 각성이 되고 안정이 안 되는 겁니다. 연세가 80이 다 되신 분들이에요.

트라우마 치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내가 어떤 트라우마를 이야기해도 된다는 환경. 주변이 '나를 존중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기기 전에는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30여 년 동안 사회에서 이야기했더니 다 당하기만 하셨어요. '그만 좀 해라', '너희들만 그랬냐', '빨갱이한테 선동 당한 거 아니냐'... 계속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이들의 더 깊은 트라우마를 다룰 사회적 안전망이 확립이 안 됐다는 겁니다."


보수 정권이 찍은 낙인, 또 찍은 '망언 3인방'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인천 오페라합창단의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이 시작되자 태극기를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강운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지사는 제창한 데 반해 박 대통령과 박승춘 보훈처장은 자리에서 일어났을 뿐 노래를 부르지는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5월 18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인천 오페라합창단의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이 시작되자 태극기를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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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증후군(May syndrome)'은 5.18 생존 피해자 고통의 현재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용어다. 5.18 이후 국가 차원에서 만든 고립, 주변의 감시와 차별이 5월만 되면 다시 상기되는 현상을 뜻한다. 2012년 광주정신보건사업 지원단이 광주시민 3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5월이 되면 5.18에 대한 생각이나 그림이 떠오른다'에 55.8%가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5.18 생존자들의 오월증후군은 5월이 아니더라도 이번 사태와 같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불쑥불쑥 나타난다. 5.18 희생자를 '택배'로 비하한 일간베스트, 5.18 피해자를 '광수'로 낙인찍고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지만원. 생존자들은 이들과 직접 대면하고 분노하면서 또 다른 상처를 받는다. (관련 기사 : 5·18희생자 '택배' 비유 일베 회원에 모욕죄 선고)

명 팀장은 "당사자만이 고소와 고발을 할 수 있어 서울로 대구로 어르신들이 재판을 쫓아다녔다. 생존자들이 직접 그들과 싸워야 한다는 것 자체가... 그걸 대놓고 국회에서 벌였으니, 그 세 사람은 정상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공명선거 다짐하는 김진태-김순례 자유한국당 당 대표 경선과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김진태 의원과 김순례 의원이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서 공명선거를 서약하고 있다. '5.18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진태 의원과 김순례 의원에 대한 당 윤리위의 징계 여부는 2.27 전당대회 이후로 유보됐다.
▲ 공명선거 다짐하는 김진태-김순례 자유한국당 당 대표 경선과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김진태 의원과 김순례 의원이 지난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서 공명선거를 서약하고 있다. "5.18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진태 의원과 김순례 의원에 대한 당 윤리위의 징계 여부는 2.27 전당대회 이후로 유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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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팀장은 생존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지난 이명박, 박근혜 보수 정권에서 더 극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때는 오히려 (치유를 위해) 센터에 오지 못했다. 더 위축됐던 것이다. 전두환이 (회고록 운운하며) 큰소리치고, (5.18에 대해)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또 혹시나 내게 피해가 오면 어쩔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며 5.18 재조명과 진상규명 작업이 이뤄지면서 생존 피해자들의 '목소리 내기'도 가속이 붙고 있는 상황이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피해자들이 '안전'을 느낄 만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처벌할 수 있다는 희망". 명 팀장이 트라우마 치유의 첫 출발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뽑은 이유다.

계속해서 부정 당하는 역사가 있고, 실제 피해자가 현재 우리 공동체 안에서 트라우마를 계속 경험하는 한, 가해자들에 대한 '역사부정죄'는 적용돼야 마땅하다는 목소리다. '5.18을 왜곡하는 것은 죄가 된다'는 인식이 뿌리내릴 때, 온전한 트라우마 치유도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마무리께, 명 팀장은 '망언 3인방'에게 뼈있는 감사를 보내며 국회를 향해 5.18 부정에 대한 입법적 조치를 주문했다.

"그들에게 고마운 것은, 한국당이 5.18진상규명위원을 엉터리로 꾸렸다는 것을 국민들이 공감하게 해줬다는 것. 그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하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전 국민에게 환기 시켜줬다는 것이에요. 책임자를 처벌하면, 더 이상 5.18을 놓고 왈가왈부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 조치를 단단히 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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