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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연대가 2017년 8월 일부 생리대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검출된 VOCs는 클로로벤젠, 아세톤 등으로 피부에 접촉하면 신경계 장애를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같은 해 9월과 12월 시판되는 생리대를 전수조사했고 그 유해성이 미미하다고 발표했지만, 이 일을 계기로 많은 여성들이 생리대에 대한 불안감을 갖게 됐다.

정부당국의 미온적인 대처로 불안감은 커져갔고 생리컵, 면 생리대 등 대안생리대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생리컵은 일반적으로 작은 종 모양으로 의료용 실리콘으로 제작된다. 15㎖ 용량 기준으로 지름 48㎜, 길이 7㎝며 브랜드마다 탄성·모양·경도가 다르다.
 
인천여성민우회 한 활동가가 대안 생리대 가운데 하나인 생리컵을 설명하고 있다.
 인천여성민우회 한 활동가가 대안 생리대 가운데 하나인 생리컵을 설명하고 있다.
ⓒ 조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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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법은 생리컵을 편의대로 접어 입구를 자궁경부까지 천천히 밀어 넣는다. 컵이 바깥에서 보이지 않으면 된다. 아랫배에 잠시 이물감이 느껴질 수 있다. 질 안쪽으로 손가락을 넣어 컵 몸통을 누르면 공기가 빠지면서 컵이 빠진다. 바로 꼬리를 잡아 빼면 공기압 때문에 잘 빠지지 않는다.

생리컵은 2017년 12월 식약처로부터 국내 판매허가를 받았다. 독성시험 등 안전성과 내구성 등을 점검했다. 현재 인터넷에서 국내외 10여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생리컵과 일반 패드생리대의 대안으로 떠오른 면 생리대를 홍보·제작 강의 하는 곳이 있다.

인천여성민우회는 3년째 월경 워크숍을 진행해왔다. 면 생리대를 직접 만들며 자신이 겪는 생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교육도 한다. 초등학교부터 양육자 강연 등 원하는 곳 어디든 간다. 특히 첫 생리를 경험하는 초등학교 5~6학년 여학생들에게 다양한 생리용품을 알려준다. 여학생과 남학생이 함께 만져보고 만들며 자연스럽게 생리를 받아들이도록 한다.

문지혜(35·여) 인천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여성의 몸은 사회적 통제가 있어 자기검열에 익숙해져 있다"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신의 몸을 탐색하자는 의미에서 정기적으로 워크숍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안생리대는 이전만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민우회 활동가 이모씨(27·여)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 그런 것 같다"며 "생리컵은 실물을 보기 어려운데다 알려진 내용이 많지 않아 한정된 정보만 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리컵은 약국, 잡화점, 대형마트에서 판매가능하다. 하지만 매장에서 파는 곳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각종 대안생리대는 온라인마켓이나 해외 직구가 일반적이다. 가격은 평균 2만원~3만원대로 자신의 자궁경부길이, 활동성 등을 고려해 구매해야 한다. 

문지혜 활동가는 "대안 생리대가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단계기 때문에 홍보가 필요한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일반 패드생리대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대안생리대 가운데 하나인 생리컵 사용자 정현진(29·경기도 양주)씨, 이모씨(24·서울 서대문)와의 일문일답.

- 생리컵을 어떻게 알았고, 왜 쓰게 됐나.
: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됐다. 생리대 파동이나 어떤 계기를 통해 사용한 것은 아니고 호기심이 가장 컸다.
: 2년 반 전 남미여행을 계획하던 중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다. 짐을 줄이려고 생리컵을 샀는데 막상 사서 써보니 아팠다. 결국 남미에는 탐폰을 들고 갔다. 2018년 초 '제로 웨이스트(Zero Waist)'라고 쓰레기 줄이기 운동에 관심이 생겨서 다시 시도했다.

- 이전엔 어떤 생리용품을 사용 했나.
: 일반 패드생리대를 사용했다. 탐폰을 써 본적은 없다. 잡화점에서 1+1이거나 저렴한 제품을 구매해 썼다.
: 패드형 생리대를 쓰다가 탐폰으로 바꿨다. 주로 엄마가 대용량으로 사다 놓은 걸 썼다.

- 생리컵은 얼마나 썻고, 사용감은 어떤가.
: 1년 정도 됐다. 비용 면에서 만족한다. 매달 고정적으로 1만원 이상 나가던 돈이 굳었다. 생리컵 사용할 때 혹시 모를 샘 방지를 위한 팬티라이너 비용만 든다. 2~3달에 5000원 정도. 제대로 착용하면 아무 느낌이 안 들 정도로 편하다. 냄새도, 질척임도 없다.
: 1년 정도 탐폰과 병행해 쓰다가 생리컵만 쓴지는 3개월 됐다. 처음엔 불편해서 집에 있을 때만 썼다. 하지만 탐폰은 사용시간이 최대 5시간이라 짧다. 반면 생리컵은 12시간까지 쓸 수 있어 점차 사용 빈도가 늘었다. 사용 시간이 길어 잘 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용량도 커 쉽게 새지 않는다. 물론 돈도 아낄 수 있다.

- 사용에 어려운 점은.
: 자궁 길이를 재는 일이다. 생리컵은 보통 2가지 크기로 나오는데 자궁 길이를 알아야 알맞은 생리컵을 고를 수 있다. 자신의 질에 손가락을 넣어 길이를 재야 하는데, 낯설고 불안한 일이다. 하지만 거리낄 필요는 없다. 1년을 썼는데 위험하지 않았다.
: 아무래도 갈아 끼우는 부분이다. 생리컵을 비울 때 피가 한 번에 확 쏟아진다. 그게 좀 어색한데, 나는 탐폰과 병행해 쓰며 적응했다.

- 본인들도 우연한 기회로 대안생리대를 접한 것처럼 대안생리대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 생리용품의 다양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선택권이 없다보니 일반 패드 생리대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생리컵, 탐폰, 면 생리대에 대한 홍보나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가격을 낮춰야 한다. 여성에게 생리대는 필수품인데 가격이 너무 높다.
: 일부 지자체에서 저소득가정 청소년에게 생리대 구매비용을 지원하는 것으로 안다. 그 친구들이 대안생리대의 존재를 안다면 효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학창시절 생리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 대신 엄마에게 배웠다. 학교에서도 교육이 필요하다. 나도 생리컵을 어렸을 때부터 알았다면 그 때부터 썼을 것 같다. 가판대에는 패드형 생리대만 가득하다. 생리용품에 대한 선택권이 필요하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생리컵이 본인과 맞으면 쓰고 안 맞으면 안 쓰면 된다. 근데 써보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생리컵을 처음 구매 할 때 가격이 부담 된다면 해외 직구를 통해 저렴한 걸로 시작하면 된다. 본인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권하고 싶다. 본인의 선택에 따라 생활의 질이 달라진다.
: 처음엔 너무 아팠다. 근데 쓰다 보니 매우 간편해졌다. 그동안 생리가 불편한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아왔다. 나 말고도 모든 여성이 겪는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아프고 불편할 필요가 없다. 분명 나에게 더 좋은 방법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위키리크스한국'에서 볼 수 있습니다.


태그:#생리컵, #대안생리대, #생리대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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