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근 강원도 화천군에서 열리는 산천어축제를 비판한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박사의 글이 화제가 되자 산천어축제 홍보대사이기도 한 소설가 이외수씨가 그를 비판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를 재반박한 김산하 박사의 글을 소개합니다. 이밖에 다양한 의견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화천 산천어 축제에 가지 말아야 할 8가지 이유
이외수 "가지 말아야 할 이유 공격하기 전에..."



저는 얼마 전에 "산천어축제 가지 말아야 할 이유 8가지'라는 글을 한 매체에 게재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산천어축제의 홍보대사인 이외수 소설가를 비롯하여 축제 주최 측,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축제 자체를 옹호하거나, 아니면 본 축제에 대한 비판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의견들 중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대목들이 있어 반박하고자 이 글을 올립니다.

[결함 없는 축제 없다?] 심각한 건 심각한 거다

완벽한 게 없다고 심각한 문제가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에 따라 엄청난 정도의 차이가 있으며, 특히 본 축제의 경우 사소한 결함이 한두 개 있는 정도가 아닙니다. 이 축제의 상업적 '성공'을 모방한 축제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어 이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바로잡지 않으면, 더 많은 하천과 생태계 파괴, 그리고 어류 대량 학살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제기된 비판은 '옥에 티'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과 거리가 먼, 정당하고 시의적절한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설사 웬만한 축제가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결함 자체에 눈감을 순 없습니다.
 
'2019 화천 산천어축제'가 개막 3주째로 접어든 20일 오후 강원 화천군 화천천 축제장이 얼음낚시를 즐기는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다. 산천어축제는 오는 27일까지 열린다. 2019.1.20
 "2019 화천 산천어축제"가 개막 3주째로 접어든 20일 오후 강원 화천군 화천천 축제장이 얼음낚시를 즐기는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다. 산천어축제는 오는 27일까지 열린다. 2019.1.20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일단 칭찬부터 하자?] '찬반의 균형'이라는 해괴한 발상

무엇인가 잘못되어 비판을 받을 만한 대상이 도리어 칭찬부터 요구하는 자세는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산천어축제의 경우 생태, 환경, 윤리, 문화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문제점을 보이고 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를 조목조목 비판한 것에 대해 칭찬하는 자세를 요구하는 것은, 아예 비판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성숙하게 비판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토록 논란과 상호 비판이 많은 세상에서, 그 누가 비판을 할 때마다 동량의 칭찬을 섞어가며 합니까? 이는 마치 모든 글과 목소리가 찬성과 반대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해괴한 발상처럼 들립니다. 본 축제를 비판하는 것은 바로 비판할 요소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임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게다가 산천어 축제는 이미 수십만 명이 찾아오는 축제입니다. 본 축제에 필요한 것은 더 이상의 칭찬이나 호응이 아니라, 그것이 일으키고 있는 온갖 여파에 대한 신랄한 비판입니다.

[축제하지 말라는 거냐?] 산천어는 화천에 살지 않는다

현재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 즉 제기된 온갖 문제를 그대로 안고 가는 축제를 반대한다는 뜻은 맞습니다. 그러나 축제 자체를 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바로 언급된 문제들을 일으키지 않도록 축제 프로그램을 바꾸면 됩니다.

실제로 산천어 축제장에서도 얼음판 위 레크리에이션 활동으로 썰매나 스케이팅 말고도 온갖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있는데, 이러한 활동을 위주로 하면서 동물을 사냥하고 잡는 위주의 내용은 지양하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가령 화천에 원래 산천어가 살지 않는다는 엄연한 사실에 대해서 주최 측은 아무런 답도 내놓지 못합니다. 내놓을 수가 없죠. 그 지역에 없는 것을 외부에서 들여와 하고 있는데 말이죠. 이는 누군가의 의견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입니다.

그러면 화천은 화천의 지역과 생태에 집중하는 그런 축제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프로그램으로 말할 것 같으면 맨손잡기는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살아 있는 동물을 좁은 곳에 몰아놓고 마구 달려들어 손으로 움켜잡는 행위는 그 어떤 논리로 정당화될 수 없는 불필요하고 그릇된 행위입니다. 맨손잡기와 같은 프로그램 없이도 축제는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주제와 방법 모든 면에서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축제가 거듭나면 위와 같은 비판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입니다. 물고기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생태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궁극적인 입장입니다.

[낚시하는 게 뭐 어때서?] 그건 낚시가 아니다

혼돈하지 마십시오. 산천어 축제에서 벌어지는 것은 낚시가 아닙니다. 세상천지 어디에서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얼음판에 올라가 낚시하고, 맨손잡기 하는 곳이 어디에 있습니까? 양동이에다 물고기를 부어놓고 잡는 행위를 과연 낚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산천어 축제는 이를 스케일업 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낚시 자체도 즐기는 인구가 과도하게 많아져서 생태적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고, 물고기의 고통을 느끼는 능력에 대한 과학적 연구도 속속 발표되고 있어 동물윤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내 1위 레저 활동으로 등극할 정도로 늘어난 낚시 인구 때문인지, 낚시에 대해 약간이라도 비판적인 의견을 가지면 어디서든 신경질적인 반응을 만납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수많은 종류의 평화로운 취미가 엄연히 존재하는 이상, 어류에게 고통을 주고 심지어 죽이는 것을 즐기는 취미는 그 자체로 비판을 완전히 면할 순 없습니다. 또 낚시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산천어 축제장에서 '가두리 잡기/죽이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생태적, 환경적, 생물적 문제가 발생하는지는 당연히 짚고 넘어가야만 합니다.    
 
