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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탄좌 정암영업소
 삼척탄좌 정암영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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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탄좌 정암광업소를 아시나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는 삼척탄좌 정암광업소가 있었다. 삼척탄좌는 1962년 12월 주식회사로 설립되어, 탄광을 개발하고 석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정암광업소는 1964년부터 함백산 자락 고한리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1970년 사원들을 위한 사택이 신설되었고, 새롭게 선탄장을 만드는 등 생산과 복지시설이 완공되었다. 1979년부터 1982년까지 갱외 종합시설을 마련하고, 자가변전소를 가동하며, 탄광기계화사업을 완성했다. 이를 통해 1985년에는 석탄 생산량이 150만t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산업연료의 중심이 석탄에서 유류로 옮겨가면서 탄광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또 갱도가 지하 600m까지 들어감으로서 생산단가는 점점 높아지게 되었다. 1996년에는 삼탄(주)에서 석탄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8%로 떨어지게 된다. 당시 자산은 2233억원, 종업원은 1300명, 매출은 424억 원이었다고 한다. 삼탄(주) 정암광업소는 2001년 10월 31일 폐광되는 운명을 맞는다.
 
삼탄아트마인
 삼탄아트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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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10년 이상 버려지다시피 한 광산은 2012-2013년 ㈜솔로몬을 통해 문화예술공간인 삼탄아트마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삼탄은 탄광회사의 이름이고, 아트는 예술이며, 마인은 광산을 말한다. 삼탄아트마인은 정부의 <폐광지역 복원 사업> 지원금을 받아 창조적인 문화예술단지(Art Theme Park)로 거듭난 것이다. 이곳은 현재 탄광역사박물관, 미술관과 갤러리, 아트 레지던시, 세계미술 수장고, 공연장, 체험관으로 리모델링되어 운영되고 있다.

삼탄아드마인은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산 216-1에 있다. 함백산 자락에 있어 도로명으로는 함백산로 1445-44가 된다. 삼척탄좌 시절 사무공간, 300여명의 광원들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었던 2개의 공동샤워실, 장화를 닦던 세화장, 수직갱을 움직이던 운전실 등이 있던 종합사무동 건물(4층)이 삼탄아트센터(본관)로 활용되고 있다. 아트센터로 가기 위해서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4층 로비와 전망 라운지로 들어가야 한다.
 
아트 레지던시가 뭐여?

 
아프리카 예술을 보여주는 방
 아프리카 예술을 보여주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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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층에는 아트 레지던시가 있다. 아트 레지던시는 예술가가 상주하면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숙소 겸 작업공간이다. 예술가의 취향 또는 작업방식에 따라 20㎡, 30㎡, 40㎡ 세 가지 방을 선택할 수 있다. 이들 방은 모두 15개다. 이들은 또한 이 방에 머물며 별도의 아틀리에에서 작업할 수 있다. 이곳 방에 놓인 가구와 침대, 방의 구조, 예술품 등을 볼 때, 크게 네 가지 유형의 방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아프리카 예술을 보여주는 방이 있다. 한 방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얼굴을 회화와 조각으로 보여준다. 회화로 표현한 얼굴은 입체파 방식으로 부분이 해체되어 나타난다. 얼굴 조각은 탁자의 한쪽 끝에 부조 형태로 누워 있다. 또 다른 방에서는 이집트 문명에 대한 관심을 볼 수 있다. 그림 속에 멤피스, 테베, 파라오 같은 단어가 나오기 때문이다. 다른 그림에는 누비아라는 단어 아래 누비아인 두 명을 그려 넣었다. 누비아인은 나일강 상류지역에 사는 이집트 원주민을 말한다.

 
《태양의 후예》방
 《태양의 후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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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예술의 영향을 보여주는 방이 있다.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문화가 유럽에 전파되어 만들어진 예술작품을 보여준다. 명․청시대 양식에 따라 만들어진 황실가구가 있고, 중국풍 여인들을 그림 그림도 있다. 이처럼 중국의 영향을 받아 영국의 가구예술가 치펜데일(Thomas Chippendale)이 로코코 스타일의 가구를 만들었다. 이를 우리는 치펜데일 양식이라 부른다.

유럽적인 스타일의 방도 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패러디한 그림이 붙어 있다. 누드 여인들이 꽃과 구름 속에 노니는 그림도 있다. TV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주인공들이 묵어간 방이라 해서 유명해진 곳도 있다. 침대 머리 위에 영화 포스터가 걸려 있다. 침대 발치 벽에는 줄인형이 걸려 있고, 당구 치는 그림이 걸려 있다. 이곳에는 유시진 대위와 서대영 상사의 군복도 걸려 있다.
 
현대미술관에 있는 우리시대 작품들
 
이인의 ‘돌이 있는 풍경(Stonescape)’
 이인의 ‘돌이 있는 풍경(Stone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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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아트마인의 박물관과 미술관으로서의 기능을 알려면 3층으로 내려가야 한다. 3층에 현대미술관(Contemporary Art Museum)과 삼탄역사박물관이 있기 때문이다. CAM으로 불리는 현대미술관은 우리시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현재 <철학적 사유와 명상전>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에는 이인(회화), 성동훈(조각), 다발킴(Dabal Kim: 회화), 최종훈(조각) 네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Nomadic Artist Team으로 사유와 명상이라는 면에서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작품의 경향이나 주제에서 어떤 공통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개개 작가의 개성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인은 '돌이 있는 풍경(Stonescape)'을 그렸다. 어떤 돌에는 문자를 새겨 그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돌과 문자를 통해 유목민의 역사를 반추해보라는 뜻을 가진 것 같다. 그의 그림은 기본적으로 수묵화(水墨畵)다.
 
