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르테미스신전의 현재 모습
 아르테미스신전의 현재 모습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에페스는 터키 서부 에게해에 있는 고대도시다. 로마시대 에페수스(Ephesus)로 불렸고, 그리스시대에는 에페소스(Ἔφεσος)로 불렸다. 터키사람들은 에페스라 부르는데, 그 어원은 히타이트시대 도시 이름 아파사(Apasa)에서부터 나왔다. 에페수스는 로마시대 가장 번성해 인구가 20만 명 정도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 유적이 현재 셀주크 서쪽에 남아 있다. 그러므로 관광객들은 에페수스 고대유적을 보고 나서 동정 마리아의 집이나 아르테미스 신전을 찾게 된다.

동정 마리아는 예수가 죽은 후 이곳 에페수스로 피신해 살았다고 한다. 아르테미스 신전은 고대 그리스 최대의 건축물로, 고대 세계 7개 불가사의 중 하나로 불린다. 아르테미스 신전이 세워진 것은 기원전 6세기 그리스 사람들에 의해서다. 그 후 두 번 파괴와 재건을 거듭하다 기원 전 320년 경 길이 137m, 폭 69m, 높이 19m의 신전으로 완성되었다. 그 후 500년 가까이 신전으로 활용되다가 기원 후 268년 고트족에 의해 크게 파괴되었다. 그리고 신전으로서의 기능을 다한 것은 407년 이후 기독교도들에 의해서다.

 
에페수스박물관
 에페수스박물관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폐허가 된 이곳 아르테미스 신전에 대한 조사와 발굴은 1869년 영국 고고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발굴과 복원까지 생각한 그들의 조사는 1906년까지 계속되었다. 1896년부터 1906년까지는 오스트리아 학자들에 의한 발굴 조사가 이루어졌다. 그 때문에 런던에 있는 영국박물관과 빈에 있는 에페소스박물관에 아르테미스 신전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1907년 이후 발굴된 유물이 에페수스(고고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아르테미스 신전의 유물을 찾아 박물관으로

 
아름다운 아르테미스
 아름다운 아르테미스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현재 아르테미스 신전 터에는 기둥과 깨진 주춧돌만 남아 있다. 하나의 기둥이 서 있는데, 완전하지 않고 부러진 걸 이어놓은 형태다. 기둥 위에는 황새가 둥지를 틀고 있다. 이곳의 기둥 일부가 이스탄불의 하기야 소피아 성당을 짓는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신전 뒤 언덕에는 이슬람식의 성도 보이고 비잔틴 양식의 바실리카도 보인다. 폐허가 된 신전에서는 오리들이 놀고 있다. 아르테미스 신전의 유물을 보기 위해서는 에페수스박물관으로 가야한다.

에페수스박물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유물은 아르테미스 여신상이다. 모두 세 개가 있다. 하나는 '아름다운(beautiful) 아르테미스'고, 다른 하나는 '위대한(great) 아르테미스'이며, 나머지 하나는 머리와 팔이 없는 아르테미스다. 이들은 로마시대인 기원 후 1-2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아르테미스가 1세기에, 위대한 아르테미스가 2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위대한 아르테미스
 위대한 아르테미스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처녀 사냥꾼으로 나온다. 그런데 로마시대가 되면서 결혼과 출산이라는 상징이 더해져 어머니 여신(Mother Goddess)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졌다. 이곳에 있는 아르테미스에서도 우리는 다산과 풍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가슴에 달린 수많은 젖가슴 때문이다. 이것을 알(Eggs)로 보기도 하고, 황소 불알로 보기도 한다. 알이건 젖가슴이건 불알이건 출산과 풍요와 관련이 있다.

이처럼 아르테미스는 처녀에서 어머니로, 출산에서 풍요로 그 의미가 더해졌다. 아르테미스 여신에 대한 이러한 믿음이 줄어들게 된 것은 로마시대다. 로마시대 사람들은 인간의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신에게서 답을 찾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실의 문제, 사후세계의 문제에 대해 좀 더 직설적으로 설명해 주는 종교를 찾았다. 그것이 기독교다. 로마시대 기독교가 공인되면서 그리스 신들은 말 그대로 신화상의 인물이 되고 말았다.

 
아름다운 아르테미스 상부
 아름다운 아르테미스 상부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이들 두 개의 아르테미스 여신상 중 '아름다운 아르테미스'가 예술적으로 훨씬 아름답고 상태가 좋다. 얼굴 표정도 밝고 훼손도 적으며, 몸에 조각된 동식물을 좀 더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목 뒤에는 광배형식으로 사자, 황소 같은 동물이 조각되었다. 목에는 두툼한 목걸이가 걸려 있고, 그 아래 12궁도를 조각해 넣었다. 어깨에는 사자 4마리가 그녀를 호위하고 있다. 가슴에는 젖가슴이 30개쯤 보이고, 양 손은 사람을 영접하는 모습이다.

