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와서 우린 완전체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황의조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자 손흥민이 함께 축하해 주고 있다.

▲ 손흥민이 와서 우린 완전체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황의조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자 손흥민이 함께 축하해 주고 있다. ⓒ 연합뉴스

 
11명이 뛰는 축구의 팀 스포츠라는 특성이 분명하기 때문에 조직력이 매우 중요하지만 에이스의 존재 가치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이를 멀리서 날아온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FC, 잉글랜드)이 거짓말처럼 입증했다. 천군만마를 얻은 덕분에 한국은 까다로운 상대 중국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수 있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16일 오후 10시 30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있는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C조 중국과의 세 번째 게임에서 돌아온 에이스 손흥민의 뛰어난 활약에 힘입어 2-0 완승을 거두고 조 1위 자격으로 한결 수월하게 16강에 올랐다.

맨유전 후 이틀만에 경기에 나선 손흥민, 89분이나 뛰다니!

이틀 전 런던에 있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와의 프리미어리그 일정을 뛰고 날아와 동료들과 하나가 된 손흥민이 스타팅 멤버로 나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일부 팬들은 지나치게 의존하여 혹사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앞세우기도 했다. 

피곤했을텐데 손흥민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팀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부상을 조심하며 어떻게 뛰는 것이 현명한가를 잘 보여주었다. 
 
날쌘돌이 손흥민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손흥민이 드리블하고 있다.

▲ 날쌘돌이 손흥민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손흥민이 드리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에 어깨 부상을 당한 중국의 에이스 우 레이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중국의 공격력은 한국의 '김영권-김민재' 센터백 앞에서 무력감을 확인할 뿐이었다. 중국의 유일한 유효 슛 기록은 29분에 위 다바오의 오른발 슛 단 하나뿐이었고 이례적으로 크로스 성공률이 0%였다.

김승규 골키퍼가 지킨 한국 골문 앞으로 16개의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단 1개도 동료의 머리에 연결하지 못한 것이다. 그만큼 한국의 수비 조직력은 이번 대회 최고 수준을 자랑한 셈이다.

이처럼 든든한 수비력과 후방 빌드업 능력을 바탕에 두고 날카로운 공격을 전개한 한국은 에이스 손흥민 덕분에 기분 좋은 멀티 골 완승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중국 수비수들이 손흥민의 움직임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집중할 때 생기는 공간으로 이청용과 황희찬이 효율적으로 빠져들어가는 패턴이 돋보였다. 

경기 시작 후 12분만에 압둘라흐만 알 자심(카타르) 주심의 휘슬 소리가 중국 골문 앞에서 크게 들려왔다. 페널티킥을 선언한 것이다. 그 주인공은 역시 한국 에이스 손흥민이었다. 오른쪽 측면 전진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유연한 방향 전환 드리블로 중국 골문 앞을 휘젓는 순간 센터백 쉬 커의 오른발이 손흥민을 넘어뜨린 것이다. 

조 1위 결정을 내야 하는 게임에서 선취골의 의미는 무엇보다 컸다. 이렇게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낸 손흥민 덕분에 황의조의 오른발 페널티킥은 완벽하게 왼쪽 구석으로 굴러들어갔다. 중국 골키퍼 얀 쥔링이 방향을 읽었지만 낮게 깔려 빠르게 빨려들어가는 황의조의 슛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황의조 선제골!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황의조가 패널티킥으로 득점하고 있다.

▲ 황의조 선제골!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황의조가 패널티킥으로 득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러한 활약을 시작으로 손흥민이 89분까지 뛰고 주장 완장을 김영권에게 넘길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만큼 파울루 벤투 감독의 판단은 누구보다 냉정했다. 반드시 이겨서 1위 자격으로 16강에 올라가야 충분한 휴식 날짜(5일)를 확보할 수 있고 비교적 수월한 상대 팀을 만날 수 있다는 판단을 분명하게 내린 것이다.

지동원은 좀 더 민첩하게 동료들과 어울려야

자신이 얻은 페널티킥 욕심을 부리지 않은 손흥민은 51분에 왼쪽 코너킥을 오른발로 날카롭게 감아올려 센터백 김민재의 시원한 헤더 추가골을 도왔다. 에이스가 만드는 경기력의 차이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명품 킥 실력이었다.
 
김민재 헤딩슛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김민재가 헤딩슛을 날리고 있다.

▲ 김민재 헤딩슛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김민재가 헤딩슛을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손흥민의 헌신은 지난 해 금메달을 따낸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무리하게 솔로 플레이를 고집하다가는 상대 수비수들에게 집중 견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충분히 공간을 확보하면서 드리블했다.

그리고 상대 선수들의 압박이 거칠게 다가오는 순간 황인범, 황희찬, 이청용 등 동료 미드필더와 정확하게 공을 주고받는 연계 플레이로 더 좋은 슛 기회를 열기 위해 새로운 공간을 끊임없이 만들어냈다.

