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야간 촬영
 야간 촬영
ⓒ 최성형

관련사진보기


"꿈의학교 아이들이 만든 영화를 영화관에서 실제 개봉할 계획입니다."

이덕행 남양주 영화제작 꿈의학교 교장(남양주 영상위원회 대표)에게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영화개봉이 그렇게 쉬운 일이던가?  

하지만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난 18일 촬영을 시작했고, 24일 0시 30분에 촬영을 마쳤다. 밤을 꼬박 새는 강행군을 거친 결과였다. 

영화 제목은 <눈치게임>이다. 한 아이가 자살 시도를 하면서 친구들한테 보낸 문자메시지로 인해 벌어진 학생 간, 그리고 교사 간 오해와 갈등이 이야기의 뼈대다.

영화를 만든 아이들은 남양주 영화제작 꿈의학교가 모태가 되어 설립된 별나라 꿈의학교(교장 이수경)다. 이덕행 교장은 이 학교 상임 운영위원이다.

'학생 스스로'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꿈의학교답게, 대본부터 학생들이 차근차근 준비했다. 여기에 개성파 연기자로 알려진 배우 지대한과 영화 <위험한 중독> (2015)을 만든 최율권희 감독 등이 재능기부로 힘을 보탰다.

영화 제작에 필요한 종잣돈은 경기도교육청에서 지원받았다. 부족한 자금은 '크라우드펀딩'으로 채웠다. 펀딩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한 달간 진행했다.

"촬영 기간 내내 긴장 속에서 살았어요. 애들이 아프지는 않은지 혹시 안전사고가 나는 것은 아닌지. 입술이 다 부르텄습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어요."

이덕행 대표 말이다. 지난 24일 오후 그와 전화 통화를 했다. 이 말에 이어 그는 "한 아이가 과로로 쓰러졌는데, 좀 쉬라고 하는데도 다음날 촬영장으로 달려오고. 그 열정이 놀랍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목표는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영화관 10곳에서 개봉, 10만 관객을 끌어모아 흥행에 성공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부천국제 판타스틱·부산 국제영화제 등에 출품해 좋은 평가를 받아 그 여세를 모아 해외 영화제에 출품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흥행에 성공하고, 해외 영화제 출품하는 게 목표"   
 재능기부로 참여한 실감나는 배우들의 연기.
 재능기부로 참여한 실감나는 배우들의 연기.
ⓒ 이민선

관련사진보기

   
지난 23일 오후, 촬영장의 열기를 몸으로 느끼고 싶어 영화 <눈치게임> 촬영 장소인 남양주시 오남 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촬영 마지막 날인데도 배우와 스태프 얼굴에서 지친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요즘도 주로 악역을 맡는지?"라고 농을 치듯 말을 걸자 그는 "제가 전과 100범쯤 됩니다"라고 시원하게 맞장구를 쳐 주었다.
 
 재능기부로 참여한 주연급 명품조연 배우 지대한.
 재능기부로 참여한 주연급 명품조연 배우 지대한.
ⓒ 이민선

관련사진보기

 
그는 주연급 연기자이지만 '명품조연'으로 더 유명한 배우 지대한이다. 스크린에서 보이는 험악한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선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감독님이 잠깐만 도와주면 된다고 해서 왔다가 지금까지... 하하하, 한마디로 낚인 거죠."

그가 이곳에 발을 들인 이유다. 낚인 거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스스로 낚여 준 것이었다.

"학생 꿈을 찾아 주는 게 목표인 꿈의학교 취지에 호감이 생겼어요. 사실 제가 꼭 해 보고 싶은 일이었거든요. 저도 고등학생 때 연극 한편 해보고는 이 길로 들어섰거든요. '대한이 참 연기 잘한다'라는 선생님 칭찬을 받고는 '내가 연극에 소질이 있구나' 생각했고, 그래서 이 길로... 여기 배우나 스텝은 보수가 수천만 원 하는 친구들입니다. 이런 친구들과 영화를 만들어 보는 게 학생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이 경험 덕분에 몇 명은 인생이 바뀔 것이라 믿습니다."

