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에 새로운 경향이 나타났다. 힙합의 거대 돌풍으로 케샤, 리아나, 케이티 페리,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2010년대 초반 이후 잠시 주춤한 여성 뮤지션의 부흥이 바로 그것이다. 싱글 차트를 거침없이 주름잡고 있는 아라아나 그란데를 비롯해, 할시는 얼마 전 'Without me'로 개인 통산 첫 번째 차트 정상을 밟았으며, 니키 미나즈를 뒤로하고 카디 비는 어느덧 여성 대표 래퍼로서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한편, 또 다른 흐름이 감지되니 그건 바로 작곡가 출신 뮤지션들의 성공이다. 그다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알고 보니 여러 히트곡을 직접 써낸 잘 쓰고, 잘 부르는 이름 하여 '화려한 변신: 작곡가에서 뮤지션으로' 특집! 범위는 최근 1~2년 새 차트에서 흥하고, 요즘 대중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 뮤지션으로 정했다. 그러니 다소 주관적이더라도 이해해주시길.
 
베니 블랑코
 
 

'Eastside'로 빌보드 핫 100 최고 순위 9위에 오르고, 지난 몇 주간 Top 15위를 오가며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직접 부른 노래로 차트 인을 일군 건 처음이지만 사실 그는 프로듀서, 작곡가로 이미 10여 년간 활동한 베테랑이다. 히트곡도 어마어마하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에드 시런과 함께 만든 저스틴 비버의 'Love yourself'는 2016년 빌보드 연간 차트 1위란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이 외에도 케샤의 'Tik tok', 마룬 5의 'Moves like jagger', 'Payphone'을 비롯해 셀레나 고메즈, 할시, 위캔드, 미구엘 등 그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뮤지션이 없을 정도다.
 
일찍이 힙합 뮤지션 나스, 알앤비 대부 올포원의 음악을 통해 작곡가를 꿈꿨던 그는 미국의 또 다른 히트곡 제조기 닥터루크의 밑에서 수학하며 곡을 썼다. 2019년 현재 총 26개의 싱글 정상 곡을 만들어냈으며(공동작곡 포함) 2018년 첫 데뷔 EP < Friends Keep Secrets >을 발매했다. 패닉 앳 더 디스코의 브랜든 유리, 영국 최고의 프로듀서 캘빈 해리스, 'Lucid dreams'으로 싱글 차트 2위까지 오른 쥬스 월드에 이어 스웨 리, 타이 달라사인까지. 화려한 피처링진으로 첫 출발을 시작한 베니 블랑코. 과연 그는 솔로 커리어로도 꾸준히 성공 홈런을 칠 수 있을 것인가!
 
줄리아 마이클스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보이스 칼라와 미니멀한 사운드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선율을 꾸리는 그야말로, 멜로디라인계의 밀당 달인 줄리아 마이클스. 2017년 처음 발매한 EP < Nervous System >의 타이틀 'Issues'로 빌보드 싱글 차트 11위에 오름은 물론, 제60회 그래미 본상 2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그의 작법 특징은 역시, 전형을 따르지 않는 멜로디 진행이다. 위에 언급한 EP < Nervous System >의 수록곡 'Uh huh'는 가벼운 사운드의 빈틈을, 호흡을 끊고 푸는 반전으로 채우고, 마찬가지로 'Pink'는 기습적인 속삭임을 가미해 곡의 짜릿함을 더한다. 이처럼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의 매력을 뽑아내는 그의 작곡 성향은 유독 눈에 띄는 개성을 지녔다. 때문에 솔로 데뷔 후 만든 셀로나 고메즈의 'Bad liar'나, 데뷔 전 작업해 크게 히트한 저스틴 비버의 'Sorry', 그웬 스테파니의 'Misery', 'Make me like you' 등에서 은은히 풍기는 줄리아 마이클스의 잔향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 얼마 전 새로운 EP < Inner Monologue part 1 >을 발매함으로써 솔로 커리어 2막을 시작했다.

