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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 잘 알고 처신해야 한다. 그래야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고, 최소한 본전은 지킬 수 있다. 성인이 되기까지 아버지가 자주 하셨던 말씀이다. 자신의 현재 위치를 잘 알기 위해서는 과거를 잘 살필 줄 알아야 한다. 독립된 인격체로서 나 자신이 걸어온 여정뿐만이 아니라 내 가족과 넓게는 우리 사회가 고개를 넘고, 굽이쳐온 시대의 변화를 상식의 수준에서 이해할 필요도 있다.

사람의 처신은 말과 행동으로 나타난다. 남의 눈치를 살피고, 사사건건 소심하게 말하고, 행동할 필요는 없지만, 말은 거짓이 없어야 하고, 행동은 신중해야 한다. 지극히 상식적이어서 언급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이런 민망함은 응당 그래야 할 책임과 의무를 부여받은 위치의 사람들이 그러지 못할 때 분노로 바뀐다.

새삼스럽게 교과서 같은 이야기를 꺼낸 건 민의를 대표한다는 국회에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처신들' 때문이다.
 
지만원과 나란히 선 이종명-김순례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는 지만원씨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 발표자로 나서 이종명, 김순례 의원 등과 함께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 지만원과 나란히 선 이종명-김순례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는 지만원씨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 발표자로 나서 이종명, 김순례 의원 등과 함께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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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이 주최하고, 극우 논객 지만원씨가 발표자로 나선 5.18 진상규명 공청회가 있었다. 여기서 보통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믿기 힘든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이 나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종명 의원은 "이제는 사실에 기초해서 논리적으로 이게 북한국이 개입한 폭동이었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 김순례 의원은 "종북좌파들이 지금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 내면서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망언을 쏟아냈다. 모두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희생자와 가족의 아물지 않은 상처를 또 한 번 후비는 비인간적, 비상식적 행동이다.

이미 합의를 이룬 5.18의 역사적 진실

5.18 민주화운동은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룩한 역사의 긴 여정의 중요한 전환점이었음을 여야,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인정해왔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역사를 왜곡하던 불행한 시간을 지나 본래 위치를 찾아간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5월 국방부가 "5.18 북한군 개입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광주시에 통보한 사실도 있고, 2016년 5월 황교안 전 총리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기념사에서 "5.18 민주화운동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큰 진전을 이루는 분수령이 됐다"면서 "우리는 5.18 정신을 밑거름으로 삼아 사회 각 부문에 민주주의를 꽃피우며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데 힘써왔다"고 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공약했고, 2017년 5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이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렇게 역사의 진전을 이루고, 5.18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2019년 정초에 튀어나온 국회의원들의 막말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행위다.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적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잘못된 정치 행위다. 갈등을 해결하고, 합의와 화합을 이끌어야 할 정치인의 본분을 망각한 처신이다.

그날의 '주인공'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앞당긴 5.18정신을 배격하고, 왜곡하는 거라면, 독재정권에서 살기 원하는 것인가? 박정희에 이은 전두환 군부 독재가 계속되길 원했던 것인가?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한 정치인들이 원하는 사회가 무엇인지 정말로 궁금하다. 거짓된 말을 내뱉고, 경거망동해서 그들이 얻는 것이 무엇일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진실을 감추려고 하는 정치인들은 국민이 기억할 것이고, 역사에 죄를 짓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잠깐의 정치적 실익이 있을지 모르지만,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망각한 사람에게 정치적 기대를 거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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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