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영화 포스터

▲ <아이스> 영화 포스터 ⓒ 마노엔터테인먼트


[기사 수정 : 29일 낮 12시 36분]

영화 <아이스>에서 신체적 문제로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던 나디아(아글라야 타라소바 분)는 샤탈리나(마리아 아르노바 분) 코치의 가르침을 받아 러시아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한다. 피겨 스케이팅 스타 레오노프(밀로스 비코비치 분)의 파트너가 되어 승승장구하던 나디아는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인 아이스컵 출전을 앞두고 심각한 부상을 당한다.

나디아가 6개월 안에 감각을 회복하지 못하면 영원히 못 걷는다는 의사의 진단을 들은 샤탈리나는 욱하는 성질이 강한 아이스하키 선수 사샤(알렉산더 페트로브 분)를 재활 파트너로 붙여준다. 나디아는 사샤와 티격태격하다가 차츰 그의 낙천적인 성격과 유쾌함에 희망을 되찾기 시작한다. 기적적으로 회복한 나디아는 다시 아이스컵에 도전장을 던진다.

러시아 영화 <아이스>는 부상으로 휠체어 신세가 된 피겨요정 나디아와 아이스하키 선수 사샤의 얼음 위 도전과 사랑을 소재로 삼는다. 두 사람의 귀엽고 오글거리는 피겨 로맨스는 많은 러시아 관객을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역대 박스오피스 오프닝 스코어를 갱신하며 제작비의 10배를 회수했고, 2018년 러시아 박스오피스에서 러시아 영화 중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스포츠, 멜로, 뮤지컬을 오가는 독특한 장르 문법
 
<아이스> 영화의 한 장면

▲ <아이스> 영화의 한 장면 ⓒ 마노엔테터인먼트


러시아에서 흥행을 인정받은 작품답게 <아이스>에는 대중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어릴 적 신체적인 결함을 극복하고 성인 선수가 되어서는 부상을 이겨내는 나디아의 이야기엔 성장 스포츠의 익숙한 전개가 녹아있다. 나디아와 사샤, 그리고 레오노프를 둘러싼 삼각관계는 사랑, 성공, 이별, 후회, 재회 같은 멜로 영화의 친숙한 구성을 충실히 따른다.

<아이스>는 스포츠 영화와 멜로 영화라는 틀로 본다면 전형성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스>는 노래를 활용하는 뮤지컬 장르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은 관객이 예상치 못한 지점에 노래를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마치 '뜬금포'처럼 말이다. 느닷없이 사용되는 뮤지컬 연출법은 <아이스>에 '비전형적'이란 독특한 색깔을 입혀준다.

<아이스>는 스포츠, 멜로, 뮤지컬을 오가는 독특한 장르 문법에 아름다운 영상과 색감이 돋보인다. 연출을 맡은 올레그 트로핌 감독은 다수의 뮤직비디오와 CF 연출 경력을 자랑한다. 베를린뮤직비디오어워드에서 3회 연속 최우수연출상과 편집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실력도 인정받았다. 그는 뮤직비디오와 CF에서 보여준 감각과 쌓았던 내공을 <아이스>에서 아낌없이 발휘한다.
 
<아이스> 영화의 한 장면

▲ <아이스> 영화의 한 장면 ⓒ 마노엔터테인먼트


영화엔 뮤지컬 장면이 총 4차례 등장한다. 어린 나디아가 샤탈리나 코치의 혹독한 훈련을 거쳐 피겨 선수로 성장하는 장면엔 노래 '전투병(Soldier)'이 흐른다. 어린 피겨 선수들의 군무와 나디아가 훈련에 몰입하는 장면은 교차 처리되어 속도감을 주고 "5년째 잠을 설친 탓에 움푹 꺼진 내 눈", "아군에게도 적군에게도 상처받는 전투병" 같은 가사가 재미를 더한다.

헬스장에서 사샤가 나디아의 재활을 돕는 장면에선 경쾌한 리듬의 '나처럼 해봐(Do Like Me)'가 들린다. 헬스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를 때론 분할화면을 사용하며 뮤직비디오 스타일로 꾸민다. 나디아의 성공을 위해 떠나야 하는 사샤의 고뇌를 보여주는 대목에선 러시아의 국민 노래라 불리는 빅토르 최의 '담배 한 갑(A Pack of Cigarette)'이 쓰였다.

나디아가 깊은 슬럼프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줄 땐 러시아의 여성 록 가수 젬피라의 '아득히 먼 곳(Infinity)'이 사용되었다. 뮤지컬 장면 외에 피겨스케이팅 대회나 아이스쇼를 보여줄 적에도 강렬한 분장, 딥블루 톤의 조명과 빨간 네온의 대비 등을 써서 현란한 비주얼을 선보인다.

보는 재미, 듣는 재미, 느끼는 재미 골고루 갖춘 영화
 
<아이스> 영화의 한 장면

▲ <아이스> 영화의 한 장면 ⓒ 마노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깊은 호수로 알려진 러시아의 바이칼호는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이 용기와 사랑을 품은 장소로 나온다. 나디아가 어릴 적에 이곳에서 스케이트를 타면 엄마(크세니아 라포포트 분, 나디아 역을 맡은 아글라야 타라소바의 실제 어머니이기도 하다)는 "너는 뭐든 할 수 있어"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나디아와 사샤가 서로를 쳐다보며 얼음이 내는 소리를 들을 적엔 사랑의 온기가 넘친다.

스포츠, 멜로, 뮤지컬이 뒤섞인 <아이스>는 보는 재미, 듣는 재미, 느끼는 재미를 골고루 갖추었다. 나디아와 사샤의 케미도 좋다. <스타워즈>를 사용한 개그는 웃음도 준다. 마지막 장면은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을 전한다.
아이스 올레그 토로핌 아글라야 타라소바 알렉산더 페트로브 밀로스 비코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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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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