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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죽음은 한국 사회를 느리지만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  28년 묶여 있던 산업안전보건법이 높은 국회의 입법 장벽을 넘어 개정됐고,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시작됐습니다. 그의 죽음의 의미를 짚어봅니다.[편집자말]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와 유가족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고 김용균씨의 49재 및 6차 범국민 추모제를 개최하고 있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와 유가족들이 지난 1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고 김용균씨의 49재 및 6차 범국민 추모제를 개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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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화가 아니었으면 용균이 이런 사고 안 났을 수도 있어요. 외주화가 되면서 안전이 우선 순위가 아니라 수익률 그게 우선시되어 버리니까. (…) 갑질 갑질 그러는데 인격적으로 자괴감을 느낄 때도 있고, 한 번씩 전화통화를 하면 왜 못하냐 막무가내예요. 하라고 그러다가 사고 나면 또 우리 잘못이에요. 사람 다치면 니가 조심하면서 했어야지... 할 말이 없는 거죠. 못해도 욕먹고, 하다가 다쳐도 욕먹고." (태안화력 하청노동자 증언,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인권실태조사 보고서)

무리하게 이어지는 원청의 요구, 위험한 상태에서도 강요되는 노동, 그렇게 일하다 발생하는 안전사고조차도 하청 노동자의 책임으로 돌아왔다. 태안화력발전소는 그렇게 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돌아가는 암흑의 공간이었다.

원청의 권한을 유지하는 각종 벌과금
; 위험한 노동은 구조적으로 강요되고 있었다


일반적인 원하청 관계를 넘어서는 원청의 강력한 권한, 그것은 원청과 하청의 용역계약서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주)과 하청업체의 용역계약 특수조건에는 태안화력발전소 모든 업무의 계획과 지시가 원청에서 시작된다는 것, 인명과 설비 안전에 대한 책임은 하청업체로 넘기지만 원청의 협의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 등을 분명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출력을 제한하거나, 발전정지에 대한 벌과금에, 심지어는 안전사고 발생시 소요되는 안전진단 용역 등에 대한 비용까지 벌과금으로 매겨지고 있었다. 이는 각종 재해의 은폐를 강화하는 요소이자 노동자들에게 위험한 노동을 강요하는 요인으로 작동했다.

'사고 나면 우리가 덤탱이 쓴다', '원청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등의 하청 노동자들의 증언은 외주화시킨 업무에 대해 원청이 어떤 식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말들이다.
 
 한국서부발전(주)와 한국발전기술의 용역계약특수조건
 한국서부발전(주)와 한국발전기술의 용역계약특수조건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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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 도급으로는 볼 수 없는 강한 종속성
; 원청이 보유한 무소불위의 권한은 당연한 것처럼 행사되었다


이와 같이 일반적인 도급관계로는 보기 힘든 원청에 대한 하청업체의 종속은 발전소라는 공간의 특성 자체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발전소의 업무는 작업과정의 각 단계가 나뉘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각 단계의 운영을 위해 유보될 수 있는 영역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 하나의 흐름 공정과 같은 것이다. 석탄운반선에서의 부두하역부터 보일러를 지나 터빈, 발전기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작업 과정은 결정된 발전량을 생산하기 위한 과정으로 통합적인 계획 하에 운영될 수밖에 없다.

이는 애초에 외주화를 통한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외주화를 통해 운영되었던 것은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작업조직처럼 운영해온 원청의 무소불위의 권한이 원하청의 기울기를 따라 작동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청의 지시는 총괄적 계획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세한 사항을 고려한 매일의 작업지시로도 이루어졌다. 원청에서 결정되는 작업계획과 일정은 원하청이 함께 하는 매일의 회의를 통해 전달되었다. 하청업체의 관리자를 통해서 작업지시를 하는 등 형식적인 분리를 유지하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노동자에 대한 상시적이고 직접적인 업무지시는 무분별하게 진행되었다.
 
 서부발전의 세밀한 업무지시
 서부발전의 세밀한 업무지시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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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당연한 듯이 원청에서 지시를 해요. 사실 체계가 있어요. 원청에서도 저희 팀에다가 공문을 작성해서 보내면, 저희가 받고 수리를 해야 돼요. (…) 이틀에서 삼일 걸리는 거죠. 이걸 못하니까 직접 지시가 되게 되고, 그 직접 지시가 처음에는 팀장과 팀장끼리, 실장과 팀장끼리 하다가 점점 낮게 내려온 거예요. 파트장한테 하다가 안되니까 바로 제어원, 현장원한테 지시하는 거예요."
"업무지시는 너무 사방에서 불규칙적으로 들어오는 거라 (…) 중요한 것은 본청(원청)에서 들어오는 업무지시가 90% 이상이라는 거예요."
(태안화력 하청노동자 증언,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인권실태조사 보고서)


감시와 비합리적 선택의 반복
; 하청노동자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틈은 없었다


심지어 그런 원청의 업무지시는 어떤 현장의 결정보다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었다. 원청업체가 요구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전후 사진을 찍어서 원청에 보고를 해야 했으며, 현장 작업자의 사정이나 업무에의 실질적인 필요는 고려되지 않았다. 원청업체에서 지시한 작업이 처리될 때까지 수차례 업무에 대한 압박이 내리꽂혔고, 이러한 작업지시는 업무에 대한 지시를 넘어 감시에 이를 정도였다.