'2019 화천 산천어축제' 개막 3주째 주말을 맞은 19일 강원 화천군 화천천 맨손잡기 체험에 나선 관광객이 겨울추억을 만들고 있다. 2019.1.19
 "2019 화천 산천어축제" 개막 3주째 주말을 맞은 19일 강원 화천군 화천천 맨손잡기 체험에 나선 관광객이 겨울추억을 만들고 있다. 2019.1.19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지역 경제 살리자는데?] 21세기형 경제 살리기는 달라져야

경제 살리기라는 말이 등장하면 갑자기 입을 다물어야 했던 시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설사 돈이 된다 하더라도 문제가 있으면 지적되어야 합니다. 저는 이런 반응이 올 때마다 참으로 놀랍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직도 문제가 있어도 돈만 되면 된다는 주장을 버젓이 하는 사람들이 있단 말입니까? 그 경제 행위가 벌어지는 장소가 서울인지 지방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또한 모든 지역이 그런 방식으로 자기 고장의 경제를 살리고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지방의 여러 축제의 경우 그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흑자보다 적자가 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합니다. 또, 어떤 경우는 대부분의 수익이 지역주민이 아니라 외부인에게 흘러가서 정작 그 지역에는 큰 도움이 안 되기도 합니다.

어찌 됐건, 21세기에 추구하는 경제 살리기는 예전과 같은 단순 돈벌이와 양적 성장이 아니라 노동 조건, 사회 기여, 환경에의 영향을 당연히 다 따져가며 질적 성장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아직도 경제적 이윤 외에 다른 것은 다 필요 없다는 논조는 이미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먹을 물고기?] 그렇게 무시하면 끝인가

먹기 위해 기르는 생물이라고 해서 그 생물의 모든 윤리적 권리가 자동 박탈되는 것은 아닙니다. 먹으려고 기르는 생물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의 신체 특성을 가지므로 당연히 고통을 느끼는 능력도 가질 수밖에 없지요. 이를 엄연히 알고 있는데도 식용이므로 철저히 무시 또는 외면하라는 주장이 도리어 부당한 것입니다.

참고로 이 반대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 중에는 육식을 아예 하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 우리 비판의 초점은 육식 자체가 아닙니다. 본 축제처럼 생존을 위한 것도 아닌 재미와 오락거리를 위한 살상, 게다가 대량 살상, 또한 그로 인한 반교육적 효과와 생태계 파괴에 있습니다. 이점들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19 화천산천어축제가 개막한 지 두번째 주말을 맞은 12일 강원 화천군 화천천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이 맨손잡기 체험을 하며 겨울 추억을 만들고 있다. 2019.1.12
 2019 화천산천어축제가 개막한 지 두번째 주말을 맞은 12일 강원 화천군 화천천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이 맨손잡기 체험을 하며 겨울 추억을 만들고 있다. 2019.1.12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대안 없이 결함만 지적?] 소비자는 문제를 제기할 뿐

위의 칭찬과 관련된 내용과 맥을 같이 하는 부분입니다. 어떤 대상의 문제점을 지적함에 있어서 그 논리가 정당하다면 오히려 그 문제를 파악해준 것에 대해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 실은 올바른 자세입니다. 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침묵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판하는 사람에게 문제를 삼는 것은,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에게 그 문제의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입니다.

잘못된 상품에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가 그 상품을 만든 기업의 신상품 기획에 참여해야만 올바른 행동인 것은 아닙니다. 축제도 엄연한 상품이며 잘못된 상품은 보이콧, 즉 구매하지 않는 것이 옳지, 가능한 대안적 상품을 소비자 측에서 먼저 제안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비판자에게 대안까지 요구하는 주장은 결국 대안이 없으면 비판의 자격이 상실되는 듯 몰아감으로써, 비판의 목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비판의 내용을 비껴가려는 의도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의견, 강요하지 맙시다?] 우리는 단지 '말'을 했다

강요라뇨? 산천어 축제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저희를 포함해 극히 소수의 사람들이 이 축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지난 1월 5일 날에도 6개 단체에서 약 스무 명의 시민들이 평화적인 시위와 기자회견을 한 것 외에는 아무런 '강요적 행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과 같이 인터넷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조차 '생각을 강요'한다고 본다면 그 생각이야말로 매우 강요적인 자세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상으로 산천어축제의 비판에 대한 비판에 대한 비판을 마칩니다. 애초에 제기한 8가지의 이유와 위의 글을 읽고서도 '산천어축제의 홍보대사로서 타당성을 인정하기 힘든 주장들'이라고만 느낀다면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마 다른 많은 이들은 의견을 달리 하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동물을 위한 행동(Action For Animals)'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http://afa.or.kr/221443683731


태그:#산천어축제
댓글2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