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발명가 에디슨은 굉장히 잠을 적게 잔 사람으로 유명하다. 한국의 입시에는 '4당5락'(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이라는 말까지 있다. 또한 특정 분야에 대한 재능이 있으면 성공에 크게 유리하다. 똑같이 노력해도 뛰어난 결과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재능과 노력이 동시에 갖춰지면 금상첨화다. 전설적인 기록을 남긴 스포츠 선수 중에는 젊어서부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나이가 든 후에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재능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성공이 선택과 개인적 책임과 관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두 가지 요소만으로 성공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한 가지 필수 요소는 바로 '행운'이다.
책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는 인간의 성공에 영향을 끼치는 행운에 대해 가볍게 논하는 책이다. 코넬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저자 로버트 프랭크는 '사람에게 재능과 노력도 필요하지만, 실력이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도 행운은 엄청나게 중요한 요소'라며 행운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재밌고 믿어지지 않는 예를 들어서 설명한다.
이 책의 제목만 보아도 기분이 나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자수성가한 사람이거나 자수성가를 목표로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책의 제목만 봐도 불쾌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책이 쓰인 미국에도 저자가 하는 주장에 대해 굉장히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성실한 노력 끝에 쌓은 실력을 통해 성취를 이뤘는데 이를 행운으로 취급하는 것은 부당한 면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행운에 의해서 내 삶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앞으로의 삶을 열심히 살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어차피 정해진 대로 굴러갈 인생인데 노력은 덜 해도 되는 것이 아닌가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에 의해서 인생이 영향받는다는 사실을 인생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성실하게 쌓아올린 노력이 의미가 없다거나, 아무렇게나 살라고 말하기 위해서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저자는 성공하는 인생에서 행운의 역할을 정확히 알려주고, 행운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앞으로 내가 펼칠 주장은 이렇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에 있어서 행운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모든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여러 공공 투자에 대해서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 그리고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거슬리지 않는 공공 정책을 펼치면 이 공공 투자의 부족분을 메우고도 남을 충분한 자원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19쪽
저자는 독특한 실험 하나를 소개한다. 이 실험에서는,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자신이 선택한 노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평점을 매기는 조건으로 48곡 가운데 아무 노래나 다운로드받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방문자의 평점의 평균을 정리하자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었다.
다음에는 같은 조건에서 각 노래의 다운로드 횟수와 평균 평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처음 내려받은 사람이 어떤 평점을 부여했는지에 따라 노래의 평가 결과가 영향을 받았다. 우연히 처음 노래를 다운로드받은 사람이 좋은 평을 내렸다면, 다른 사람들도 좋은 평점을 매기고 반대의 경우엔 순위가 계속 밀렸던 것이다. 예술적 노력의 결과는 주관적인 평가를 받기 때문에, 예술적 노력이 성공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부분적으로 행운에 달렸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더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있다. 상위 10위 안에 드는 각 대학 경제학부 조교수들을 조사한 결과, 성의 첫 알파벳이 빠를수록 종신 재직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공동으로 쓴 논문일 경우 저자의 이름을 알파벳 순서로 기재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는 것이다. 체육계의 경우, 세계 최고 아이스하키 선수들 가운데 40%는 1, 2, 3월 생이다. 생일 커트라인을 1월 1일로 잡아서다.
책은 또한 세계적으로 개인 간에 나타나는 소득 격차의 온갖 문제는 그 사람이 살고 있는 국가와 그 국가내부의 소득 분배, 두 요인으로 절반을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을 인용한다.
미국에서 부모의 소득과 자녀의 소득의 상관관계는 0.5나 되며, 이는 부모의 키와 자식의 키 사이에서 나타나는 연관성의 크기와 비슷하다. 물론 부모는 선택되지 않고 자라온 환경도 스스로 만들 수 없으니 운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책은 재능과 노력이 있어도 기회를 항상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행운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게 되는 이유는, 사후 과잉확신 편향 때문이다. 책에는 이례적인 성공을 목격한 사람은 사후 과잉확신 편향이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실제로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도 예측 가능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다. 때문에 성공이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었는데도 응당한 노력으로 인하여 성공했다고 착각하는 일이 생긴다.
"성공에 있어서 행운의 중요한 역할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탓에 생겨나는 조세 저항은 미래 세대가 행운을 누리는 데 필요한 공공 투자를 더 어렵게 만든다." - 181쪽
저자는 행운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모두의 행운을 갉아먹는 것이라고 본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는 것은 누군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커다란 행운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좋은 환경을 유지해서 다음 세대에도 행운을 지속시켜줄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공공 투자를 통해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질 좋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이 책은 인생에 작용하는 행운의 영향을 우선 설명하고, 타인과 사회를 위한 제도 제안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이해하기 쉽다. 또한 저자가 유머가 있는 사람인지 자신의 인생에 있었던 독특하고 운이 따랐던 이야기들을 섞어서 행운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다. 성공적인 삶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책은 삶의 이모저모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주기에 일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