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의 한 장면.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어머니와 아내를 잃은 마이클(벤 위쇼 분) 가족에게 그녀가 돌아왔다. 바로 보모 메리 포핀스(에밀리 블런트)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녀는 여전히 수상하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나이를 알 수 없는 그녀의 외모는 여전히 그대로고 특유의 도도함도 여전하다. 게다가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고 현실에선 볼 수 없는 상상의 세계로 아이들을 이끌고 다니는 것 역시 변함이 없다.

1964년 개봉된 <메리 포핀스>는 디즈니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역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걸작 뮤지컬 영화다. 동명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한 이 영화는 까탈스런 셩격의 '마법 보모' 메리 포핀스(줄리 앤드류스 분)와 뱅크스 집안 아이들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환상 모혐을 담고 있다. 개봉 당시 기록적인 관객 동원은 물론 각종 시상식 석권까지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공을 거둔 모범 사례를 이뤄낸 바 있다.

그런데 <메리 포핀스>의 속편이 이제야 나오다니? 반세기가 훌쩍 흐른 뒤에야 등장한 뒤늦은 2편 <메리 포핀스 리턴즈>(2018)는 과연 요즘 관객들을 사로잡을 마법을 발휘할 수 있을까. Strength(장점), Weakness(단점), Opportunity(기회), Threat(위험) 등 SWOT 방식으로 신작 <메리 포핀스 리턴즈>의 가능성을 살펴봤다.

[강점] 판타지+음악+가족... 디즈니의 특기 총집합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의 한 장면.  지금은 거의 사라지지시피한 셀 애니메이션 기법이 적극 활용되어 향수를 자극한다.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의 한 장면. 지금은 거의 사라지지시피한 셀 애니메이션 기법이 적극 활용되어 향수를 자극한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결합은 디즈니가 다른 제작사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였다. <메리 포핀스> <마법에 걸린 사랑>(2007) 뿐만 아니라 계열사 터치스톤을 통해 제작한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1988) 등을 통해 첨단 기술을 과감히 영상에 옮겨내는 실험을 단행했다.

그 사이 세월이 많이 흘렀고,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지금 다시 본다면 다소 촌스러울 수도 있는 방식이지만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또 한번 색다른 모험을 해냈다. 요즘 시대에 걸맞는 현란한 CG를 통해 수중 왕국을 구현하는가 하면 이제는 사라진 1960년대 기법의 '셀' 애니메이션 기법까지 되살려 <메리 포핀스 리턴즈>에 접목시킨다.

또 다른 장기인 뮤지컬 영화로서의 미덕도 빼놓을 수 없다. 에일리 블런트(메리 포
핀스 역), 린-미란다 마뉴엘(잭)을 중심으로 펼치는 다양한 노래들(과거 셔먼 형제가 작곡한 원작 음악을 기반 삼아 마크 셰이먼이 새롭게 만든 작곡)은 <시카고>, <숲속으로> 롭 마샬 감독의 연출과 맞물려 1편의 향수를 되살릴뿐만 아니라 뮤지컬로서의 즐거움까지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또한 저당 잡힌 집이 은행에 넘어갈 수 있는 위기에 처한 뱅크스 집안 사람들을 통해 잠시 잊고 있었던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등 디즈니 가족물 특유의 따뜻함도 여전하다.

[단점] 메리 포핀스? 우린 잘 몰라요
 
고전 <메리 포핀스>는 분명 시대를 빛낸 걸작이지만 요즘 국내 관객들, 특히 극장 흥행을 주도하는 젊은 세대들에겐 너무나도 낯선 존재다. 원작 소설과 영화 모두 친숙한 미국, 영국 관객들과는 전혀 다른 입장에 놓인 셈이다. 같은 줄리 앤드류스 출연작이지만 <사운드 오브 뮤직>에 비해서 현재 <메리 포핀스>는 고전 영화 마니아가 아니라면 그냥 예전 영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음악 교과서에도 실려있는 'Chim Chim Cher-ee' 정도만이 명작에 대한 흐려진 기억을 되살려 줄 뿐이다.