"처음 일을 할 때는 현장에서 급한 것을 먼저 했는데, 빨리 하라고 자꾸 쪼니까. 원청 지시를 우선 순위에 두어야 하는 것, 원청이니까. 이런 것만 봐도 부당하다고 생각이 들죠."
"시키면 당연히 해야 하죠. 때로는 좀 지나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계약을, 노예계약을 했나라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어떨 때는 임금이 내리는 어명? 서부발전에서 전화가 오면 거역할 수가 없어요."
(태안화력 하청노동자 증언,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인권실태조사 보고서)


오히려 원청 여러 부서의 동시적 작업 지시가 노동자들로 하여금 불합리한 업무 수행을 강요하는 것이 되기도 했다. 충돌되는 작업지시가 원청으로부터 동시에 떨어질 때, 노동자들은 현장의 필요보다 지시하는 자의 권한의 높이를 먼저 따질 수밖에 없었다.

"서부발전에 감독부서가 있어요. 그런데 감독부서들끼리 우선시 되는 것이 달라요. 그 조율을 감독부서끼리 하는 게 아니고, 하청업체한테 자기 지시만 하는 겁니다. (…) 높은 사람이 얘기하는 대로가 될 수밖에 없어요." (태안화력 하청노동자 증언,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인권실태조사 보고서)

이런 비합리적인 선택의 배경에는 노동자에게 무조건 책임을 돌리는 행태에 있다. 무조건적인 작업지시는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을 묵살하는 것이었고, 노동자들의 판단은 허용되지 않았다.

"단독 판단을 하면 심한 질책이 오니깐. 담당 업무를 총괄하는 우리 회사(하청업체) 간부가 있지만, 모든 구두 승인을 분명히 받아야 할 수 있는 구조인 거죠." (태안화력 하청노동자 증언,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인권실태조사 보고서)

권한에 비례하지 않는 책임
; 원청이 책임지지 않은 모든 것은 하청노동자들의 고된 노동이 되었다

 
 최근 컨베이어벨트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근무했던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의 18일 오후 모습.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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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원청의 지배력은 매우 강하게 작동되었지만, 그럼에도 원청이 지는 책임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고, 부실한 설비, 위험한 노동으로 인한 고통은 모두 원하청 구조 말단에 놓인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져 왔다. 이유는 철저한 비용 논리에 있었다.

고 김용균님이 일했던 태안화력 9, 10호기 작업장은 애초부터 외주화를 전제로 설계되었다. 외주화를 통한 비용절감은 안전에 대한 비용,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서 이루었으며, 위험한 작업장은 오로지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으로 유지되어 왔다.

"시스템을 바꿀 생각은 안하고 책임권 가지고만 계속 얘기를 하는 거죠. 한번 뭐가 벌어지면. 이번 같은 경우도 봐요. 지금 서로 다 책임 안지려고.."
"우리에게 그 일을 시킨다고 비용이 늘어나는 건 아니니까. 그러니 기계를 고치는게 아니라 우리에게 시키는 거예요."
"단가 때문에 외주로 하는 것 같아요. 거기서 4천만원을 준다면, 우리는 3천만원을 주면 되니까 인건비 절감."
(태안화력 하청노동자 증언,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인권실태조사 보고서)


자회사를 정책 시행의 최대치로 놓은 정부
: 위험은 여전히, 노동자들 가까이에 있다


지난해까지 공공부문에서 17만 5천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자회사 등의 형태로 고용을 이전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직접고용-정규직화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노동자에 대한 저비용을 유지하기 위해 자회사를 정책 시행의 최대치로 놓은 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태안화력발전소의 하청노동자들을 통해, 고 김용균님의 죽음을 통해 확인되는 것은 자회사이든 도급업체이든, 그 무엇이든 수직적으로 분할된 간접고용 구조하에서는 노동자의 안전도, 권리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원하청 분할이 유지되는 한 위험은 여전히 가까이에 있다. 발전소의 운영 과정에서 원청이 행사하는 권한과 간접고용 구조는 계속해서 충돌하면서 노동자들의 생명을 또 다시 위협할 것이다.

그래서 원청이 책임지게 하는 것, 직접고용으로, 정규직 고용으로 책임지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자들은 말한다. 원청이 직접 고용하면 죽을 사람이 다치는 정도에 그치고, 크게 다칠 사람이 적게 다친다고. 사고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을 지라도 그렇게 해야 노동자의 생명을 제대로 지킬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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