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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생후 6개월을 지나면서부터 새벽에 1~2번씩 깨곤한다. 엄마 젖을 물리면 수월하게 다시 재울 수 있지만 의사도, 육아서적들도 밤중 수유는 아이 성장에 결코 좋지 않다며 말린다. 아이 키우는 일 만큼은 정석대로 하고싶은 엄마 욕심에 '아이가 밤에 깨더라도 젖을 물리지 않고 다시 재우기'로 고군분투 해온지 어느덧 3개월째이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 모유수유를 해본 엄마라면 젖을 찾으며 우는 아이를 달래 다시 재우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 공감 할 것이다. 게다가 그 일이 매일 새벽 2~3시쯤 반복된다면 말이다.

그렇게 피로가 쌓여가던 중 남편이 먼저 덜컥 병이 나고 말았다. 기관지가 약해 몸이 힘들면 기침으로 신호가 오는 사람인데 어김없이 기침을 연발하며 괴로워했다.
회사일도 고될 터인데 집으로 또다시 출근해 집안일에, 아이 목욕에, 잠도 설치고 '그래, 당신도 참 고생이 많다' 싶어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었다.

문제는 밤이었다. 또 새벽 3시, 아이는 알람처럼 앙칼진 울음으로 나를 깨웠다. 눈도 다 뜨지 못한 채 아이를 들쳐 안았다. 토닥이며 집안을 이리저리 거닐기를 십여분, 잠들었다 싶어 내려놓으면 울고를 3번 반복한 후에 겨우 평화가 찾아왔다. 시계는 이미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뻐근한 허리를 펴고 누우려는 찰나, 그런데 이번엔 남편이 거센 코골이와 기침을 내몰아친다. 순간 극심한 짜증이 밀려왔다. 기침소리에 다시 아이가 뒤척이자 짜증은 극에 달했다. '왜 자기 몸관리 하나 제대로 못해서 나와 아이의 숙면을 방해하는가' 하는 왜곡된 원망이 튀어나왔다. 남편 기침 소리에 아이가 또 깰까 마음 졸이다 결국 잠을 설치고 말았다.
 
 임신, 출산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자연주의 출산이건 아니건, 무통주사를 맞건 아니건 간에 여성은 오롯이 자신의 감정과 몸 상태를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육아는 이렇게 나의 약하고 모난 부분을 불쑥 불쑥 마주하게 한다. 특히 말 못하는 아이를 상대로 어쩔 도리가 없으니 몸과 마음의 모든 스트레스는 화살이 되어 남편에게 꽂히기 십상이다. 그렇게 화살을 쏘아대고 돌아서면 더 괴로운것은 실망스러운 나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다.
ⓒ unsplash
 
나는 아침녘이 되어서야 겨우 깊은 잠에 빠졌고 남편은 그런 나를 배려해 딸아이를 데리고 거실로 나가 한 참을 놀았다. 느지막이 일어나 난장판이 된 거실과 세수도 못한 남편, 그리고 그저 해맑은 딸아이 얼굴을 마주하자 '간밤에 아픈 남편에게 짜증을 숨기지 못했던 내 자신'이 상기되었다. '내가 이렇게나 마음이 넉넉하지 못한 사람이던가'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보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육아는 이렇게 나의 약하고 모난 부분을 불쑥 불쑥 마주하게 한다. 특히 말 못하는 아이를 상대로 어쩔 도리가 없으니 몸과 마음의 모든 스트레스는 화살이 되어 남편에게 꽂히기 십상이다. 그렇게 화살을 쏘아대고 돌아서면 더 괴로운 것은 실망스러운 나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다. '고된 육아-남편에게 불똥-자기반성'의 슬픈 악순환.

육아는 쉽지 않다. 그러나 '육아가 이만큼 힘들다.' 토로하고 싶은 것이 이 글의 목적은 결코 아니다. 나와 같은 인생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엄마 혹은 아빠들에게 토닥임이 되면 족하다. 조금 더 솔직해지면 '나만 이렇게 못난 사람인가' 하는 자괴감을 덜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과 위로와 격려를 나누고 싶다. 남편이 아픈데 짜증날 수도 있다고. 못난 나만 그런것이 결코 아니라고. 이렇게나마 주고받는 위로를 양분 삼아 오늘 하루도 힘내서 아이와의 시간에 최선을 다하자고. 그리고 배우자 서로를 품어주자고. 무엇보다 미처 돌볼 틈 없던 나 자신을 너그러이 위로하고 격려해주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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