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 중앙방송국(CCTV)에서 기자로 활동하던 차이 징은 중국 내에서도 스모그로 유명한 산시성·허난성·장시성·저장성 방문 취재 이후 몸에 이상 징후가 생겼음을 알게 된다. 당시 그녀는 임신 중이었고, 이후 뇌에 양성종양을 가진 것으로 판명된 차이 징의 딸은 태어나자마자 큰 수술을 받는다.
 
 중국의 대기 오염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및 변화를 촉구하는 다큐멘터리 <돔 지붕 아래>(2015) 한 장면

중국의 대기 오염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및 변화를 촉구하는 다큐멘터리 <돔 지붕 아래>(2015) 한 장면 ⓒ 차이 징

 
딸의 수술 이후 CCTV를 그만둔 차이 징은 자신의 딸이 왜 양성종양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알아내기로 한다. 차이 징은 다시는 자신과 딸이 겪었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해 끈질기게 취재한다.  

2015년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돔 지붕 아래(穹頂之下, Under the Dome)>는 차이 징의 취재 결과물이다. 이 다큐는 미세먼지·스모그 등 대기 오염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돔 지붕 아래>는 다큐를 제작한 차이 징이 연사로 나서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독특한 다큐멘터리는 차이 징이 중국 전역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촬영한 대기 오염 관련 영상들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환경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수집한 환경 오염 지표와 차이 징의 주장까지 일목요연하게 소개한다. 

사비 털어가며 중국 미세먼지 실태 취재한 기자

다큐는 양성종양을 가지고 태어난 딸 때문에 대기오염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차이 징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돔 지붕 아래>는 상당히 극적이면서도 완결성 있고, 호소력까지 짙은 탄탄한 전개를 보여준다. 짤막한 애니메이션을 통해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제기하고 미세먼지의 주된 원인인 화석 연료의 문제점을 거론한다.

그 뒤 중국보다 앞서 석탄 사용으로 인해 고통 받은 영국과 미국 사례를 통해 중국이 대기 오염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이 과정에서 다큐가 보여주는 스토리텔링도 일품이다. 이러한 주장과 견해들이 큰 설득력을 갖는 배경에는 사비까지 털어가며 수년 간 미세먼지 취재에 매달렸던 차이 징의 기자 정신이 있었다. 

<돔 지붕 아래>에서는 차이 징이 다년 간의 취재 끝에 수집한 엄청난 양의 환경 오염 지표들이 등장한다. 차이 징은 2014년 기준으로 베이징의 공기가 얼마나 나쁜지 몸소 확인하기 위해 일종의 생체 실험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상당 기간 취재와 정보 수집 끝에, 차이 징은 베이징 및 중국 전역의 PM2.5(초미세먼지)가 WHO 및 다른 나라 표준치는 물론 당시 중국 표준 허용치의 5배를 훌쩍 뛰어넘는다는 것을 발견한다(참고로 PM2.5 중국 표준 허용치(75) 자체가 WHO(25), 미국(37.5), 유럽(50)보다 훨씬 높다). 
 
 중국의 대기 오염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및 변화를 촉구하는 다큐멘터리 <돔 지붕 아래>(2015) 한 장면

중국의 대기 오염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및 변화를 촉구하는 다큐멘터리 <돔 지붕 아래>(2015) 한 장면 ⓒ 차이 징

 
이 외에도 차이 징은 환경 전문가와의 인터뷰 및 그들이 제공한 대기 오염 연구 수치 등을 통해 중국이 매우 심각한 환경 오염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매우 우려할 수준의 대기 오염 지표들이 속속 밝혀짐에도 불구하고, 다큐 속 환경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중국이 환경 및 대기 오염 문제에 주춤하는 이유로는 경제 개발이 거론된다. 서구 국가 및 다른 동북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 경제 개발이 늦었던 중국은 매연·공해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도 낮았고, 이에 대한 어떠한 규제치도 없었다. 공기 오염의 심각성이 부각된 지금도, 중국은 주요 오염물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수많은 공장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논리를 들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 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차라리 아이들이 미세먼지·스모그에 적응하면서 살게 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종종 제기된다. 그러나 차이 징이 만난 미국의 한 의학 전문가는 아이들이 공기 오염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이 의학 전문가는 아동들을 공기 오염에 노출시키는 훈련 필요성에 대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오히려 아동들을 오염된 공기에 노출시키면 대기 오염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폐기능 장애 등 인간이 응당 가져야 할 몇 가지 능력을 잃는다고 지적한다. 깨끗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 오염된 지역의 아이들보다 건강하고 더 빨리 자란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 결과로 증명된 바 있다.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해결책은 있다
 
