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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군의원 전원 사퇴하라" 한국농업경영인예천군연합회 회원들이 21일 경북 예천군의회 앞에서 '가이드 폭행' 사건과 관련해 예천군의원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 "예천군의원 전원 사퇴하라" 한국농업경영인예천군연합회 회원들이 21일 경북 예천군의회 앞에서 "가이드 폭행" 사건과 관련해 예천군의원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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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받는 사람들이 예천 농산물이라면 누가 좋아하겠냐? 그러다 보니 선물해야 할 사람도 꺼리는 거지. 설 명절 앞두고 과일이고 참기름이고 한참 주문이 들어올 때인데 큰일이다."

하루이틀이 멀다하고 TV 뉴스에 나오는 친구를 보면서 응원 삼아 전화를 했다. 예천 농산물이 불매 날벼락을 맞았다는 방송을 보면서 '설마'라는 생각에서 지역 경기를 물었는데, 친구의 대답에서 걱정이 잔뜩 묻어 나왔다. 명절을 앞두고 창고마다 쌓여 있는 과일들이 팔려 나가야 돈도 만지고 설을 쇨 수 있는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농민들이 폭탄을 맞았다는 게 친구의 하소연이었다. 당장 예천에 고향에 둔 출향인조차 명절 선물로 고향 특산물을 꺼린다는이야기까지 들릴 정도다.

친구는 대학을 마치고 예천에서 줄곧 유기농 농사를 지어 왔다. 고구마, 콩, 호박, 농사를 주로 지었고, 지역에서 나는 콩과 깨를 두부와 기름으로 가공해서 유기농 매장에 납품했다. 몇 년 전부터는 마을 이장을 맡아 농촌 어르신들의 일을 도맡아 도와주는 심부름꾼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런 친구가 예천군의회 외유 및 폭행 사건이 벌어진 후 뉴스에 계속 등장한다. 때로는 군의회 의장실에 농성하는 모습도 보이고 또 시내에서 마이크를 잡고 연설하는 모습도 비친다. 그 친구가 예천군농민회 정책실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도 뉴스를 보고 처음 알았다.

의원 외유 논란에 불매 폭탄 맞는 예천 농민들

예천군의회 외유 및 폭행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또 한 건 하셨군. 이번엔 예천이야?' 정도였다. 외유 가서 한 가이드 폭행 사건과 성접대 요구 폭로가 없었다면 한 번의 흥미로운 기사로 지나갈 일이기도 했다. 국회의원, 시도의원, 군구의원 등 의원 권력의 외유 논란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예천군의회 의원들만 외유를 연수로 둔갑시킨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폭행과 성접대 요구 폭로가 문제를 키운 직접적인 요인이기는 하지만, 이 또한 해마다 여기저기서 반복되어온 일이기도 했다. 언제 어디에서 터져 나와도 별로 놀랍지 않는 일인 의원들의 외유 추태가 이번에는 내 고향 옆 동네인 예천에서 벌어져 호기심을 끌었을 뿐이었다.

그런 탓에 논란이 그리 오래 가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과거 보수 정권에서 공천만 받으면 어떤 후보이든 묻지마 당선을 보장한다던 경북 북부지역. 군의회 의원 9명 중 7명이 자유한국당 소속이고 2명이 무소속인 인구 5만인 농촌 소도시에서 하루 이틀이 지나면 지역 여론부터 잠잠해질 거라는 게 내 예상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외유 폭행 사건이 불거진 지 20여 일이 지났지만, 여론이 사그라지기는커녕 오히려 확산일로에 들어섰다. 박종철 예천군의회 의원의 가이드 폭행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애초 가이드를 밀친 것에 불과하다는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전국적인 비난이 폭주했다. 예천군에서도 군민들이 나서서 대책위를 꾸리고, 의장실 농성을 시작하는 등 사퇴 투쟁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군의회 의원들은 잠적과 버티기로 일관했다. 가이드에게 폭행을 행사했던 박종철 의원은 소속정당인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부의장직을 사퇴하며 여론 가라앉히기에 나섰다. 군 의회는 해외 외유를 이끈 이형식 의장과 성접대부를 요구한 의혹이 있는 권도식 의원 등 3명을 징계하겠다며 함께 외유에 나섰던 의원들이 임시회의를 열어 윤리특위를 구성했다.
 
