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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19일) 미국과 유럽 각 지역에서 열린 여성 행진(Women's March)이 베를린에서도 열렸다. 2017년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며 시작된 여성 행진은 지난 2018년에 이어 올해도 워싱턴에서만 10만 명, 베를린에서 약 3000명의 여성이 모였다.
   
19일 토요일 오전 10시,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열린 여성 행진에서는 트럼프 퇴진뿐만 아니라 독일 내 낙태법(형법 218/219a 조항) 폐지, 여성에 대한 폭력 금지, 남녀 동일노동 동일임금, 극우주의, 이슬람 혐오, 반유대주의, 인종 차별, 외국인 차별 등 모든 혐오 정치 반대, 난민 수용 등의 구호가 함께했다.

최근 독일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낙태 시술을 홍보했던 의사가 처벌받는 일을 계기로 여성의 낙태 권리, 자신의 신체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낙태반대(Against Abortion), 나의 몸은 나의 선택(My Body My Choice), 그곳이여 영원하라(Viva la vulva) 등의 핏켓을 가지고 나온 여성들
 낙태반대(Against Abortion), 나의 몸은 나의 선택(My Body My Choice), 그곳이여 영원하라(Viva la vulva) 등의 핏켓을 가지고 나온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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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대표 여성인권단체 테레데스페메스(Terre des Femmes)에 의하면 실제로 독일 여성 7명 중 1명이 성범죄를 경험한 바 있다. 2015년 기준 약 10만 4천여 명의 여성이 살인, 치명적 상해, 강간, 성추행, 위협 또는 스토킹 피해를 보았다. 이 중 351명은 남성 파트너에게 살해당했다.

'독일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는 여성에 대한 구조적인 억압'이라는 비판이 있을 정도로 독일 또한 여성과 남성의 차별이 존재하는 국가다. 독일 여성이 독일 남성에 비해 21% 적은 임금을 받는다는 수치(2018년 독일 노동청 기준)가 이 같은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같은 날, 다른 공간에서 함께 목소리 낸 여성들
 
No more Misoginy(더 이상 여성혐오를 멈춰라),  ERA(Equal Right Amendment 평등헌법)  Yes, My Body My Rules(나의 몸은 내 스스로의 의지로), Women's Rights are Human Rights(여성의 권리는 인간의 권리) 등의 구호들이 적인 피켓들
▲ 직접 만든 피켓과 주최측에서 나눠준 피켓들 No more Misoginy(더 이상 여성혐오를 멈춰라), ERA(Equal Right Amendment 평등헌법) Yes, My Body My Rules(나의 몸은 내 스스로의 의지로), Women"s Rights are Human Rights(여성의 권리는 인간의 권리) 등의 구호들이 적인 피켓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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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여성 행진에는 베를린 및 베를린 인근 라이프치히에 사는 한국 교민, 유학생, 예술가 여성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멈추라는 구호와 더불어 다음 달 1일 열리는 안희정 2심 재판에 대한 유죄 판결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이 직접 써온 "안희정 위력 유죄", "나는 서지현, 김지은을 지지합니다", "I'M WITH HER", "SHOW #Me Too YOU", "내가 성폭력 생존자입니다" 등의 피켓은 멀리 베를린에서 한국의 미투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연대의 메시지였다.

교민 정순영씨는 "미투가 어느 한 나라의 일이 아니고, 남녀 임금 차별이 어느 한 지역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 슬프면서도, 전 세계 여성이 같은 날 다른 공간에서 같은 목소리로 외칠 수 있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한글로 만든 피켓에 관심을 두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한국의 미투 상황을 설명하고, 헤어질 때 서로 힘내라고 위로하고 격려했다고 전했다. 
 
"내가 성폭력 생존자 입니다" "나는 서지현, 김지은을 지지합니다" "안희정 위력 유죄" 이라고 핏켓을 들고 여성행진 행렬에 함께 했다. 2월 1일 한국 재판부가 안희정 1심 무죄를 뒤집고 유심을 선고할지 주목된다.
▲ 베를린 여성행진에서 안희정 2심 유죄판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들고 나온 여성들 "내가 성폭력 생존자 입니다" "나는 서지현, 김지은을 지지합니다" "안희정 위력 유죄" 이라고 핏켓을 들고 여성행진 행렬에 함께 했다. 2월 1일 한국 재판부가 안희정 1심 무죄를 뒤집고 유심을 선고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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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2월 베를린 모 한식당의 직원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독일 내 한인 사회도 미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당시 한 피해자의 용기 있는 고발을 계기로 현지에서 젊은 한인 여성들이 빈번히 당하는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피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외국에서 국내 또는 현지 경찰에 신고하고, 가해자가 조사 및 처벌을 받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에 피해자 및 피해자를 연대하는 모임(미투 코리아너린넨, Metoo-KoreanerInnen)이 만들어졌고, 이 모임에서는 한인 여성이 현지에서 성범죄를 당했을 시 재외 한국정부(대사관) 또는 현지 경찰 및 피해 여성 지원 단체와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다시는 미투를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 이 땅 위에 나오지 않도록 하여 주십시오 -안희정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최후 진술서 중 #With You".

2월 1일 대한민국 재판부의 안희정 2심 판결을 베를린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베를린, 라이프치히 등에서 오늘 여성행진들 위해 모였다. 교민, 유학생, 예술가 등 다양한 이유로 독일에 살고 있는 여성들이다.
 베를린, 라이프치히 등에서 오늘 여성행진들 위해 모였다. 교민, 유학생, 예술가 등 다양한 이유로 독일에 살고 있는 여성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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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독일 온라인미디어 플랫폼 로이테(leutekorea.com)에도 발행됩니다.


태그:#베를린 여성행진, #안희정 유죄, #낙태법 폐지, #독일 여성집회, #성폭력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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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독일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지속 가능한 삶'이란 키워드로 독일에 사는 한국 녹색당원들과 만든 <움벨트>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프랑스 파리에서 정치/사회 부문 기고, 번역, 리서치 일을 하고 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한국에 와 총선 과정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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