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자카파의 정규 5집이 작년 11월 말, 발매됐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충분히 되돌아볼만한 성장을 일궜다.

어반자카파의 정규 5집이 작년 11월 말, 발매됐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충분히 되돌아볼만한 성장을 일궜다. ⓒ (주)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최근 회자되는 어반자카파 위기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비슷한 감정의 호소, 이지 리스닝 혹은 너무 짙은 감성 발라드 '계열'의 음악. 그 언저리를 오간 것이 지난 정규 4집 < 04 >였고, 결과적으로 그 음반은 힘을 잔뜩 준 채 끝나 버렸다. 타이틀 '위로', '미운 나'를 비롯해 수록곡은 어두운 색으로 느리게 늘어지며 흘러갔고, 힘을 푼 트랙은 반대로 너무 가벼워 그 어떤 잔상도 남기지 못했다. 한마디로 각자의 자리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여유를 놓친 것이다. 선율, 주제, 무게감으로 대변되는 여유를 말이다.
 
연장선상에서 이번 앨범은 꽤 훌륭한 재귀를 이뤄낸다. 밤의 이미지로 시작해 사랑, 인생, 외로움을 자연스레 오간 뒤 다시 쓸쓸한 밤('그런 밤')의 잔상으로 마무리하는 이 여정은 어느 곡에 기대도 여운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잘 다져졌고, 무엇보다 멀어졌던 대중 감각을 되찾았다. 머리 곡 '이 밤이 특별해진 건'과 '뜻대로'는 고음에서 더 섬세한 떨림을 주는 권순일 음색과 조현아, 박용인의 호흡이 맞닿아 감성 저격 호소력을 만들어내고, 뒤이어 '혼자'는 달콤한 백 코러스로, '목요일 밤'은 빈지노 피처링으로 잔뜩 힘준 어깨에 쉴 틈을 준다.
 
물론 그래서 이 작품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것이냐 묻는다면, 내 대답은 이렇다. 적어도 그간의 슬럼프, 그 고리는 깔끔하게 잘라냈다. '나쁜 연애'에서 선보이는 조현아의 래핑은 (크게 이질적이지는 않더라도) 어딘가 부족한 리듬감을 드러내고, 연이은 '허우적허우적', '비가 내린다'는 #미드템포, #피아노, #현악기의 해시 태그 안에서 별다른 특이점을 쟁취하지 못한다. 다만 이건 한 곡 한 곡을 현미경으로 확대해 들여다보고 분석했을 때의 문제다. 조금 떨어져 전체의 흐름을 느껴보자면 음반은 어둡고, 밝고, 외롭고, 쓸쓸한 장면을 들숨에서 날숨 불듯이 흘려보낸다. 즉, 쉽게 와 닿고 편안하게 소화된다는 것이다.
 
되찾은 대중 감각이 반갑다. 흐린 마음을 달래주던 '그날에 우리', '똑같은 사랑 똑같은 이별', '널 사랑하지 않아'와 같은 초창기 곡들이 타이틀로 다시 한번 멋지게 부활했고, '허우적허우적'은 극 후반 선명한 떼창 유도 포인트로, '비가 내린다'는 작은 힘으로 살포시 누르는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가 빚어낸 포근한 멜로디로, '비틀비틀'은 되려 덤덤한 보컬로 저마다 적절히 청취 욕구를 자극한다. 일상의 갖은 소재를 곁에서 듣기 좋게 노래해주니, 어떤 곡에 '나'를 투영해도 잘 어울린다. 그간의 아쉬움을 털어내기에 충분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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