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원정대의 하루살이>

<독립원정대의 하루살이> ⓒ mbc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특집 < MBC 스페셜 > '독립원정대의 하루, 살이' 마지막 회 '광복군, 국내로 진격하라'에서는 임시정부 루트를 따라 상해에서 출발하는 독립원정대의 모습을 보여줬다. 출연자들이 이른 새벽 울리는 벨소리에 일어나 가파른 산길을 올라 도착한 곳은 독립원정대의 대미를 장식할 광복군 훈련지다.

1919년 열화와 같았던 3.1운동의 열기는 국내외에 '독립운동'의 근거지를 마련하고자 의지로 이어졌다. 그에 따라 1919년 4월 11일 상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3월 17일 러시아령에는 대한국민의회 정부가, 4월 1일 서울에는 천도교 중심의 대한민간정부가, 4월 17일 평안도에는 신한민국 임시정부가, 4월 23일 서울-인천에 한성임시정부가, 그리고 만주 일대 동삼성에서 고려 임시 공화국 등 6개 이상의 임시정부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들 중 정강과 강령, 정책을 갖추고 제대로 된 구성을 이룬 곳은 상해와 서울, 러시아령 세 곳 뿐이었다. 이 세 정부는 9월 15일 하와이에 모여 통합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1945년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임시 정부로서 제 역할을 해내기 위해 경주했다.

임정 따라 돌아본 독립운동 발자취
 
 <독립원정대의 하루살이>

<독립원정대의 하루살이> ⓒ mbc


국내외의 독립 운동의 구심점이 되고자 했던 임시정부는 '민족자주 독립'을 기치로 힘을 모아 싸우고자 했지만, 격동하는 아시아 정세 속에 7번이나 청사를 옮겨야 했다. 임시정부는 그 행적만큼이나 고단한 운명에 처했다. '독립원정대의 하루살이'는 고난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나아간 임정의 행보를 따라 우리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돌아보고자 하였다.

앞서 1부에선 가산을 털어 임시정부에 모였지만, 시간에 흐르며 방세조차 내기 힘들고 끼니를 잇기조차 힘들었던 상해 임정 시절의 고단함을 김수로, 박찬호, 강한나, 김동완, 공찬 등<독립원정대의 하루 살이> 출연진의 일일 체험을 통해 간접 경험해봤다(관련 기사 : 집세 30원 내지 못해 소송까지... 임시정부 수난사  http://omn.kr/1glcl).

이어 2부에선 만세보 사건 등으로 위기에 빠진 독립운동과 임정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인애국단', 그리고 이봉창, 윤봉길 열사의 의거의 과정을 따라갔다(관련 기사 : 그날 윤봉길 의사가 던진 건 도시락 폭탄이 아니었다 http://omn.kr/1gsng).

임시정부는 윤봉길 의사의 의거로 중국 내 반한 감정을 사그라지게 만든 것은 물론,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로부터 지원을 약속받게 된다. 1933년 김구와 장제스는 난징회담을 통해 중국 낙양군관 학교에 '한인 특별반'을 설치할 것을 합의하고 11월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한 끼의 식사조차도 힘들었던 형편이었지만, 임시정부는 국민당 정부를 따라 이동하며 항일 투쟁에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광복군 창설, 그리고 국내 진공 작전
 
 <독립원정대의 하루살이>

<독립원정대의 하루살이> ⓒ mbc

 
1937년 중일 전쟁이 벌어지고, 일본은 전략 자원을 얻기 위해 동남아시아를 침공하는 남방 작전을 벌인다. 이에 따라 임시정부는 군사위원회를 만들고, 중일 전쟁을 기회로 직할 군대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임시정부는 그에 따라 1939년 류저우에서 200여명 규모의 '한국광복전선 청년공작대'를 조직했고, 1940년 충칭에 정착한 뒤 숙원 사업이던 '광복군'의 창설을 선포했다.

김구 주석의 진두지휘 아래, 지청천 총사령관, 이범석 참모장에 조선의용대가 합류함에 따라 김원봉이 부사령관을 맡았다. 1941년 미국의 대일 선전포고 등 급박하게 전개되는 전쟁 와중에, 1943년 연합군이 버마 전선에 광복군의 참전을 요청, 유엔군의 일원으로 활약하였다.

내 영혼 노을처럼 번지리
겨레의 가슴마다 피빛으로
내 영혼 영원히 헤엄치리
조국의 역사 속에 피빛으로 - 장준하


일본군 학병으로 강제 참전하게 되었던 김준엽, 장준하, 노태준 등이 합류하며 광복군은 300여명에 이르게 되었다. 발톱이 빠져가면서 해발 3000m 파촉령을 넘어 눈보라를 뚫고 2400km의 장정을 거쳐 광복군에 합류하게 된 이들 학병 출신들이 합류하면서 광복군의 기세는 드높아졌다. 그리고 드디어 미군과 함께 '국내 진공 작전'인 독수리 작전을 준비하기에 이른다.

