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오세훈‧홍준표는 안 된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연 긴급기자간담회의 결론이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24일 오전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2월 2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유력 당권 후보로 꼽히는 이들의 출마를 경계했다.
 
특히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당대표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면서 이들의 당대표 후보 출마는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천명했다.
 
"황교안 당대표 되면 친박·탄핵 프레임으로 통합 방해"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분들이, 나올 명분이 크지 않은 분들이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를 하고 있거나 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당이 겪었던 어려움과 혼란의 원인을 제공한 분도 있고, 관리를 잘못한 분도 있고, 당의 어려움을 방관하며 당에 어떤 기여도 안한 분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이런 분들이 당권 행보 내지는 그 행보를 준비하고 있다"라며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분 중 한 분을 예로 들겠다, 황교안 전 총리"라고 특정 후보를 거론했다. 그는 "이분의 출마 가능성과 관련해 걱정이 많다"라면서 "사실상 우리 당의 많은 고민이, 황 전 총리께서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를 하시면서 시작됐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친박 프레임과 탄핵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당에 대한 기여가 낮다는 점에서 그렇다"라며 "친박‧탄핵 프레임은 당내 통합에 방해가 되는 건 물론,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한 보수 정치 통합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그나마 약화됐던 계파 논쟁이 당내에서 살아날 가능성도 크다"라고 덧붙였다.
 

김병준 위원장은 "이러한 프레임은 2020년 선거를 공세가 아닌 수세로 치르게 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정부‧여당의 실정을 공격하기 전에 상대가 이쪽을 공격하는 프레임으로 작용할 것이다, 선거 결과도 장담하지 못한다"라고 꼬집었다. "정부‧여당이 실정을 거듭해도 수도권 선거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 크다"라는 설명이다.

평가는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당에 대한 기여 없었다는 점도 대단히 마음에 걸린다"라며 "정부‧여당의 실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입을 닫고 있었던 점도 문제"라고 첨언했다. 그는 "비대위 체제도 아닌데 전혀 당과 관계도 맺지 않던 분이 당대표가 되는 걸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라고 우려했다.
 
그는 "너무 쉽게 얻는 건 그 귀한 의미를 모를 수 있다"라며 "당내 상황에 직접 부딪히면서 고민과 고통을 나누는 속에서 당대표가 지니는 역사적 무게를 느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계산은 단기적인 경향이 있고, 당내 선거 역시 누가 세가 강한지 살피는 상황에서 당대표가 될 수는 있겠으나, 그 이후 역사적 소명과 무게를 어떻게 감당할지는 다른 문제다"라고도 지적했다.
 
"오세훈·홍준표도 문제... 당내 통합 위한 밀알 되기를"
 

김병준 위원장은 "다른 주요 당권 주자인 오세훈 전 시장의 문제도 잘 알 것이다,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지만 홍준표 전 대표도 당에 어떤 부담이 될지 여러분 다 아실 거고 당원도 다 알 것"이라고 얘기했다. "한 분(황교안)만 얘기한 건 가장 행보가 적극적이고, 당선 가능성도 제일 높아 드리는 말씀"이라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은 "당의 분란과 혼란‧어려움의 단초를 제공했던 사람이나 책임있는 분들, 당에 대한 기여가 확실하지 않은 분들은 솔직히 출마하지 않으셨으면 한다"라며 "대통령의 무게를 생각하지 못했던 분들이 비극을 맞았고 또 비극을 만들었다, 당권 역시 마찬가지"라고 당대표의 무게감을 역설했다. "그 무게를 생각하지 못하고 권한과 힘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면 당도 스스로도 불행해진다"라는 것이다.
 
그는 "이분들이 출마하는 대신 당내 통합의 밀알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으면 한다"라며 "2020년 선거에서 험지출마함으로써 당에 대한 기여를 하고, 당이 보다 새롭게 되는 데 앞장서주셨으면 한다"라고 전당대회가 아닌 차기 총선 출마를 권했다. 김 위원장은 "만일 이분들이 그러한 태도나 자세‧각오를 다지신다면 저도 더 말단에서, 당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분들이 정말로 출마를 하시겠다면, 내가 어떻게 말리겠나"라며 "나한테 말릴 힘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날 거명한 후보들이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한다고 하더라도 비대위원장으로서 막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또한 본인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 내가 출마할 수 있겠나"라면서 "(출마할 생각이) 없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