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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8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는 8년에 걸쳐 처제를 성폭행해 사회적 공분을 산 '짐승형부' A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 A씨는 자신의 범죄사실을 대부분 시인하고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공판은 오는 3월 11일로 예정되어 있다. (관련 기사: "형부의 상습 성폭행, 피해자는 마땅히 갈 곳조차 없었다")

가해자 A씨가 첫 공판에서 혐의 사실을 대부분 인정하면서 그의 형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여전히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 가족 간 성폭행 사건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가족이란 점 때문에 일반 성폭행 사건과는 다른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

실제로 피해자 김씨의 넷째 형부였던 A씨는 아내가 임신한 상태에서도 처제를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안겼다. 가해자 A씨의 아내 또한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한편 지난 1월 22일 충남 천안시에서는 한 아이가 태어났다. 건강한 남아였다. A씨 공판을 일주일 가량 앞두고 A씨의 아내이자 피해자 김씨의 친언니인 김현아(가명)씨가 출산을 한 것이다.

피해자 김아무개씨는 현재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자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의 언니인 현아씨는 법과 제도적 지원은 물론이고 심리상담조차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심리지원 필요하지만... 생활고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
  
처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A씨의 아내 김현아(가명)씨
 처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A씨의 아내 김현아(가명)씨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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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인권활동가 이행찬씨는 "엄밀히 따지면 현아씨는 가해자 가족이 아니라 피해자 가족이다"라면서 "하지만 그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 현재로서는 차상위 계층으로 등록해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아씨는 현재 심리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일단 동사무소에 지원 신청을 해놓았다"면서 "동생은 범죄피해자지원센터(아래 범피)에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아씨는 범피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활동가 이행찬씨는 현재 피해자 김씨와 그의 가족을 돕고 있다. 이씨에 따르면 A씨의 아내 현아씨는 현재 100여만 원의 월세가 밀린 상태다. 게다가 출산으로 인한 생활고까지 예상되고 있다. 지난 9일 충남 천안시의 한 카페에서 A씨의 아내 김현아씨를 만났다.

현아씨는 남편의 지속적인 성폭행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사건이 알려진 이후 "남편의 말이 어디서부터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아래는 현아씨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데이트 폭력 남편, 결혼 후에도 변하지 않아"

-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몸은 좀 회복되었나.
"많이 좋아진 편이다. 얼마 전까지도 얼굴이 부었었는데 부기도 빠지고 좋아졌다. 지금은 얼굴의 윤곽이 되살아나고 있다."

- 많이 놀랐을 것 같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혼란스럽다. 그 사람(남편이자 가해자 A씨)의 모든 말들이 거짓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충격이 크다. 남편은 자상할 때는 꽤 자상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본인이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생기면 돌변하곤 했다. 말을 하다가 자신이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거나 화가 나면 나를 때리기도 했다."

- 혹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은 적이 있나?
"전문적인 상담을 받지는 못했다. 이행찬 선생님과 친언니들이 곁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다."

- 피해 당사자인 동생과는 연락을 하고 있나.
"가끔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지난 명절에 잠깐 만났다. 동생이 집에 와서 아기도 봐주고, 집안 일도 도와주고 갔다. 동생이 오히려 "아기(조카)가 무슨 죄냐. 앞으로 잘 살면 되지 않겠느냐"며 위로를 해 주었다."
 
- 경제적으로도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
"그 사람(남편)이 벌여 놓은 일도 많고,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다. 남편은 동생이 운영하는 업체의 대표로 있었다. 남편은 업체 운영이 어렵다며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대출받은 돈은 업체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그 사실도 알게 됐다. 대출받은 돈이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쓰였는지도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 남편 A씨는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인가.
"가장 힘들 때 남편을 만났다.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결혼을 하게 됐다. 남편은 데이트할 때도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 변할 거라고 생각했다. 남편도 변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결혼을 했다. 하지만 남편은 크게 변하지 않았던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상황이 아직도 정리가 잘 안 되고 있다.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태그:#짐승형부 , #짐승형부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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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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