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문제는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화두가 되어왔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TV프로그램들이 유기견 문제를 다뤄왔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애니메이션이라는 소재로 거부감 없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영화 <언더독> 이야기다.

다음은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 공동감독 오성윤, 이춘백과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섬세하게 잘 짜여진 각본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을 연출한 이춘백(좌), 오성윤 감독.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을 연출한 이춘백(좌), 오성윤 감독. ⓒ NEW


- <언더독>에 나오는 견종들은 어떤 기준으로 정했나?
이춘백 감독 : "실제로 잘버려지는 견종들 위주로 캐릭터화 시켰다. 시츄, 치와와 같은 반려견이었는데 논쟁이 있었던 주인공 보더콜리의 경우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든 종이다. 주인공 뭉치 역의 경우 아파트와 같은 주거 단지에서 보기 힘들다는 것 말고는 완벽했다."

오성윤 감독 : "저는 반대로 보더콜리는 아파트이기 때문에 버리는 일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 전작 <마당을 나온 암탉>, 이번 개봉작 <언더독> 둘 다 동물을 소재다. 동물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가?
이춘백 감독 : "사람의 이야기를 하면서 직접적으로 사람을 다룰 수도 있겠지만 동물을 소재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물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에 참 좋은 소재다."  

오성윤 감독 : "동물 소재 우화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언더독>의 후속작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연작을 낼 만한 성공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 작품을 고를 때는 어떤 기준이 무엇인가?
이춘백 감독 : "관심사에 따라 고른다. 애니메이션의 소재들을 보면 대부분 행복한 이야기들이다. 판타지 장르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그것보단 리얼리즘을 선호하고 추구한다."

공동 감독 체제로 상호간 빈틈 보완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을 연출한 이춘백(좌), 오성윤 감독.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을 연출한 이춘백(좌), 오성윤 감독. ⓒ NEW


- 함께 공동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서로에 대한 강점은 무엇이 있을까?
이춘백 감독 : "(오성윤 감독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직관적이다. 나는 이러한 부분에서 무던한 편이다. 내가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손으로 무언가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오성윤 감독은 이슈를 만들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오 감독은 대학 한 해 선배다. 우리 둘은 그때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25년 동안 이어져 온 선후배 사이다."

오성윤 감독 : "이춘백 감독은 논리, 합리, 합당성을 찾아간다. 내가 무언가 주제를 던지면, 우리는 논리적인 싸움을 한다. 그 결론은 항상 작품에서 좋게 작용했다."

- 공동감독 체제인데 의견 충돌은 없었나?
이춘백 감독 : "오 감독도 개를 키우고는 있지만, 개에 대한 애착은 내가 좀 더 크다. 동물 본연의 자유, 그러니까 인간의 통제에 벗어나서 스스로 행복을 추구하는 결말을 좋아하는데 이번 소재는 반려견이니까... 반려견은 사람과의 유대관계를 갈구하는 존재로 커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존재들이 모두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가능할까 그런 부분에서 의견이 많이 부딪혔다."

오성윤 감독 : "둘 다 동의를 하지 않으면 우리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디테일 하나도 같이 결정을 한다. 최종 결정은 제가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 역시 동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처음 시나리오에 비해 스토리를 더 탄탄하게 잘 살린 경우가 많이 있다. <언더독> 등장 캐릭터 중 '짱아'의 결말은 초고에는 없었지만, 이 감독의 이야기를 반영하여 만들어졌다. 물론 논쟁을 할 때는 답답할 때가 있지만 그 답답함을 견뎌내면 항상 좋은 결론이 나오더라."

아이를 위한 애니메이션 vs.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의 이춘백 감독.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의 이춘백 감독. ⓒ NEW


- 이번 작품 <언더독>에 대한 핵심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오성윤 감독 : "(우리 작품은) 일반적인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포장과 같은 '어른이 볼 수 있는 가족영화'가 아니다. '아이도 볼 수 있는 가족영화'다. 이게 이번 작품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오직 어린이 관객을 목표로 기형적으로 발전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린이를 포기하고 간다는 게 핵심 포인트였다. 방향성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당의 나온 암탉>의 경우 원작 자체는 수준이 굉장히 높았는데 어린이 관객을 고려하다 보니 수준을 많이 낮춘 부분이 있었다.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는 오락적 가치, 상업적 가치가 물론 중요하지만 사회적 가치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2D 배경에 3D 캐릭터를 입혔다고 하는데 이런 제작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오성윤 감독 : "2D 배경, 3D 캐릭터 제작 방식은 저희 장점이기도 한데, 사실은 숨은 자구책이기도하다. 배경과 캐릭터 모두 3D로 퀄리티 뛰어나게 제작하기 위해선 제작비가 100억 이상 드는데, 한국영화시장 상황상 무모한 짓이라고 본다.

<주먹왕 랄프> 등 외화 애니메이션들의 제작비가 1000억 원을 훌쩍 넘어간다. <언더독>의 경우 제작비가 26.5억 정도다. 경쟁이 불가능하다. 차별화 전략을 정확히 가져가야 했다. 우리의 경우 그림에 대한 욕구나 조예가 깊었기 때문에 2D 배경을 택했다. 이미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관객들이 정감있고 따스한 배경을 좋아한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춘백 감독 : "배경과 캐릭터 모두 2D일 경우, 캐릭터 연출을 마음껏 하지 못한다. 애니메이터한테 리테이크를 계속 (요청)하지를 못하는 게 현실이다. 리테이크 시도를 2, 3번 해보다가 잘 안되더라도 전체 시나리오에서 튀지 않으면 그대로 가는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그때처럼 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3D 캐릭터를 택했다. 리테이크를 9번 내더라도 큰 문제가 없었다. 시나리오의 초고대로 원하는 감정 연기 표정 연기를 더 잘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대한민국 애니메이션의 뒷 이야기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의 오성윤 감독.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의 오성윤 감독. ⓒ NEW


- 이번에 엑소의 디오(도경수)를 주인공으로 캐스팅 했다. 유명 연예인이 애니메이션 영화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것에 대한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성윤 감독 : "SNS에 많이 올라왔더라. 왜 자꾸 그런 비판이 나오는지 고민해봤다. 내가 보기엔 국내 더빙 애니메이션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성우를 쓰느냐 배우를 쓰느냐를 논하기 이전에 영화와 잘 맞느냐, 목소리가 잘 어울리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평가가 먼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즈니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은 유명 배우가 성우로 활동한 경우가 무수히 많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부분에서 좀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 한국 애니메이션 침체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춘백 감독 : "애니메이션이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큰 자본이 들어가는 작품들이 대부분 실패했다. 문제는 큰 자본이 들어가는 작품은 해외 작품과 경쟁하고 비교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방식은 큰 손실로 인해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을 침체 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력 있는 제작자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간 (예산) 규모 애니메이션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오성윤 이춘백 도경수 반려견 언더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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