손흥민의 헌신은 63분에도 빛났다. 약간 멀기는 했지만 직접 프리킥 기회에서 오른발 무회전 킥 욕심이 나기도 했겠지만 기꺼이 중국 수비수들과 얀 쥔링 골키퍼를 속이기 위한 바람잡이 역할을 맡은 것이다. 그 덕분에 바로 뒤에서 달려온 황인범의 오른발 무회전 킥이 중국 골키퍼 얀 쥔링 바로 앞에서 뚝 떨어지며 직접 잡아낼 수 없는 궤적을 그릴 수 있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70분에 페널티킥 선취골을 성공시킨 황의조를 빼고 지동원을 들여보냈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손흥민을 위해 교체 카드를 먼저 쓸 것으로 보였지만 16강 이후의 일정을 고려하여 지동원의 활용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한 조치로 보였다. 

지동원이 들어와서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손흥민을 원 톱 자리에 올려 전력 질주하는 체력 낭비 시간을 최소화하는 조치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동원은 동료들의 집중 지원을 받아 좋은 기회를 몇 차례 얻었지만 드리블과 방향 전환 민첩성이 상대적으로 모자라 동료들과 완벽한 호흡을 이루지는 못했다. 
 
역시 손흥민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후반 손흥민이 골문으로 향하고 있다.

▲ 역시 손흥민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후반 손흥민이 골문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16강 이후의 일정 속에서는 이번에 경험한 중국 수비수들의 압박 그 이상의 숨가쁜 추격을 예상해야 하기 때문에 역습 패스가 자신에게 왔을 때 더 빠르게 연계 플레이를 펼치거나 날카로운 슛 동작으로 이어가야 할 것이다. 벤투호의 공격 옵션 중에서 자신이 플랜 B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이처럼 당당히 1위 자격으로 16강에 오른 우리 선수들은 오는 22일(화)에 게임을 치른다. 상대 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A, B, F조 3위 팀 중에서 하나가 낙점될텐데 승점 4점이나 따낸 A조 3위 바레인(1승 1무 1패, 2득점 2실점)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밝은 표정의 손흥민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 승리한 손흥민이 밝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 밝은 표정의 손흥민 1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 승리한 손흥민이 밝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2019 AFC 아시안컵 C조 결과(16일 오후 10시 30분, 알 나얀 스타디움-아부다비)

★ 한국 2-0 중국 [득점 : 황의조(14분), 김민재(51분,도움-손흥민)]

◎ 한국 선수들
FW : 황의조(70분↔지동원)
AMF : 손흥민(89분↔구자철), 이청용(80분↔주세종), 황희찬
DMF : 정우영, 황인범
DF :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김문환
GK : 김승규

◎ 중국 선수들
FW : 위 다바오
MF : 우 시(61분↔가오 린), 자오 슈리, 정 즈(57분↔치 중구 오), 진 징다오
DF : 리우 양(74분↔위 한차오), 쉬 커, 리우 이밍, 장 린펑, 장 청둥
GK : 얀 쥔링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한국 61.3%, 중국 38.7%
유효 슛 : 한국 8개, 중국 1개
슛 : 한국 17개(박스 안 11개), 중국 6개(박스 안 4개)
패스 : 한국 515개, 중국 314개
롱 패스 : 한국 62개, 중국 32개
패스 성공률 : 한국 84.7%, 중국 77.7%
공격 지역 패스 성공률 : 한국 76.5%, 중국 63.1%
크로스 : 한국 11개, 중국 16개
크로스 성공률 : 한국 27.3%, 중국 0%
가로채기 : 한국 7개, 중국 15개
오프 사이드 : 한국 1개, 중국 1개
코너킥 : 한국 7개, 중국 4개
태클 : 한국 12개, 중국 16개
파울 : 한국 6개, 중국 14개
경고 : 한국 0장, 중국 4장(자오 슈리, 장 청둥, 장 린펑, 가오 린)

◇ C조 최종 순위표
1위 한국 9점 3승 4득점 0실점 +4 *** 16강 진출!
2위 중국 6점 2승 1패 5득점 3실점 +2 *** 16강 진출!
3위 키르기스스탄 3점 1승 2패 3득점 3실점 0
4위 필리핀 0점 3패 0득점 6실점 -6

◇ 16강 진출 팀 목록(조 3위 중 성적 좋은 4팀 와일드 카드)
A조 : 1위 아랍에미리트, 2위 태국, 3위 바레인(승점 4점, 2득점 2실점)
B조 : 1위 요르단, 2위 호주, 3위 팔레스타인(승점 2점, 0득점 3실점 -3)
C조 : 1위 한국, 2위 중국, 3위 키르기스스탄(승점 3점, 3득점 3실점)
D조 : 이란, 이라크
E조 : 카타르, 사우디 아라비아
F조 : 우즈베키스탄,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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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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