"이 경험이 몇명의 인생을 바꿀 것"
 
 영화 <눈치게임>에제작에 참여한  전문 배우와 학생들, 중 3부터 고3까지 약 20명이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영화 <눈치게임>에제작에 참여한 전문 배우와 학생들, 중 3부터 고3까지 약 20명이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 최성형

관련사진보기


실제로 유명한 배우, 감독과 영화 촬영을 한 게 학생들에게는 잊지 못할 좋은 경험이었다. 학생들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마치 배우 지대한씨 말에 맞장구를 치듯 '좋은 경험'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감독을 맡은 조남훈 학생(남)은 "실제 영화를 만드는 감독, 배우들하고 일하니까 좀 더 전문적인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라고 말했다. 스태프로 활동한 주지나 학생(여)은 "유명한 배우하고 하니까 긴장감이 확 느껴져요. 어떤 마음으로 촬영에 임해야 하는지를 알게 돼서 기뻐요"라고 말했다.

두 학생 모두 좋은 영화감독이 되는 게 꿈이다. 입시에 성공해 올해 영화·영상 관련 학과에 들어가게 됐다.

이 학생들과 다르게, 배우로 참여한 김채영 학생(여)은 영화나 연기에 전혀 뜻이 없었다. 입시에 성공해 올해 입학하게 되는데, 전공은 영화와 관련이 없는 경찰 행정학이다. 이 영화에 참여하면서 '배우 해볼까'하는 고민에 빠졌다. 

이 학생은 "다양한 감정을 끌어내는 게 힘들었는데, 그때마다 어른들이 답을 금방 찾아 주어서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남양주 영화제작 꿈의학교를 수료하고 올해 별나라 꿈의학교에 참여해 영화 제작을 한 고3 학생 6명 모두가 입시에 성공했다. 4명은 영화·영상과 관련한 학과에, 1명은 경찰 행정학과, 1명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별나라 꿈의학교는 남양주 영화제작 꿈의학교에 꾸준히 참여한 학생을 주축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적으로는 이미 '성공'
 
 영화 촬영
 영화 촬영
ⓒ 최성형

관련사진보기


  
 영화 촬영
 영화 촬영
ⓒ 최성형

관련사진보기

 
남양주 영화제작 꿈의학교는 마을에 있는 전문 영화인들이 힘을 모아 지난 2015년 설립했다. 이덕행 교장은 영화 <꽃잎>(감독 장선우, 배우 이정현) 등을 기획한 전문 기획자다. 당시 이건우 영화감독과 김동철 남양주 종합 촬영소 대리가 학부모, 학생 등과 함께 운영위원을 맡았다.

그 뒤 매년 경기도교육청 핵심 사업인 경기 꿈의학교에 공모에 선정돼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

이덕행 교장(별나라 꿈의학교 상임 운영위원) 목표는 아이들이 만든 영화 <눈치게임>으로 흥행에 성공하고 해외 영화제에 출품도 한다는 것. 이 목표가 이루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30년 경력 베테랑 배우 지대한도 흥행이 가능할 것 같느냐는 물음에 "신만이 알 수 있다"라고 답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남양주 별나라 꿈의학교가, 꿈의학교 핵심 신조인 '거침없는 도전'을 과감하고 오롯이 실천했다는 사실이다.

이 학교는 아이들에게 실패해도 좋으니 한번 부딪쳐 보라고 강조한다. 진짜 실패해도, 실패한 경험을 쌓았으니 교육적으로는 성공한 것이라며 등을 토닥여준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남양주 별나라 꿈의학교는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거침없이 도전했고,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꿈의학교' 아이들이 만든 영화, 내년에 개봉합니다
아이들 '꿈 깨는 게' 목표, 이런 학교도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궁금한 게 많아 '기자' 합니다. 르포 <소년들의 섬>, 교육에세이 <날아라 꿈의학교>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