 중국의 대기 오염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및 변화를 촉구하는 다큐멘터리 <돔 지붕 아래>(2015) 한 장면

중국의 대기 오염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및 변화를 촉구하는 다큐멘터리 <돔 지붕 아래>(2015) 한 장면 ⓒ 차이 징

 
그렇다면 대기 오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돔 지붕 아래>는 중국보다 앞서 산업혁명을 겪었고, 석탄 연료 사용 등으로 인해 심각한 오염 문제에 시달린 영국·미국 사례를 통해 스모그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산업혁명 이후 엄청난 양의 석탄 사용으로 심각한 스모그에 시달린 영국은 수만 명의 시민들이 사망한 1952년 대형 스모그 사건 이후, 강도 높은 대기 오염 규제를 시행했다. 이와 함께 석탄·석유와 같은 화석 연료를 천연가스 등 친환경 에너지로 바꾸는 노력을 이어나갔다. 그 결과 영국은 대기질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산업 구조의 체질을 바꾸는 것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었다. 

<돔 지붕 아래>는 엄청난 환경 문제를 야기했지만 오늘날 중국을 부강하게 만든 도시화·산업화의 혜택을 부정하지 않는다. 경제 개발 논리에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고 진행하는 성장과 팽창에는 단호한 자세를 취한다. 차이 징은 다년 간 취재한 끝에 대기 오염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수많은 증거들을 취합해 다큐로 제시한다.

<돔 지붕 아래>에서는 중국이 대기 오염을 악화시키지 않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방법이 녹색·저탄소·재활용 중심 경제 체제로 변화임을 제시한다. 앞서 심각한 대기 오염으로 고초를 겪었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한 영국·미국처럼 대기 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해결책은 결국 오염 물질을 규제하고 친환경 에너지 사용 장려의 의무가 있는 중국 정부의 의지에 달려있다.
 
 중국의 대기 오염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및 변화를 촉구하는 다큐멘터리 <돔 지붕 아래>(2015) 한 장면

중국의 대기 오염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및 변화를 촉구하는 다큐멘터리 <돔 지붕 아래>(2015) 한 장면 ⓒ 차이 징

 
여전히 환경 오염에 미온적으로 반응하는 정부를 변화시키는 건, 끊임없이 환경 오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와 단속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행동에 달려 있다. 다큐 <돔 지붕 아래>에서는 이와 같은 사실을 강조한다.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한국도 이제 해결책을 고민해야

다큐 <돔 지붕 아래>는 차이 징이 인상깊게 봤다는 미국 드라마 < Under the Dome >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한다. 갑자기 나타난 돔에 조그만 마을이 고립되는 드라마 속 설정처럼, 다큐는 미세먼지 때문에 마음 놓고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오늘날 중국의 현실을 빗댄다.

미세먼지는 중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접해 있는 한국에도 심각한 재난으로 다가온 지 오래다. 몇 년 전부터 한국인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미세먼지의 주된 원인이 중국에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의 각성과 변화를 유도하는 외교적인 대응이 급선무이지만, 한반도를 위기에 몰아넣은 미세먼지를 무조건 중국 탓으로 돌린다고 해결될 수 있을까. 그동안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등한시하고 성장과 개발에만 집중했던 한국의 경제 체제도 미세먼지 심화에 일정 부문 책임이 있지는 않을까. 한국도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할 때가 아닐까.

다큐 <돔 지붕 아래>는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일깨워주면서,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중국의 대기 오염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및 변화를 촉구하는 다큐멘터리 <돔 지붕 아래>(2015) 한 장면

중국의 대기 오염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및 변화를 촉구하는 다큐멘터리 <돔 지붕 아래>(2015) 한 장면 ⓒ 차이 징

 
미세먼지 언더 더 돔 환경 중국 대기오염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로 지금 여기에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