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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생각에 잠긴 김병준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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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헌·당규를 가볍게 여기고 형식논리로 치부하는 건 비대위원장으로서 용납 못 한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책임당원 자격과 관련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당내에서 황 전 총리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 책임당원 자격을 얻어야만 한다. 황 전 총리는 전당대회 때까지 이 조건을 충족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외 비대위원들 '원리원칙' vs. 원내 비대위원들 '관용'

발단은 최병길 비상대책위원의 발언부터였다. 28일 오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한 최병길 위원은 홍준표 전 당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황교안 전 총리 모두를 거론하며 이들의 출마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표했다. 회의장 기류가 어색해진 가운데 정현호 청년비대위원이 배턴을 이어받았다.
 
자유한국당 정현호 비대위원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전당대회 후보 자격 논란에 대해 "당헌·당규 적용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고 공개발언하고 있다.
▲ 전대 후보 자격 관련 입장 밝힌 정현호 비대위원 자유한국당 정현호 비대위원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전당대회 후보 자격 논란에 대해 "당헌·당규 적용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고 공개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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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호 의원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해야 책임당원이 되는 것에 예외가 없어야 한다"라며 "'나는 다르다, 나는 예외다'라는 것이 바로 특권"이라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정 비대위원은 "기성 정치인이나 유력인사에 대해 당헌·당규가 왜 이렇게 관대하냐"라며 "유력자에게만 예외를 적용한다면 그것은 그들만 특별한 자유를 누리는 것으로 출발 자체가 불공한 경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전당대회 후보 자격 논란에 대해 "당헌·당규 적용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고 공개발언한 정현호 비대위원에게 "충정에서 하신 말씀일 텐데 이런 이야기들은 비공개 회의에서 토의를 하고 나서 그 이후에 공개적으로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나경원 원내대표와 김병준 비대위원장.
▲ 정현호 비대위원에 불쾌감 드러낸 정용기 정책위의장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전당대회 후보 자격 논란에 대해 "당헌·당규 적용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고 공개발언한 정현호 비대위원에게 "충정에서 하신 말씀일 텐데 이런 이야기들은 비공개 회의에서 토의를 하고 나서 그 이후에 공개적으로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나경원 원내대표와 김병준 비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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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기 정책위의장 등은 논란을 의식한 듯 정 비대위원의 말을 중간에 제지하고 비공개 회의 때 이어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그만 하시라"라며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초‧재선 의원 간사를 맡고 있는 박덕흠 의원을 시작으로 자리에 앉아 있던 일부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덕흠 의원은 "당대표 권한을 가지고 비대위가 논하는 건 맞지 않다"라면서 "선관위에서 해석해서 저희에게 넘어왔을 때 논의해야 하는데, 미리 예단해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비대위원들이 좀 더 신중했으면 한다"라고 반박했다.

선관위 소속이기도 한 김석기 의원은 "선거관리 전반에 대해서는 당헌·당규에 의해 선관위가 모든 결정을 하게 돼 있다"라며 "선관위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결정할 텐데, 이런 문제에 대해 미리 예단해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건 적절치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만희 의원 역시 "많은 국민이 보수통합과 화합을 열망하는 상황인 만큼, 당대표와 최고위원에 누구든지 출마해 침체에 빠진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라면서 "그에 따라 선관위에서 여러가지 관련 사항에 대해 결정할 것이지 비대위가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사실상 황 전 총리의 출마를 지지했다.

김병준 "일부 후보들이 강력히 항의... 선관위가 먼저 편파적"

이에 정현호 비대위원이 재반박하려고 나서 김병준 위원장이 제지하며 마이크를 잡았다. 김 위원장은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할 수밖에 없게 됐다"라면서 "이 문제는 서로 말을 아끼는 것이 맞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정부를 향해 헌법가치를 지키라고 촉구하면서 우리 당의 법을 지키지 않고 형식주의적 논리로 치부하는 것은 비대위원장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일부 후보들이 강력하게 항의해서 드리는 말씀"이라며 "당헌‧당규 자체를 우습게 여기고 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형식논리라고 해서는 안 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생각에 잠긴 김병준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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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또한 "서로 조심해야 하는 상황인데 선관위에서 먼저 편파적인 이야기가 나왔고 그것이 논란을 심화시켰다"라면서 "선관위에서도 좀 더 신중을 기해줬으면 한다"라고 선관위에게 화살을 돌렸다. 한국당 선관위원장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교안 전 총리의 전당대회 출마를 허용하는 데 대해 "문제 없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병준 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더 이상 자격문제를 비대위에서 논의할 이유가 없다"라면서 이날 비대위원들 간의 언쟁에 대해서도 "개인적 의견을 피력한 것이지 비대위의 의견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앞서 황교안 전 총리 등의 불출마를 권유한 것과 관련해서는 "불출마를 권유한 것은 비대위원장이 아니라 개인으로서 당의 화합과 통합을 위해서 그랬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라며 "저는 권했고, 받아들이지 않으셨고 그것으로 끝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황 전 총리 등의 출마에 대해 "이런 상황에서 고민이 안 되겠느냐"라며 "당에 다시 계파논리가 강화되는 모습이 보여서 걱정을 안 할 수 없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그러나 이 사안은 개인의 어떤 선호나 개인의 가치관의 문제가 아니다. 절차와 해석의 문제다"라면서 "법리해석은 전혀 다른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진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래 '다 나와라. 제대로 된 승부를 해보자'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라면서도 "원칙은 원칙이다. 우리가 '법치실종'이라고 하면서 스스로 규칙을 어겨서야 되겠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경기에서 선수 자격은 중요한 문제이다. 황교안 전 총리뿐만 아니라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문제"라면서 "이미 1월 22일자로 당원 명부가 폐쇄됐다. 마감이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진태 의원은 "자세한 해석은 비대위에서 알아서 해주실 것으로 믿는다"라면서도 "황교안이나 오세훈이나 똑같은 처지다. 원칙을 지키려면 둘 다 안 되는 것이고, 살려주려면 둘 다 살려주라는 것"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태그:#자유한국당, #김병준, #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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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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