후속편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영화 예매 사이트 혹은 극장에 비치된 전단만 봐도 충분히 이해 가능한 줄거리를 지녔다. 하지만 1편과의 연결성을 감안하면 일부 설명이 필요한 대목도 등장한다. 이렇다 보니 <메리 포핀스 리턴즈>가 지금 한국 관객들을 사로 잡기 위해선 두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사랑스런 뮤지컬 음악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지만 확실하게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을 '킬링 트랙'의 부재도 다소 약점으로 작용한다. 에밀리 블런트와 픽시 데이비스 등이 부른 'Can You Imagine That?'이 고군분투하지만 'Chim Chim Cher-ee', 'Supercalifragilisticexpialidocious' 만큼의 강렬함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기회] 에밀리 블런트, 린-미란다 마뉴엘의 명연... 정선아의 우리말 열창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의 한 장면.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워낙 존재감이 뚜렷한 1편 때문에 뒤늦은 속편의 등장에 우려를 표명하던 현지 전문가, 영화 팬들이 제법 많았던 모양이다. 실제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줄리 앤드류스 그 자체였던 메리 포핀스 역을 과연 누가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뮤지컬과는 거리가 먼 에밀리 블런트의 등장은 다소 의외의 선택이었지만 그녀는 기대 이상으로 캐릭터에 부합하는 명연을 펼친다. 다양한 성격을 지닌 '까칠 보모'를 표현하는 능수능란한 표정 연기는 굳이 줄리 앤드류스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또한 그녀의 조력자이자 점등원 잭 역할을 맡은 린-미란다 마뉴엘은 <메리 포핀스 리턴즈>의 최대 수확 중 하나다. 국내 관객에겐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법한 그는 이미 <인 더 하이츠> <해밀턴> 등을 거치며 해외 각종 시상식에 이름을 올린 뮤지컬 스타다. 특히 힙합과 R&B까지 아우르는 파격으로 찬사를 받은 <해밀턴>의 주역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디즈니표 음악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경쾌한 랩까지 선사하는 등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한편 정선아-한지상 등 국내 대표 뮤지컬 배우들이 참여한 우리말 더빙은 오리지널 버전에 결코 밀리지 않는, 귀가 호강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수록곡 상당수가 폭발적인 성량을 필요로 하는 노래들은 아닌 탓에 기존 정선아의 능력치를 모두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빼어난 가창력을 보여주며 국내 뮤지컬 스타의 존재감을 맘껏 뽐낸다.

[위험] 적은 상영관 수... 훨씬 더 적은 더빙 상영관 수
  
 <메리 포핀스 리턴즈> 주연배우 에밀리 블런트와 만남을 가진 뮤지컬 스타 정선아.  한국어 더빙 버전에서 빼어난 가창력을 선보였다.

<메리 포핀스 리턴즈> 주연배우 에밀리 블런트와 만남을 가진 뮤지컬 스타 정선아. 한국어 더빙 버전에서 빼어난 가창력을 선보였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인 <메리 포핀스 리턴즈>의 한국 개봉은 다소 늦은 편이다. 이미 해외 시장에서만 3억 달러(한화 약 34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새로운 속편 제작이 예정되는 등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갔지만 국내 극장가에서도 이만큼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요 극장에 배치된 <메리 포핀스 리턴즈> 스크린 수는 여전히 파죽지세인 <극한직업>을 비롯해서 <증인> <해피 데쓰데이 2유> 등 경쟁 신작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설 연휴 전 대규모 프리미어 행사까지 진행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우리말 더빙 버전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전혀 배치 안된 상영관도 상당수이고 그나마 자리를 얻은 극장에서도 기껏해야 1~2회차 정도에 불과하다.

이밖에 강하고 자극적인 요소를 선호하는 성인 관객의 입맛을 맞추기엔 <메리 포핀스 리턴즈>가 다소 평이하게 흘러가는, 어린이를 위한 영화라는 점도 한국 흥행 고전을 피할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한다.
 

 
관련 영화 <세이빙 Mr. 뱅크스>
당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메리 포핀스>의 뒷 이야기

지난 2013년 제작된 <세이빙 Mr. 뱅크스>는 <메리 포핀스>의 영화화를 둘러싼 원작자 PL 트래버스(엠마 톰슨 분)와 제작자 월트 디즈니(톰 행크스 분) 사이의 갈등, 그리고 소설의 배경이 된 트래버스 자신의 유년기를 하나로 묶은 작품이었다.

<블라인드 사이드>, <알라모>, <파운더> 등 주로 실화 소재 영화 위주로 작품 활동을 펼쳤던 존 리 핸콕 감독은 1961년 영화사에서 실제 벌여진 이야기와 1900년대 초반 트래버스 가족이 겪었던 가슴 아픈 추억을 동시에 진행시키면서 극을 이끌어간다.

소설 속 등장 인물 뱅크스처럼 그녀의 부친 역시 은행 직원이었지만 실제론 실패한 직장인이자 현실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알코올 중독 환자였다.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먼길 달려온 까칠한 이모가 바로 메리 포핀스의 모델이었을 만큼 소설 <메리 포핀스>는 작가 트래버스의 유년기에 기반을 두고 상상력을 동원해 만든, 어찌보면 그녀의 자신의 이여기면서 현실 도피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뮤지컬로는 절대 못해! 펭귄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삽입하지마!" 등등 매번 영화 제작진 측과 트래버스는 사사건건 다툼을 벌이는 일이 다반사였던 이유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메리 포핀스>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트래버스의 반대로 인해 그녀 생전에는 속편 제작을 할 수 없었다. <메리 포핀스 리턴즈>가 무려 54년 만에 제작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해 AFI(미국영화연구소) 선정 올해의 영화 Top 10에 선정되고 주요 영화상 후보에도 다수 이름을 올린 <세이빙 Mr. 뱅크스>는 개봉 당시 한국 관객들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메리 포핀스>, <메리 포핀스 리턴즈>의 기원 및 뒷 이야기가 궁금한 분이라면 충분히 즐길만한 작품이다. 엠마 톰슨(트래버스 역), 톰 행크스(월트 디즈니 역)의 호연도 눈 여겨 볼만하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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