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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와 캐리어

주말이면 초등학생인 딸아이와 도서관을 늘 들른다. 막상 가기 싫어하다가도 책을 펼치면 몇 권은 거뜬히 읽어내는 아이를 보며, 책 읽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맹모삼천지교는 아니지만, 작은 노력을 계속할 생각이다. 열람실의 딱딱한 글로 가득 채워진 책보다 어린이실의 그림과 큼직한 글씨로 채워진 책에서 고전과 문인들을 만날 수 있어 어른인 내게도 즐거움이 있다. 물론, 잠과 씨름하며 스마트폰으로 지루함을 달래기도 하고, 운동 겸 인접해있는 재래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주차시설 및 쇼핑의 편리함과 다양함에서 단연 앞서는 대형마트만을 고집하던 아이도 달달한 설탕이 묻어있는 못난이 빵, 달달한 초콜릿 쿠키 하나면 따라 나서 주니 고맙긴 하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의 재래시장은 한마디로 보따리다. 시장에서 이런저런 물건들을 사고 집으로 들어오시는 친정엄마의 두툼한 보따리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보따리 안에 간식이 있으려나 하고 펼쳐보면, 어김없이 열무 같은 채소들만 있어서 실망했던 기억들. 일곱 식구의 빠듯한 살림살이를 해야 하는 엄마의 보따리는 나의 애틋한 눈빛을 애써 외면했던 건 아니었을까.

명절 장이라 그런지 주변에는 사람들로 꽤나 북적였다. 내 기억 속의 보따리 대신 장바구니 캐리어를 운전하시는 어머니들이 많이 보인다. 좋은 물건을 보고 흥정할 때면 지나가는 길이 많이 밀렸다.

앞서가는 어머니의 저 장바구니 캐리어에는 무엇이 담겼는지 비닐봉지가 대략 10개는 넘어 보인다. 설날이다 보니 호랑이가 무서워한다는 달달한 곶감, 손수 만들었다는 아몬드가 쏙쏙 박힌 강정, 뻥 튀겨진 하얀 쌀을 한가득 담은 한과, 뜨끈한 소고기 떡국에 들어갈 떡국떡, 나물, 동태포 등등이 담겨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괜스레 행복해진다. 
 
앞서가는 어머니의 저 장바구니 캐리어에는 무엇이 담겼는지 비닐봉지가 대략 10개는 넘어 보인다. 설날이다 보니 호랑이가 무서워한다는 달달한 곶감, 손수 만들었다는 아몬드가 쏙쏙 박힌 강정, 뻥 튀겨진 하얀 쌀을 한가득 담은 한과, 뜨끈한 소고기 떡국에 들어갈 떡국떡, 나물, 동태포 등등이 담겨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괜스레 행복해진다.
▲ 장바구니 캐리어 앞서가는 어머니의 저 장바구니 캐리어에는 무엇이 담겼는지 비닐봉지가 대략 10개는 넘어 보인다. 설날이다 보니 호랑이가 무서워한다는 달달한 곶감, 손수 만들었다는 아몬드가 쏙쏙 박힌 강정, 뻥 튀겨진 하얀 쌀을 한가득 담은 한과, 뜨끈한 소고기 떡국에 들어갈 떡국떡, 나물, 동태포 등등이 담겨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괜스레 행복해진다.
ⓒ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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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잘하면 덤은 기본

걷다 보니 구수한 군고구마 냄새가 코를 찌른다. 오븐 형태의 기계에서 나온 고구마는 나무장작과 같이 익어가던 고구마의 구수한 냄새보다는 덜하지만, 좋아하는 음식이다 보니 시선이 꽂힌다.

고구마 중에서도 먹으면 목이 턱 막히는 밤고구마를 유난히 좋아한다. 동치미와 찰떡궁합이라지만, 고구마의 팍팍함과 포도의 촉촉한 달콤함의 찰떡궁합을 알게 되면 그 맛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 저만치 저번에 친정엄마께 사다 드렸던 강정집이 눈에 띈다.
 
사장님은 맛있어서 또 왔다는 말에 반색을 하시며, 강정을 두 손 가득 여러 번 담아주셨다. 재래시장에 오는 이유, 바로 이 맛이다.
▲ 현미강정 사장님은 맛있어서 또 왔다는 말에 반색을 하시며, 강정을 두 손 가득 여러 번 담아주셨다. 재래시장에 오는 이유, 바로 이 맛이다.
ⓒ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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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가 들어가서 딱딱하지 않고 아몬드, 땅콩, 호박씨가 들어가 엄청 맛있다는 강정, 작은 묶음 2개 대신, 큰 묶음을 권하시며 천 원과 덤을 주셨던 인심 후하셨던 사장님 가게를 찾았다.

"맛있는 강정, 드셔 보세요. 저희가 직접 볶은 현미로 만들었어요."
"사장님, 이 강정 너무 맛있었어요. 딱딱하지도 않고요. 저번에 큰 묶음도 깎아 주시고 맛있어서 왔어요. 오늘은 2봉지 주세요."


사장님은 맛있어서 또 왔다는 말에 반색을 하시며, 강정을 두 손 가득 여러 번 담아주셨다. 재래시장에 오는 이유, 바로 이 맛이다.

구천 원으로 만 원어치 장보기 소확행 완료

'오늘 다시 찾아오는 어머니 품속 같은 말바우시장'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주머니에는 온누리상품권 10여 장이 남아있다. 앞서 3장은 강정으로 변신하여 양손에 들려있는 채 말이다.

이번 설에 현금 구매 시 10%를 할인해 준다니 서둘러 구매한 상품권이다. 개인별 50만 원 한도로 특별 할인 판매기간이 지났더라도 5% 할인은 가능하다. 구천 원으로 만 원어치 장을 볼 수 있어 소확행을 경험할 수 있는 재래시장, 아직 장만하지 못한 분들에게 강추한다.
   
‘오늘 다시 찾아오는 어머니 품속 같은 말바우시장’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 말바우시장 ‘오늘 다시 찾아오는 어머니 품속 같은 말바우시장’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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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장날 구경은 뭐니 뭐니 해도 명절장이다. 맛있고 저렴한 빵집을 그냥 지나칠 순 없어 두툼한 초코볼 한 봉지, 따끈따끈한 식빵 두 봉지를 구입하니 양손이 제법 묵직하다. 도서관까지 가는 길에 봉지 안의 초코볼은 딸과 내 입속으로 다 들어가고 빈 봉지만 남았다. 덤으로 준 구수한 강정도 많이 줄어있었다.

차 안에 강정, 식빵, 도서관에서 대여한 만화책 1권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강정 1봉지는 시댁에, 1봉지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 맛있게 먹을 생각하니 흐뭇하다. 책과 풍족한 먹거리로 인해 부자가 된 느낌이다. 남은 상품권으로 주말 장보기는 계속된다.

태그:#재래시장, #온누리상품권, #보따리, #명절, #말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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