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버나움>의 포스터

영화 <가버나움>의 포스터 ⓒ 그린나래미디어㈜

 
부모를 고소한, 출생기록조차 없는 12세 소년 자인의 이야기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천만 영화의 기세에 크게 눌렸지만, 어린 소년의 처지를 본 관객들은 눈물과 안타까움 속에 응원을 보내며 감동을 나누는 중이다
 
영화 <가버나움>이 9일 8만 관객을 돌파하며 10만 관객 달성에 성큼 다가셨다. 상영 조건이 상업영화와 크게 차이가 있는 독립예술영화에서 하루 100개 미만 스크린에서 최대 200회 정도 상영으로 8만을 돌파한 것은 관객의 호응이 상당히 높아야만 가능하다.

가까운 상영관이 없는 경우가 많아 발품을 팔아야 하고 하루 몇 회 안 되는 시간을 맞춰여 한다. 그런 악조건을 딛고 8만 관객을 넘긴 것은 그만큼 영화가 관객에게 큰 감동과 여운을 주기 때문이다.
 
난민 정책에 부정적이었던 사람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가버나움>은 레바논을 배경으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아이의 모습과 난민들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현실과 무관심하게 방치된 환경에서 12세 소년이 세상을 향해 가질 수밖에 없는 분노와 슬픔을 이해하게 만든다.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를 고소한다는 설정 자체가 겉보기에 한국적 사고에서는 패륜적 모습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막상 영화를 통해 보는 12세 소년의 모습을 통해 그 고통과 증오의 마음이 이해되면서 자인의 심정에 공감할 수밖에 없게 된다.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이 결과적으로 가족에 대한 배신감으로 작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버나움>의 한 장면

<가버나움>의 한 장면 ⓒ 그린나래미디어㈜

 
미혼모로 불법체류자 신세인 난민의 삶 역시 부조리한 세상의 단면을 비춘다. 거리를 떠돌던 12세 소년과 난민의 삶이 얽히면서 <가버나움>은 난민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게 만든다. 빈민과 난민은 연관돼 이어지는 요소들이 많은데, 영화 속 그들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을 통해 하나의 탈출구로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편협한 관점으로 난민을 배척하려는 시선을 반박한다.
 
레바논 여성감독 나딘 라바키가 만든 <가버나움>은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을 정도로 거리를 두고 배우들을 따라가는 카메라는 현실성을 더하게 한다.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무책임한 부모의 모습은 12세 소년 자인이 가질 수밖에 없는 세상에 대한 분노를 더더욱 공감하게 만든다.
 
관객들 반응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 관객은 온라인 영화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난민 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진짜 난민들의 아픔과 특히 더 괴롭게 살아가는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난민, 불법체류, 조혼풍습 등 여러가지 사회문제들을 영화에서 담아내고 있는데 이런 문제들을 무시할 수 없는 건, 결국 가장 큰 피해자들은 가장 약자에 속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2시간 내내 눈물이 가득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객 역시 "아역 배우의 눈빛 연기가 인상 깊은 영화였다"면서 "난민들 삶이 너무 슬펐고, 현실을 잔인할 정도로 잘 보여줘서 좋았던 영화"라고 평가했다. "영화가 끝나고도 이렇게 눈물이 나왔던 건 처음이었을 만큼 오랜만에 펑펑 울었다"는 것도 관객들의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다.
 
혼돈과 기적
 
 <가버나움>의 한 장면

<가버나움>의 한 장면 ⓒ 그린나래미디어㈜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고,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가버나움>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도 오르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레바논에서 촬영된 영화는 실제 배우가 아닌 거리를 떠도는 난민과 불법 체류자들을 캐스팅해 영화를 찍었다. 영화가 칸영화제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거리에서 떠돌던 아역 배우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웃음을 주는 영화에 관객들이 몰리는 분위기 속에서 <가버나움>의 흥행은 더욱 값지다.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하고 감동과 울음을 주는 영화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버나움'은 예수의 기적이 많이 행해진 이스라엘의 도시로, 최근에는 혼돈과 기적을 뜻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모든 혼돈의 안개 속에서 작은 기적들이 일어난다는 것"이 감독의 생각이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은 기적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내내 슬펐던 자인이 모처럼 웃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딘 라바키 감독은 "<가버나움>이 단지 불행한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며 부모님을 고소하기로 결정한 소년의 솔직한 눈빛을 통해 어떤 이유로든 무시당하는 모든 사람들을 대변하는 한 소년의 싸움을 보여주려 했다"고 전했다. 난민과 빈민을 넘어 전 세계 무시당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대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것이다.
 
가버나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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