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2019 아시안컵에서 혹독한 실패를 맛봤다. 8강 카타르전 충격패로 국민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하지만 미래가 어둡다고만 볼 수는 없다. 스페인에서는 한국 축구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는 이강인(발렌시아)이 묵묵히 자신의 기량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큰 무대에서 경험을 쌓는 것은 향후 세계적인 팀들과의 경쟁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이강인의 등장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 축구에 단비와 같다. 

이강인은 지난 27일 새벽(한국시간) 발렌시아 에스타디오 데 메스티야에서 열린 비야레알과의 2018-19 스페인 라리가 21라운드 홈경기에 후반 교체 출전하며 6분 동안 활약했다.
 
 발렌시아 이강인(18)이 23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콜리세움 알폰소 페레스에서 열린 코파델레이 8강 1차전 헤타페와 원정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발렌시아 이강인(18)이 1월 23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콜리세움 알폰소 페레스에서 열린 코파델레이 8강 1차전 헤타페와 원정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자료사진) ⓒ AFP/연합뉴스

 
이강인의 소속팀 발렌시아는 전반 4분 무크타르 디아카비, 후반 16분 데니스 체리셰프, 후반 41분 로드리고 모레노의 골을 앞세워 비야레알를 3-0으로 제압했다.

만 17세 이강인, 올 시즌 7번째 1군 경기 출전

이날 이강인은 후반 39분 산티 미나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사실 워낙 짧은 시간이라 무언가를 보여주긴 어려웠다. 하지만 이강인은 2001년생으로 만 17살에 불과하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의 특별한 재능을 높게 사며 애지중지하고 있다.

어느덧 7경기째다. 이만하면 단순한 유망주 단계의 수준을 넘어섰다. 이강인은 올 시즌 초반 발렌시아 2군 메스타야에서 활약했지만 현재는 당당하게 1군 정규 멤버로 자리매김했다.

이강인은 지난해 10월 31일 코파 델 레이 32강 에브로와의 1차전에서 꿈에 그리던 데뷔전을 치렀다. 1919년 발렌시아가 창단된 이후 100년 만에 아시아 첫 1군 선수였다. 또, 발렌시아의 역대 외국인 선수 중 최연소 1군 데뷔 기록도 갈아치웠다. 당시 이강인은 17세 253일을 맞았는데, 종전 프랑스의 모모 시소코(18세 220일)를 넘어섰다. 

심지어 발렌시아의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은 이강인을 선발 출장시켰다. 4-4-2 포메이션의 왼쪽 미드필더였다. 사실 이강인의 본 포지션은 아니다. 주로 3선 중앙 미드필더와 2선 공격형 미드필더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강인은 주눅들지 않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후 2차전에서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강인의 존재감이 두드러진 경기는 지난 9일 스포르팅 히혼과의 코파 델 레이 16강 1차전 원정경기였다. 이 경기서 이강인은 환상적인 마르세유 턴과 탈압박. 볼 키핑, 정교한 왼발킥을 보여주며 발렌시아 지역지 '엘데스마르케'로부터 팀 내 최고 평점인 7점을 부여받았다.
 
 지난 12일 오전 4시 30분(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타야 경기장에서 열린 발렌시아CF와 바이엘 레버쿠젠의 경기. 발렌시아CF 소속 이강인 선수가 득점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8월 12일 오전 4시 30분(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타야 경기장에서 열린 발렌시아CF와 바이엘 레버쿠젠의 경기. 발렌시아CF 소속 이강인 선수가 득점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13일 바야돌리드전에서는 후반 42분 투입돼 무려 크로스 5개를 시도하는 등 성공적인 리그 데뷔전을 치르며 팀 내 입지를 넓히고 있다.

특히 비중이 높은 리그에서 2경기에 나선 것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코파 델 레이는 일부 중요한 주전들이 휴식을 취하며 로테이션 시스템이 가동되는 경우가 잦다.

반면 리그는 다르다. 현재 발렌시아는 7위에 머물러 있다. 4위까지 주어지는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획득하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강인은 3일 전 헤타페와의 코파 델 레이 8강 1차전 풀타임 출전에 이어 비야레알과의 리그 경기에 나섰다. 1군 경기 출전이 익숙해지고 있다.

이강인, 벤투호 세대교체 선두주자 될까

이제 관심은 한국 대표팀 승선으로 쏠리고 있다. 세대교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강인이야말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선두 주자다. 물론 이강인은 아직 매우 어리다. 일각에서는 이강인의 성인대표팀 발탁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U-19 축구대표팀에서 뛰는 발렌시아의 이강인

발렌시아의 이강인, U-19 축구대표팀에서 뛰던 당시 모습. ⓒ 대한축구협회/연합뉴스

 
하지만 이강인은 세계 최고의 프로리그 중 하나인 스페인 무대에서 출전 기회를 늘려가고 있다. 그렇다고 경쟁력이 없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유감없이 뽐내며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벤투 감독은 기술적인 선수를 굉장히 선호한다. 황인범, 남태희, 김문환 등 피지컬적으로 다소 떨어지지만 뛰어난 기술과 센스를 지니고 있다. 또, 유망주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기울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23세 이하 선수들을 대거 발탁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올드보이' 구자철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데 이어 기성용도 자신의 SNS에 "마침내 끝났습니다"라는 글을 남겨 은퇴를 암시했다. 구자철, 기성용 모두 대표팀의 주축 미드필더였다. 결국 이들의 은퇴로 대표팀 두 자리가 공석이 된다. 공교롭게도 이강인의 포지션과 겹치는 부분도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은 무려 3년 뒤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망주들의 발탁은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선택임에 틀림없다.

벤투호는 오는 9월부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예선에 출전한다. 오는 3월과 6월에는 평가전을 통해 전력을 담금질하고 선수를 실험할 기회가 남아있다. 과연 이강인이 벤투호의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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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벤투호 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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