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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립유치원연합회가 설날 직전 아이들을 통해 학부모에게 보낸 서명지.
 인천사립유치원연합회가 설날 직전 아이들을 통해 학부모에게 보낸 서명지.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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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사립 유치원들이 설날 직전 유치원생들을 통해 '사립유치원 무상교육 촉구' 서명지를 뿌린 것으로 확인됐다. 서명지를 받은 학부모들은 "아이가 볼모라 어쩔 수 없다", "사립유치원들이 얼마나 더 떼먹으려고 이러느냐"며 설왕설래 중이다.

7일 인천사립유치원연합회(인사연) 명의로 된 서명지와 서명 안내문, 홍보책자를 입수해 살펴봤다. 설날 직전 이 지역 사립유치원들이 보낸 것이다. 인사연 박아무개 회장은 현재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이사를 맡고 있다.

사립 유치원들이 보낸 서명지에는 맨 위에 "현 정부는 고등학생 무상교육보다 유치원 무상교육부터 추진하라"고 큰 글자로 적혀 있다. 본문에는 "현 정부는 국공립유치원 24%→40% 확대 추진 중이나 (이것은) 대한민국 원아의 60%는 여전히 무상교육 혜택을 배제하는 정책이다. 국공립(유치원) 확대예산으로 사립원아를 지원하면 100% 완전 무상교육을 할 수 있다"고 썼다.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 대신 사립 유치원을 지원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사립 유치원생 한 명마다 기존 정부예산 월 29만 원에서 24만 원 늘려 월 53만 원을 지원하라는 주장이다. 정부가 1년에 한 아이마다 288만 원을 더 지원해달라는 얘기다.

이 단체는 서명 안내문에서 "많은 홍보 부탁드리며 1인 10명 서명운동에 적극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면서 "서명서는 2월 8일까지 유치원으로 보내달라"고 적었다.

문제는 인사연이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아이와 학부모를 동원했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자녀를 사립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A씨는 기자와 문자 대화에서 "인사연이 자기들 일에 왜 우리 아이와 학부모를 동원하는지 화가 난다"면서도 "아이가 당장 유치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서명해서 보내야 하는 건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지역 맘카페에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학부모는 게시글을 통해 "안 하면 불이익이 있을 것 같은 느낌, ('서명 해달라'는) 문자도 왔다"면서 "이런 걸 유치원 가방에 보내면 어쩌라는 건가, 어이가 없다"고 적었다.

'에듀파인' 거부한 사립 유치원들의 서명 요구
 
인사협이 서명지와 함께 보낸 서명 홍보지.
 인사협이 서명지와 함께 보낸 서명 홍보지.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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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사립유치원들은 국가 교육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지난 1월 24일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뒤에서는 '무상교육을 위해 국가 예산을 더 달라'고 학부모 서명을 요구한 것이다.

지난해 국회 교육위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인천지역에서 2018년까지 3년간 감사에서 적발된 사립유치원 수는 모두 110개다. 이 지역 사립유치원은 모두 252개다. 적발 내용은 ▲교재 대금 1336만5000원 차명 계좌로 돌려받기 ▲배우자 소유 체험학습장에 공사비 2억3880만원 부당 집행 ▲설립자 명의 외제차 2대 리스비 9755만3386원 지출 등이었다.

지난해 11월 30일,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한유총 관련 합동 긴급브리핑에서 "학부모 동원 불법행위가 확인되는 즉시 수사의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유총 집회에 대한 학부모 동원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지만, 이번 서명 동원 건은 아이들까지 동원했다는 점에서 교육당국의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사립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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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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