성동훈의 <명상-내면의 울림>
 성동훈의 <명상-내면의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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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훈의 조각은 <직시>, <명상-내면의 울림>이라는 제목에서 철학적인 면이 보인다. 직시와 명상, 내면의 울림 등은 추상적으로 표현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의 작품은 대단히 구상적이다. <직시>는 성난 황소의 모습이다. <명상-내면의 울림>은 부처의 마음이 울림통을 통해 세상으로 전달되는 것 같다. 성동훈은 불교에서 그 대상을 취하고 있다. 부처, 코끼리, 동종 등이 그것을 증명한다.

다발킴은 그의 작품을 통해 역사와 문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그 표현방식이 그로테스크하다. <고대유물-암소의 변이>는 동물의 변이, 역사의 변이를 표현하고 있다. 암소가 맹금류로 변하고, 인류 문명이 역사 속에서 부서지고 연결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암소의 뱃속에는 한양도성을 중심으로 한 옛지도가 들어 있다. <숲속의 야경>은 밝게 빛나는 창문에 비친 인간들의 모습이다. 나무로 표현된 여인들을 나뭇짐으로 표현된 남자가 지나가며 본다. 그렇지만 이 작품에는 얼굴이 없다.
 
다발킴의 <고대유물-암소의 변이>
 다발킴의 <고대유물-암소의 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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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뱃속에 기관총을 품은 <Rush>라는 작품도 있다. 지동차를 몰고 아프리카로 들어가는 제국주의자들을 표현한 것 같다. 전체적으로 작품의 주제는 문명에 대한 고발이고 규탄이다. 이에 비해 최종훈의 대리석 조각은 따뜻하고 긍정적이다. 전통복장을 한 부부의 모습, 종소리 울려 퍼지는 숲을 표현한 <소리숲> 등에서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다.
 
산업유산을 버릴 수 없어
 
삼탄역사박물관 자료실
 삼탄역사박물관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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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탄역사박물관은 버려진 탄광의 역사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삼척탄좌에 영광과 번영이 있었는데도 우리는 몰락해 폐허가 된 현재만 기억한다. 이곳 삼탄역사박물관은 삼척탄좌 정암광업소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산업유산 전문박물관이다. 이러한 전문박물관을 통해 역사가 문화로 되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솔로몬이 총대를 삼탄아트마인을 살리려고 하지만, 되살리는 것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찾는 사람도 적고, 관과 언론에서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거대한 수직갱을 움직이던 종합운전실은 먼지로 덮여 있다. 권양기를 움직이던 운전실 버튼도 멈춰 있다. 피땀 흘려 일하던 광부들 역시 이곳을 떠나 도시로 갔다. 남아있는 것은 건물과 시설 그리고 장비들, 광산의 역사를 보여주는 기록물 들이다. 이 유물들이 현재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 창고에 쌓인 서류더미, 저 안에 광산의 역사가 들어있는데,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착암기와 안전모
 착암기와 안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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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그 내용을 정리해 삼척탄좌의 역사를 복원해주면 좋겠다. 그나마 『삼탄 50년사』라는 책이 있어 그 역사가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연구는 사회학자 또는 역사학자의 몫으로 남아 있다. 현장을 증거하는 유산으로 착암기, 콤프레샤, 안전모, 휴대용 공구, 산소호흡기, 수통과 도시락통 등이 전시되고 있다. 이들 모두 이곳에서 삶을 영위하던 사람들의 숨과 땀이 서려있는 물건들이다.

전시실 한쪽에는 제1수갱을 통제하던 종합운전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곳에는 임길택 시인의 시 <사람 사는 곳>이 적혀 있다. 임길택 시인은 1976년부터 1990년까지 정선과 사북 등 탄광촌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탄광마을 사람들을 노래했다. 대표적인 (동)시집으로 《탄광마을 아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는 석탄가루를 많이 마셨기 때문인지 1997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종합운전실
 종합운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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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곳

오늘도
우리 마을 개울엔
까만 물이 흘러갑니다.
우리 마을 한 가운데를
우리 마을 이야기처럼
흘러갑니다.
지나가는 사람들
사람 못 살 데라
함부로 말을 하지만
우리 이웃들
조그맣게 조그맣게
어깨 맞대며 살아갑니다.
오늘도 검게 물 흐르는 것은
우리 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이야기
내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
그런 노랫소리 들려주며
오늘도 우리 마을 개울엔
까만 물이 흘러갑니다.

덧붙이는 글 | 삼탄아트마인은 대한민국 예술광산 제1호로 만들어진 박물관 겸 미술관이다.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에 있다. 누리집은 http://www.samtanartmine.com이다.


태그:#삼탄아트마인,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아트 레지던시, #현대미술관, #삼탄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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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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