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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심상정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심상정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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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장 : "서로 긍정적인 말들을 하시니 시간을 더 드릴게요."

가까스로 훈훈한 마무리였다. 24일 소집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5당 전체회의. 오전 10시에 시작한 회의는 심 위원장이 각 당별로 협상에 대한 의지를 청취한 막판 15분을 제외하고는 세 진영의 첨예한 공방만 내내 이어졌다.

각 당의 협상안을 들고 만나기로 한 자리였다. 지난 22일 민주당에 이어 23일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야3당이 협상안을 발표했지만, 유일하게 한국당만 숙제를 완수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 접점이 모아지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날 한국당 위원들은 같은 당 위원끼리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등 한참 진도가 뒤처진 모습이었다.

한국당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총 15차례의 회의가 열렸지만, 좀처럼 정개특위가 기초 합의에도 이르지 못한 이유는 세 진영에 엉킨 실타래 같은 딜레마가 있기 때문이다. 한 위원이 회의 말미 "힘들지만 가봅시다!" 하고 대뜸 기합을 넣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실타래를 풀려는 각 당의 노력이 회의를 통해 제기됐다"는 자위도 나왔다. '이제는 풀어야 한다'는 답답함이었다.

[실타래 ①] 같은 당인데도 의견 불일치, 가장 뒤처진 한국당

민주당 : 의원정수 유지, 지역구 의원 200석, 비례대표 100석,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준연동, 복합연동, 보정연동 중 선택)

야3당 : 의원정수 확대, 지역구 220석, 비례대표 110석,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자유한국당 협상안만 빠진 상황. 한국당을 향해 화살이 날아들었다.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이 결국 간사 개인 자격으로 안을 제시했지만, 자당 의원과 의견 대립을 보이면서 '면피용'이 아니냐는 비판이 불붙었다.

장 의원은 이날 "당론은 아니지만 협상 책임자로서 개인적으로 제안한 안을 통해 접점을 찾아준다면 의원총회에서 제안하겠다"며 자신의 안을 설명했다. ▲의원정수 유지 ▲도농복합제(도시 지역은 중대선거구, 농촌 지역은 소선거구) ▲민주당이 제안한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이 그것이었다.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장제원, 김재원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장제원, 김재원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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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편' 김재원 의원의 반박이 이어졌다. 김 의원은 "도농복합형이 우리 당 제출안이라고 하는데, 이는 선거제도를 단순 명료하게 구성해야 한다는 기본 대원칙에 반하므로 채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당에서도 의견을 모아 확정한 적 없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정유섭 의원은 정개특위 대전제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부정했다. 정 의원은 "5당 원내대표 합의 당시에는 연동형을 합의한 게 아니고, 어떻게 구체화할지 하겠다는 것이었지 도입을 말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야3당의 말처럼 하려면 북구라파(북유럽)식으로 완전히 비례대표만 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 :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으로서 지금까지도 이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개특위에 과연 제1야당이 있나, 왜 참여하나 하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 "한국당의 태도가 더 실망스럽다. 원내대표 합의가 끝나자마자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완강한 반대 입장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이건 합의 위반이다."


변함없는 한국당의 모습에 타 당 위원들은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장 의원이 "이렇게 상대 당을 성토하고 공세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발언은 실질적으로 선거제도 개편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으름장을 놨지만, 비판은 멈추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한국당의 논리에는 손을 들지 않았다.

[실타래 ②] 선관위도 고개 저은 '연동형' 반대 논리

이날 회의에 동석한 박영수 선관위 사무총장은 각 진영의 '팩트체커' 역할을 맡았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반대 논리로 내세우고 있는 '야3당 밥그릇 프레임'에는 고개를 저었다. 정개특위 수석전문위원도 마찬가지였다.

정유섭 의원은 박 사무총장에게 "(야3당의 안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어떤가? 민주당과 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나왔나?"라고 물었다. 박 사무총장은 이에 "전혀 (당선자가) 안 나오는 것은 아니고 조금 줄어 든다. 초과 의석을 인정하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전문위원도 "산출 방식에 따라 조금씩 결과가 다르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본 자료'라는 기준으로 주장을 고집해 나갔다. 그는 "(거대 양당은) 비례를 하나도 못 가져간다. 이런 결과를 어떻게 1당과 2당이 받아들이나. 우리도 소수자와 여성 등을 배려해야 하는데 비례대표를 한 석도 못 가져가면 이게 배려가 되겠나"라고 말했다.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역구 축소한 선거제도 개혁 사례를 들어보이고 있다.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역구 축소한 선거제도 개혁 사례를 들어보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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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그냥 소수정당을 배려해달라고 하라"며 야3당이 의석을 더 차지하기 위해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김 의원은 "소수 야당이 의석 늘리고 비례대표를 다 가져가는 제도라는 걸 알면 국민들이 다 찬성하겠나. '민심 그대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 : "선관위가 선거구 개편안을 제안할 때 (민주당이 제시한) 준연동, 복합연동, 고정연동을 제안한 적 있나요?"

선관위 사무총장 : "제안한 적 없습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 : "학자들은 준연동, 고정연동, 복합연동은 어떤 형태든 (연동형의 반대인) 병립형 요소가 끼어든다고 보던데요."

선관위 사무총장 : "그리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관위 상대 팩트체크는 김성식 의원의 주장과 통했다. 민주당이 2015년 선관위가 제안한 개정의견을 토대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현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의석 배분 방식에서는 사표 심리가 발동하는 병립형이 가미돼 있다는 논거를 확인한 것이다.

김 의원은 "이번에도 못하면 30년 동안 선거제도 개혁을 못하는 것이다. 2대1, 3대1 다 열어놓고 이야기하자. 5당 원내대표 합의 수준으로 돌아가 10% 증원을 통한 비례성 개선 논의를 열어 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타래 ③] 세 진영의 모두 까기, 입으로만 찾는 '접점'?

심상정 : "섭섭함이 많이 배출됐지만, 오늘 말한 취지들은 각 자당의 실정을 반영한 고뇌의 말들이라고 생각한다."

심 위원장의 말대로, 이날 회의는 각 당 입장만 앞세운 '고뇌의 말'의 향연이었다. 가까스로 "접점을 찾자"는 다짐으로 회의를 종결했지만, 소득은 의견 차이라는 공허한 확인뿐이었다. 회의 직후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천정배 의원은 "아무것도 진전된 게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심 위원장은, 원래 목표인 1월 말 합의가 쉽지 않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4당 원내대표 간 정치 협상을 병행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위원장과 여야 간사로만 구성된 소소위를 꾸려 '집중 논의 기구'도 따로 둘 예정이다.

심 위원장은 "그래도 우리 토론과정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면서 "각 입장이 반영된 것을 존중할 필요가 있고 상대 안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갈음했다.

태그:#정개특위, #심상정, #민주당, #자유한국당, #장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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