허리로부터 발까지 부분에는 정면에 사자, 닭, 사슴 등 동물을 새겨 넣었고, 측면에 천사, 꽃잎, 꿀벌을 새겨 넣었다. 천으로 덮인 발은 발가락 부분만 드러나 있다. 아르테미스 여신 양쪽에는 두 마리 동물이 호위하고 있다. 머리가 잘려나가 확인은 어렵지만 사슴으로 보인다. '위대한 아르테미스'는 '아름다운 아르테미스'에 없는 보관을 머리 위에 쓰고 있다. 보관에는 동물, 천사, 건물이 조각되어 있다.

그리스․로마시대 신과 인물을 만나보자.

 
아스클레피오스와 그의 딸 히게이아
 아스클레피오스와 그의 딸 히게이아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에페수스박물관에 들어가면서 처음 만나게 되는 게 아르테미스상인데,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신적이지 않고 인간적이다. 수줍어하는 처녀의 모습이다. 그리고 의학의 신 아스클레피오스(Asklepios)와 그의 딸 히게이아(Hygeia)의 대리석상도 보인다. 이들 사이에는 의자가 하나 놓여 있다. 환자들은 이곳에 앉아 아스클레피오스와 인터뷰를 한다. 인터뷰를 통해 병의 원인을 찾아내고 처방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육체적인 병뿐 아니라 정신적인 병까지 고쳐준다고 한다.

비를 가져다주는 신, 또는 강의 신으로 알려진 마르나스(Marnas)도 있다. 그는 인간들을 기근으로부터 구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인상적인 조각은 트라야누스 황제(Traianus: A.D. 98-117)의 동방원정이다. 이때 동방은 페르시아의 후예인 파르티아(Parthia)다. 이들 두 세력은 메소포타미아와 아르메니아 지역을 놓고 각축을 벌였다. 투구와 방패로 무장한 로마 기병과 사로잡힌 포로들의 모습으로 보이는데, 훼손이 심해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꽃미남 가니메드
 꽃미남 가니메드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로마황제 티베리우스(Tiberius: A.D. 14-37)와 그의 부인 리비아(Livia)의 흉상도 보인다. 그러므로 이 흉상은 기원후 1세기 작품이다. 이곳에는 또한 주신 디오니소스, 소크라테스 두상, 꽃미남 가니메드(Ganymede) 두상, 메난드로스(Menandros) 흉상도 보인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곳은 벽에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고, 벽감에 아르테미스상이 서 있는 방이다. 아르테미스는 사냥을 나가려는지 왼발을 앞으로 내디딘 모습이다. 바닥에는 모자이크화 장식이 있다.

광장과 분수 주변에서 발굴된 신화상의 인물조각도 있어

 
휴식을 취하는 전사
 휴식을 취하는 전사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에페수스에는 폴리오(Pollio) 분수와 도미티아누스(Domitianus) 광장, 트라야누스 분수, 바수스(Laecanus Bassus) 분수가 있었다. 이들이 파괴되어 땅속에 묻혔다가 발굴을 통해 발견되어 이곳에 전시되고 있다.

폴리오 분수와 도미티아누스 광장에서 나온 유물이 한 방에 있다. 폴리오 분수의 유물은 그리스 신화를 이야기한 《오디세이아》의 인물들을 보여준다. 율리시스, 오디세우스, 폴리페모스(Polyphemos) 등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휴식을 취하는 전사다. 그것은 사실적이면서도 예술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1세기 후반 작품으로 길이가 217㎝나 된다.
 
아프로디테
 아프로디테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트라야누스 분수에서 나온 작품들은 우리에게 친숙하고 예술성도 뛰어난 편이다. 대표적인 것이 디오니소스, 아프로디테, 사티로스, 안드로클루스(Androclus)상이다. 디오니소스는 나무둥치에 기대서있다. 균형감이 뛰어나다. 아프로디테는 반라의 모습이다. 머리가 없는 게 유감이다. 이 공간의 한쪽 벽에는 로마 황제로 보이는 인물들의 두상과 흉상이 있다.

다음 바수스 분수 공간은 앞의 두 공간에 비해 그 격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그것은 인물이나 스토리가 덜 유명하기 때문이다. 또 머리가 대부분 떨어져나가 어떤 인물인지 알기도 어렵다. 이들을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에로스 조각상들이 많은 중간 전시실을 지나게 된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발견된 유물로 청동, 대리석, 테라코타, 황금으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모두 개성이 뚜렷하고 예술성도 느껴진다.
 
돌고래를 타는 에로스
 돌고래를 타는 에로스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돌고래를 타고 있는 에로스는 청동으로 만들어졌다. 높이가 17㎝ 길이가 30㎝ 밖에 안 되는 소품이다. 기원후 2세기 작품으로 역동성이 느껴진다. 대리석으로 만든 에로스는 날래가 달렸고, 손으로 토끼를 잡고 있다. 에로스와 안테로스(Anteros)가 하늘을 나는 테라코타도 있다. 안테로스는 에로스의 동생으로 응답하지 않는 사랑에 대해 복수를 한다. 이 작품에서는 안테로스가 에로스의 팔을 잡고 사랑을 말리는 모습이다. 그리고 황금으로 만든 아주 작은 에로스상도 있다. 이것은 확대경으로 보아야만 한다.

태그:#에페수스박물관, #아르테미스신전, #아름다운 아르테미스, #디오니소스, #에로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