 11일 오후 경북 예천경찰서에 출두한 박종철 예천군의원. 해외연수 당시 현지 가이드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11일 오후 경북 예천경찰서에 출두한 박종철 예천군의원. 해외연수 당시 현지 가이드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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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예천군의회가 의원 3명을 징계하기 위해 임시회를 열어 박종철 의원이 사퇴한 부의장직을 신향순 의원으로 선출하자 군민들은 단상에 신발을 투척하며 격렬히 반발했다. 군민들이 원하는 건 셀프 제명이 아니라 의원의 전원사퇴임을 분명히 했다.

"하루 빨리 일이 종결되는 방법은 역시 전원사퇴밖에 없습니다. 지금 윤리특위 진행되는 거 별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 예천군농민회 김구일 정책실장(KBS 인터뷰)

군의회는 다음 달 1일 본회의를 열어 징계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논란이 확산될지 잠잠해질지 지켜볼 일이다. 폭행, 성접대 요구 논란까지 불거진 군 의원들의 외유, 고향을 예천으로 둔 출향인이나 예천 군민 모두에게 망신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전국적으로 예천 농산물 기피 현상까지 더해지며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는 군민들이 3명의 의원을 징계하고 사태를 덮으려는 의회의 수순에 흔쾌히 동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보수 텃밭에서 벌어지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

언론을 통해 예천군의회 의장의 폭행과 성접대 요구 외유 논란이 처음 나왔을 때 온라인에서는 비난성 댓글이 폭주했다. 그런 댓글들을 보면서 참 불편했다. '경상도가 다 그렇지 뭐' '그런 의원들 뽑은 군민들도 다 똑같지 뭐'라며 경상도의 보수성이 문제의 발단인 것처럼 군민 전체에 화살을 돌리는 댓글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폭행의 당사자인 박종철 의원이 부랴부랴 탈당한 것도 불똥이 자유한국당에 번지지 않게 하려는 자의반 타의반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의회 권력의 외유 논란은 비단 보수성이 짙은 경상도만의 일은 아니다. 

박근혜 정권의 참담한 국정농단 사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사람이 고향사람이자 학교 선배였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모든 언론에서 얼굴을 보여주는 덕택에 주변 사람들에게 좋지 않는 농담도 숱하고 들었다.

"○○○가 학교 선배라며? 그 쪽으로 줄 좀 서지 그랬어?"
"그 동네는 답이 없어. 이상한 인간들을 국회의원으로 꼬박꼬박 뽑아 주잖아."

모두 웃자고 하는 이야기였지만 경상도가 고향인 나는 불편하고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자본, 정치, 종교 의회권력까지 어느 곳이든 범법과 탈법의 횡포는 끝이 없다. 어떤 지역에서 어떤 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의원을 뽑아준 사람들이 군민이 아니냐며 비난할 것이면, 박근혜 정권을 뽑아준 국민 모두는 비난 받아야 맞다. 온 세계가 대한민국의 촛불 혁명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잘못된 선택을 스스로의 힘으로 바꾸어 냈기 때문이다. 잘못된 선택을 국민 스스로가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역사 발전의 동력이 아닐까?
 
설 전에 꺼지라카소, 안그믄 디진다꼬! 해외 외유에서 가이드 폭행 등 문제를 일으킨 예천군의회를 비판하는 플래카드가 예천군에 내걸렸다.
▲ 설 전에 꺼지라카소, 안그믄 디진다꼬! 해외 외유에서 가이드 폭행 등 문제를 일으킨 예천군의회를 비판하는 플래카드가 예천군에 내걸렸다.
ⓒ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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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도 다르지 않다. 지난 지방 선거에서 그런 의원들을 뽑았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군의원 전원사퇴를 내걸고 20여 일을 넘게 싸워가는 그들의 여정에 박수를 보낼 일이다. 예천군민들은 자발적으로 플래카드 등을 내걸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이들은 의원들이 전원 사퇴하지 않을 경우 주민소환투표 청구도 검토하고 있다.

기초의회, 광역의회, 국회에 이르기까지 의원들의 외유 논란이 끝도 없이 반복되지만 국민이 납득할만한 조치가 이뤄진 경우는 거의 없다. 의원들은 버텼고 국민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 버렸다. 외유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다.

지방의회 권력을 끌어 내린다는 것, 지금까지 가 보지 못한 길이다. 길에서 어깨만 부딪혀도 서로 아는 사람들인 인구 5만의 농촌 소도시 예천이 그 길을 가고 있다. 보수 텃밭이라는 그 도시에서 지금까지 가 보지 못한 새 역사를 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충효의 고장 예천, 참기름과 곶감, 사과가 특산물인 예천이 하루 빨리 망신살을 걷어내고 아름다운 이름을 되찾길 응원한다.

힘내라 예천! 힘내라 농사꾼 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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