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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풀꽃문학관에서 나태주 시인을 만났다. 자신은 조그마한 사람이라서 평생을 조심하며 살았다고 말했다. 노년엔 노욕을 조심해야 한다며 자신을 다스려왔음을 나타냈다.
▲ 나태주 시인 공주풀꽃문학관에서 나태주 시인을 만났다. 자신은 조그마한 사람이라서 평생을 조심하며 살았다고 말했다. 노년엔 노욕을 조심해야 한다며 자신을 다스려왔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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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Ⅰ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마음에 와닿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상대의 마음과 내 마음에 든 것이 같을 때 우리는 서로 통하고 있음을 느낀다. 나태주 시가 그렇다. 그의 시가 사람들의 마음을 당기는 게 없다면, 2015년 출간한 시집이 3년 뒤 역주행하며 날개 돋친 듯 팔릴 일은 애당초 없었을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지혜)' 시집은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박보검과 송혜교 사이의 가교 구실을 하면서 사람들 눈에 들기 시작해 '미디어셀러'로 자리를 굳혔다.

지난 19일 공주풀꽃문학관에서 만난 나태주 시인(75)은 말한다. 자신의 시는 변한 게 없는데 사람들의 생각이 바뀐 거라고.

"내 시는 예전부터 그대로 있었어요. 2016년 촛불 이후 사람들의 담론이 바뀌면서 관심을 갖게 된 거지 내 시가 바뀐 건 아니에요."

시인, 시로 말하다 
    
나태주 시인이 동요를 연주하고 있다. 초등교사부터 교직생활을 오래한 그는 오르간을 잘 치지 못해서 결국 자신만의 방법으로 터득했다며 그렇게 알아가는 거라고 말했다.
▲ 오르간 치는 나태주 시인 나태주 시인이 동요를 연주하고 있다. 초등교사부터 교직생활을 오래한 그는 오르간을 잘 치지 못해서 결국 자신만의 방법으로 터득했다며 그렇게 알아가는 거라고 말했다.
ⓒ 노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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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 그를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의 반열에 올려놓은 시가 바로 '풀꽃'이다. 풀꽃은 아주 쉬운 단 3줄의 문장이지만 가슴을 탁 치는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너도 그렇다는 인정의 말 한마디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는 많은 책을 냈다. 약 120여 편으로 짐작한다. 그중 시집은 40여 편에 이른다. 지난 가을에 낸 '나태주 육필시화집(푸른길)'은 그간의 저서와 다르게 그림도 곁들였다. 나태주 시인이 직접 그리고 썼다. 손글씨를 쓰고 그림을 손수 그렸더니 어른, 아이 모두를 위한 동화집이 됐다. 어린아이 같은 시인의 감성을 한 올 한 올 새긴 듯 육필시화집을 보노라면 저절로 마음이 순해지는 것 같다.

이후 가장 최근 낸 책이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동학사)'라는 그림 시집이다. 시 한 편에 흑백그림 한 편씩 짝을 이뤘다. 단숨에 읽히는 주옥같은 시들은 책보다 빛났다.

이달 말엔 산문집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서울문화사)'를 출간한다. 인생과 사랑,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시는 사랑이다, 그리고 떠오르는 그림이다"    

 
나태주 시인이 직접 쓰고 그리다. 나 시인이 한 자 한 자 적어내려간 시와 꼼꼼하게 채색한 그림이 한 편의 동화같은 분위기를 보야주는 책이다.
▲ 나태주 육필시화집 나태주 시인이 직접 쓰고 그리다. 나 시인이 한 자 한 자 적어내려간 시와 꼼꼼하게 채색한 그림이 한 편의 동화같은 분위기를 보야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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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암울한 시절이 있었다. 군대 있을 때와 장학사로 지냈던 때가 가장 싫다고 했다.

"장학사였을 때 전교조 교사를 찾아가 퇴직하지 말라고 말렸다가 좌천당했지. 거꾸로 아는 사람 있을 거야. 이제 와서 밝힌들 무슨 소용이랴. 그런 때가 있었다오."

그렇게 산 세월은 아팠지만, 그의 시엔 사랑이 숨 쉰다. 특히나 애절한 사랑의 마음을 그린 시들은 사랑하는 이에게 속마음을 전하기 좋은 표현이 차고 넘친다.

나 시인은 "시는 사랑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시를 쓴다. 동심이 있고 맑은 감성이 살아있어야 시다. 시를 보면 그림이 떠올라야 하고 시 한구석에 신의 선물 같은, 마음을 치는 문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그가 언어 속에 들어있는 고운 빛을 다듬어 세상에 내놓은 시는 잔잔한 사랑의 물결로 우리 곁에 다가왔고 각박하고 우울한 세상에 위로와 힘이 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나보다는 전체를 생각하는 거대담론이 우세한 나라였어요. 촛불 이후 개인 담론으로 바뀐 거지요. 나 하나 너 하나가 중요해지니까 '너도 그렇다'가 눈에 띈 거야. 내 시가 변한 게 아니고 세상이 변한 거지. 감기 걸린 사람이 감기약 사 먹듯 필요하니까 찾는 그런 거예요."