미군 첩보부대 OSS의 도움으로 시작된 이 작전은 연합군의 한반도 상륙 작전과 연계된 '첩보, 사보타지' 중심의 국내 침투 작전이었다. 훈련은 4월 29일 50여 명의 예비생만으로 시작됐고, 장준하 등은 삭발까지 하며 결의를 다졌다. 5월 21일 정규 훈련을 시작해 하루 18시간 일주일 단위 평가에 따라 방출되는 강도 높은 훈련 과정을 거친 뒤 드디어 8월 7일 38명의 정예 요원이 선발되었다.

미완의 작전, 그리고
 
 <독립원정대의 하루살이 -3부, 국내로 진격하라>장준하와 동지들

<독립원정대의 하루살이 -3부, 국내로 진격하라>장준하와 동지들 ⓒ 장준하 평전


산 속에 떨어뜨려진 <독립원정대의 하루살이>팀은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5분 안에 훈련복으로 갈아입으라는 명령을 받는다. 이후 특전사 어벤져스 팀과 함께 외줄로 계곡을 건너고, 발도 닿지 않는 3m 넘는 물길을 헤치는 등 훈련에 임한다. 힘써서 달리다 넘어져 팔을 접질리기도 하고, 차가운 물속에서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한다. 아무거나 잘 먹지 않았던 공찬이 주어진 박스 속 봉지에 든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치울 정도의 강행군이었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던 강한나는 밧줄을 탄 뒤 "하게 되면 할 수밖에 없겠더라"라는 소회를 남겼고, 박찬호는 "폭탄 훈련 중에 '작전 중에는 동료를 구하지 않는다'는 지시가 슬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만약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당연히 선열들의 길을 따를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이후 5월 8일 독일이 패망하고 6월 오키나와가 점령된 뒤 일본 열도에 원자탄이 떨어지면서 8월 15일 일본 천황이 항복을 한다. 우리의 손으로 고국을 되찾으려했던 임정의 노력은 안타깝게도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독립원정대의 하루살이> 팀의 역사 길라잡이인 양지선 교수는 이 '노력'의 가치에 방점을 찍는다.

당시 연합군의 일원으로 창설된 광복군과 독수리 작전에 참여했던 대원들은 당시 전략이 임정으로서 가장 현실적인 것이었음을 되새긴다. 그리고 이러한 치열한 항일 투쟁의 노력이 있었기에 1943년 '카이로 선언' 당시 장제스의 주창에 의해 '한국 독립 보장'이라는 문구가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충칭의 폐공장 터에서 흔적조차 찾기 힘든 당시 한인들의 거주터와 화상산 공동묘지에 묻힌 독립 선열들을 찾아보는 것으로 마무리된 <독립원정대의 하루살이>는 예능과 다큐를 접목해 역사 속 임정을 생생하게 되살리고자 노력했다. 때로는 썰렁하고, 때로는 오그라들기도 했지만, 100년 전의 역사 속 '사료'에 불과했던 임정이 있었던 장소, 그리고 그곳에서 치열하게 살고 싸우며 자신을 던졌던 선열들의 삶을 오늘에 복기하는 시간은 소중했다. 특히나 윤봉길, 이봉창 열사의 그림자를 밟아가던 그 길은 어설픈 예능적 재미를 넘어 의미 있는 시간으로 남았다.

한편으로는 아쉬움은 남는다. 임시정부 100년, 그 역사를 돌아보는 독립 원정대였기에 어쩔 수 없이 '임시정부'의 행로를 뒤쫓아야만 했던 역사적 한계 말이다. '임시정부'의 진정한 유산을 확인하려면 보다 넓은 시야로 독립운동의 역사를 역사 전면에 끄집어내야 하지 않을까?

연합군의 일원으로 국내 진격 작전을 펼치다 만 OSS 부대원만이 아니라, 중국 본토에서, 만주에서, 러시아 령에서 항일 무장 투쟁을 벌였던 선열들, 그리고 이역만리 하와이에서도, 그리고 강압적인 일제 치하에서도 애쓴 몽양 등 국내 독립 운동의 이야기가 함께 나누어져야 풍성한 독립 운동 100년 역사가 완성될 것이다.

또한 임정이라는 역사 속 이념과 갈등의 시간 역시 진솔하게 이야기되어야 올곧게 그 교훈을 오늘에 제대로 아로새길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100주년은 그럴 수 있는 시기가 아닐지, 그런 면에서 또 다른 <독립원정대의 하루살이>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독립원정대의 하루살이 -3부, 국내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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