시아
 

단정하게 자른 금발 가발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뜨거운 인상을 남긴 호주 발 싱어송라이터 시아. 빌보드 4주 연속 1위로 큰 인기를 끈 2016년 싱글 'Cheap thrills'와 같은 해 차트 18위까지 오른 'The greatest' 등 이미 수많은 히트곡을 가진 그는 트레이드마크인 거친 보컬과 거침없이 내지르는 벨팅 창법만큼이나 굴곡진 인생사를 지녔다.
 
싱어송라이터로 뮤지션 커리어를 시작하긴 했지만, 어린 나이에 미래를 약속한 애인의 죽음으로 한 차례, 의도치 않은 양성애자 커밍아웃으로 또 한 번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계속된 우울증과 자살 시도, 은퇴 선언 속에서 힘겨워하던 그를 살린 건 다름 아닌 2011년 작곡과 피처링으로 참여한 데이비드 게타의 'Titanium'과 플로리다의 'Wild ones'이다. 두 곡의 성공으로 다시 음악 신에 복귀한 시아는 이후 제시 제이의 'Flashlight', 카일리 미노그의 'Kiss me once' 등을 작곡하고, 솔로 커리어 사상 처음으로 가장 큰 성공을 일군 'Chandelier'(8위)를 시작으로 송 라이팅과 가창을 넘나들며 활동 중이다.
 
레이디 가가
 
 

데뷔와 동시에 선보인 기이한 의상과 파격적인 무대 연출은 레이디 가가를 빠르게 스타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후 행보는 말할 필요도 없이 탄탄대로. 그의 이름으로 처음 세상에 나온 'Just dance'가 영미 차트 1위에 올라서는가 하면, 'Pokerface', 'Bad romance', 대표 LGBT 찬가로 자리 잡은 'Born this way'를 거쳐 2016년 정규 5집 < Joanne >은 이전 2개의 음반과 더불어 연속 3번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데뷔란 기염을 토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브래들리 쿠퍼와 함께한 영화 < 스타 이즈 본 >의 대형 싱글 'Shallow'의 성공은 레이디 가가 건재함의 증명이자 반증이다.
 
이러한 화려함에 가려 그가 데뷔 전 작곡가로 활동했다는 사실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이제는 기억 너머로 잊힌 그 옛날의 아이돌 그룹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14년 만에 선보였던 < The Block >(2008)엔 'Full service'로, 같은 해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오랜만의 성공을 안긴 < Circus >에는 보너스 트랙 'Quicksand'로 참여했다. 이 음반을 위해 쓴 싱글 'Telephone'이 결국 비욘세의 피처링과 함께 그의 리패키지 음반 < The Fame Monster >에 수록된 일화는 아는 사람은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외에도 블랙 아이드 피스의 여성 보컬 퍼기, 켈리 클락슨, 푸시캣 돌스의 노래까지. 될성부른 떡잎 레이디 가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상 알고 들으면 더 재밌는 음악 신의 작은 경향을 짚어봤다. 사실 1960년대 브릴빌딩 대표 작곡가이자 뮤지션인 닐 세데카를 비롯해, 캐롤 킹 역시 불세출의 명작 < Tapestry > 이전에 셀 수 없이 많은 히트곡으로 당대 최고 송 라이터 자리를 꿰찼다. 이렇듯 먼 과거에서부터 비교적 최근의 베이비 페이스, 니요, 퍼렐 윌리엄스, 브루노 마스, 비비 렉사 등 작곡가로 먼저 실력을 인정받은 음악가들은 많다. 즉, 작곡가 출신 뮤지션의 재림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란 사실! 다만 근래 들어서 그 주기가 조금 짧아졌을 뿐이다.
 
그렇다면 국내판 화려한 변신은 현재진행형일까? 언젠가 찾아올 시즌2에서 정답을 밝힐 예정이니 궁금한 분들은 조금만 기다려주시길.
 
빌보드 레이디가가 시아 음악 저스틴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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