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6개월만의 정규앨범, 데뷔 4년을 맞이한 여자친구

지난 2015년 걸그룹 여자친구는 '유리구슬'이라는 노래로 데뷔하면서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디뎠는데요, 그들은 '파워청순'을 콘셉트로 내세우면서 밝고 활기찬 소녀의 이미지와 파워풀한 안무,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너 그리고 나'와 같이 서정적이면서 강렬한 일렉 기타 연주에 스트링 사운드를 더한 스타일의 노래들을 발표하여 많은 팬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지난 2017년 3월 발표한 미니 4집 < THE AWAKENING >에서는 'FINGERTIP'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데 이어 지난해 4월에 발표된 미니 6집 < Time for the moon night >를 통해 여자친구만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아련한 감성이 추가된 모습을 보여준 바 있죠.

그리고 마침내 지난 14일, 데뷔 4주년을 맞아 정규 1집 'LOL'이 나온지 2년 6개월 만에 두번째 정규 앨범인 'Time for us'를 발표했는데요, 전작의 '밤'이 너를 생각하는 시간이었던 것과 다르게 이번 새 앨범은 '우리를 위한 시간'을 애기하고픈 소녀의 마음을 담은 앨범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매번 컴백할 때마다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여자친구, 이번 새 앨범에는 어떤 노래들이 있는지 한 번 확인해 볼까요?
   
아직 떠오르지 않았지만, '해'를 기다리는 소녀의 마음은 더 깊어진다

이 앨범의 시작(1번 트랙)과 끝(13번 트랙/inst)을 장식한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이죠, '해야(Sunrise)'를 먼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난 미니 6집의 '밤'이 'Time for the moon night'라는 부제처럼 '손에 닿지 않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밤을 노래했다면, '해야'는 좋아하는 사람을 아직 떠오르지 않은 '해'에 비유하면서 기다리고, 다가와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입부의 피아노 연주가 신비로운 느낌으로 귀를 사로잡는다면,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리드하는 오케스트라 편곡은 떠오르는 해처럼 상대가 다가와주길 바라는 소녀의 마음을 잘 표현해내면서 전작 못지 않은 감성적인 느낌을 자아내고 있죠.

'잠시만 내 얘기를 들어줘 네가 필요해 다 와 가잖아'와 '네가 시작하길 기다리고 있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네 맘을 알고 싶어져'라는 가사는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는 '너'를 붙잡고 싶어하고, 다가오길 기다립니다. 아직 떠오르지 않은 '해'를 기다리는, 깊어지는 소녀의 마음을 드러내면서 말이죠. 그렇기에 '너'라는 사람 때문에 복잡했던 마음과 찬란한 '해'가 떠오른 것처럼 다가와서 '나'를 붙잡아주기를 화자는 원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둠 속을 벗어나기 위해서 말이죠.
 
타이틀곡 부럽지 않은 퀄리티의 수록곡들(You are not alone 외 10곡)

모든 K-POP 아티스트들의 앨범마다 고퀄리티의 수록곡들이 한두 곡씩 수록되어 있을 것입니다. 어떤 곡은 팬들의 입소문을 타고 몇몇 대중들이 직접 찾아서 듣기도 하고, 또 어떤 곡은 타이틀곡 못지않게 좋은 노래여서 팬들이 '이 곡을 타이틀곡으로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는 말을 하기도 하죠.

그런데 여자친구는 다릅니다. 매 앨범마다 타이틀곡 못지않게 좋은 퀄리티를 가진 노래들을 수록곡에 넣어주는 것이 특징인데요, 이번에 발표된 새 앨범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이번 앨범에서도 타이틀곡 부럽지 않고, 그에 뒤쳐지지 않는 수준의 수록곡들이 무려 10곡이나 채워져 있어서 팬들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죠.

먼저 따뜻한 느낌의 미디엄 템포 리듬과 희망찬 메세지로 힘을 불어넣어주는 가사로 힐링을 선사하는 'You are not alone'을 비롯해 아련한 느낌의 신스팝으로 기적을 넘어 사랑을 찾아줄 것 같은 '기적을 넘어(L.U.V.)', R&B 스타일로 신기하면서 따뜻하고 달콤한 핫초코같은 노래인 'GLOW(만화경)', 경쾌하면서 신선한 느낌으로 기분 좋지 않았던 어제를 뒤로 하고 추억으로 남길 비밀을 노래한 '비밀 이야기(Our Secret)', 힘있는 비트로 끝까지 믿고 지켜야 할 존재를 비춰주고픈 마음을 담은 'Only 1', 싱그러운 느낌의 리듬으로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과 진실된 사랑을 드러낸 'Truly Love'까지 수록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퓨쳐하우스 리듬으로 여자친구의 새로운 음악적인 모습을 보여준 '보호색(Show up)', 윤상 작곡팀 'Onepiece'의 일원인 스페이스카우보이와 손을 잡고 색다른 음악적 시도를 선보인 '겨울, 끝(It's You)', 마지막 후렴을 모든 멤버들이 함께 부른 것이 백미인 팬송 'A Starry Sky', '마음은 닿을 것'이라는 믿음과 그렇게 되길 바라는 염원이 뉴잭스윙의 리듬과 함께 담긴 'Love Oh Love'까지 새 앨범에 담기면서 여자친구의 음악적 지평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과연 수록곡들이 좋은 여자친구답게 좋은 노래들로 가득한데요, 이 정도 퀄리티라면 여자친구도 '믿고 듣는' 이미지의 가수라고 불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희미해질 기억이지만, 절대 잊혀지지 않을 기억(Memoria)

지난해 9월, 일본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아직 발매되지 않았던 여자친구의 신곡이 공개됐는데요, 그것은 바로 여자친구의 첫 일본어 오리지널 곡인 'Memoria'입니다. 일본어로 된 노래지만 우리말로 번안한 버젼을 이번 앨범 12번 트랙에 수록해서 컴백 전부터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앙상블 멜로디가 웅장하면서 세련되고, 슬프지만 아련하고 감동적인 느낌을 두 귀에 전해줍니다. '다시 한 번 네가 보고 싶어 잡히지 않아 달려가네 아득히 아득히 먼 곳으로', '언제까지나 변치 않을게 소중히 간직해 온 Story'같은 노랫말은 너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을 잘 담아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희미해질 기억이지만, 절대 잊혀지지 않을 '너와 나의 Memoria'같은 기억처럼 말이죠. 사실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이 노래를 팬을 제외한 대중들이 많이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네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 그대로 이번 앨범 활동을 통해서 이 노래가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노래로 기억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