그러면서 나 시인은 "사람들이 필요해서 찾는 거니까 필요한 것을 주어야 한다. 시인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감성을 주는 서비스맨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은 문학과 문화 키우는 마중물" 
    
자신의 책을 가져온 기자를 위해 그 책에 정성스레 사인해주는 나태주 시인. 사인 뿐 아니라 시도 한 수 적어주고 그림도 그려주었다.
▲ 사인하는 나태주 시인 자신의 책을 가져온 기자를 위해 그 책에 정성스레 사인해주는 나태주 시인. 사인 뿐 아니라 시도 한 수 적어주고 그림도 그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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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시적 감성으로 일찍이 명성을 유지한 나태주 시인. 그가 받은 문학상은 이루 셀 수없이 많다. 하지만 그가 정말 타고 싶은 상은 소월문학상과 목월문학상. 그러나 묘하게도 그와 인연이 닿지 않았다.

나 시인이 그랬듯 그는 상을 타고 싶어 하는 작가들의 마음을 깊이 읽는다.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하고 동인지를 만들고 잡지를 낸 후 대부분 책을 내는데 자비출판인 경우가 많아요. 그다음 턱걸이로 상 받는 거야. 젊은 작가들은 상이 그렇게 애달플 수 없어. 그래서 상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웅진문학상'이 그가 만든 최초의 상이다. 20여 년 전 백제문화제 축제기금 일부인 100만 원으로 시작한 상이 커져서 지금은 상금이 700만 원이다. 지속시키기 위해 무척이나 애썼다. 나 시인은 당시 웅진그룹의 도움을 받고 싶었으나 연결되지 않았던 게 아직도 아쉽다.

풀꽃문학상도 5회째다. 공주시 지원으로 상금과 심사위원비, 경비 등을 대고 모자란 돈은 나 시인이 사비로 감당했다.

"그러다 보니 고향이 서천인데 고향에 미안해졌어요. 여러 과정을 거쳐 '신석초문학상'을 만들게 도와줬어요. 중학생 때 신석초 선배를 보고 시인 되겠다 결심한 거였거든. 두 해 동안 1700만 원을 댔어요. 그랬더니 서천군이 지난해부터 상금으로 1000만 원을 지원하더라고요. 이게 바로 마중물이야. 문화사업에선 본류를 뽑아내는 마중물이 매우 중요해요."

교포 문인들을 위해선 2회째 1500만원을 들여 '해외풀꽃시인상'을 키웠다. 지난해는 350만 원으로 '공주문학상'을 만들었다. 올해도 추진한다. 모두 강연료와 인세로 충당한다. 나 사인은 작가들의 창작활동이 활발해지길 바라길 마음만으로 아낌없이 주머니를 비웠다.

단, 글은 열심히 쓰지 않고 상을 바라는 작가들에겐 따끔하다.

그는 "글판에선 글 잘 쓰는 놈이 최고다. 작품이 있어야 상도 받는 거고 받을만한 사람이 있어야 상도 주는 거다. 또 상 탔다고 심사위원에게 인사도 말고 남에게 상금 쓰지 마라. 그걸 바라는 자체가 적폐"라고 지적했다. 대신 나 시인은 상 탄 이들이 내부에서 봉사하게끔 했다.

나 시인은 또 공주풀꽃문학관이 자신의 이름을 걸지 않아 매우 흡족하다.

"괜히 내 이름 걸어서 가족 힘들게 하고 주변 시샘을 받을 필요가 없어요. 노년엔 노욕을 조심하고 살아야 해. 엉뚱한 욕심 말이에요. 난 조그만 사람이니까."

문학의 마중물 역할을 자청하며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는 나태주 시인. 우리는 또다시 세상을 살만하게 해줄 그의 시를 기다릴 것이다. 
 
문학관 안에 놓여있는 나태주 시인의 작품들 일부
▲ 문학관 내부 1 문학관 안에 놓여있는 나태주 시인의 작품들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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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작품을 모아둔 방. 방 사면엔 모두 나태주 시인의 작품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그중 오르간이 있는 쪽 풍경
▲ 공주풀꽃문학관 내부 2 나태주 시인의 작품을 모아둔 방. 방 사면엔 모두 나태주 시인의 작품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그중 오르간이 있는 쪽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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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에 하나 남은 일본식 가옥인 문학관. 문학관으로는 매우 좁은 공간이지만 나태주 시인은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공주에 하나뿐인 일본식 가옥이므로 보존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 공주풀꽃문학관 공주에 하나 남은 일본식 가옥인 문학관. 문학관으로는 매우 좁은 공간이지만 나태주 시인은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공주에 하나뿐인 일본식 가옥이므로 보존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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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천안아산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나태주, #공주풀꽃문학관, #육필시화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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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과 천안 아산을 중심으로 한 지역소식 교육 문화 생활 소식 등을 전합니다. 지금은 출판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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