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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마루농장 딸기하우스 신성권 최희진 부부
 남원 마루농장 딸기하우스 신성권 최희진 부부
ⓒ 문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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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요? 강남역에 서 있으면 몸이 저절로 밀려서 움직여져요. 도시 생활은 생각도 하기 싫어요."

남원시 주생면에 2011년 3월 귀농해 딸기와 포도 농사를 짓고 있는 '마루농장'의 신성권(47), 최희진(46)씨 부부를 만났다. 성권씨는 귀농 전 설비 설계 일을 했다. 남원에 연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귀농 전 서울 생활을 생각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설계 일이란 게 책상 두 개를 붙여서 그 위에 컴퓨터 세 대를 놓고 좁은 공간에서만 일하다 보니까 체중은 계속 불어나고 인간 사육장이 따로 없더라고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병들기 전에 움직여야겠다,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어요. 사실 그때는 귀농이라는 용어 자체도 몰랐어요. 내려와서 보니까 그게 귀농이더라고요."

조경에도 조회가 깊었던 성권씨는 조경 농장과 전원생활을 꿈꾸며 시골살이를 계획했다. 남원으로 귀농하게 된 계기는 타 지역에 비해 땅값이 저렴하고 쉽게 매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였다. 그렇지만 땅 매입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임대한 땅에는 나무를 심을 수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농사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부부는 포도와 딸기 농사를 시작으로 귀농 8년 차인 지금까지 꾸준히 농사를 짓고 있다.

부부에게는 올해로 열 살 딸아이와 여덟 살 아들이 있다. 귀농 당시 큰아이는 겨우 백일이었다. 임대한 5200여 평의 땅에는 딸기하우스 14개동과 포도하우스 8개동이 있다. 초기 2년간은 직접 하우스를 짓기도 했다. 이후로도 하우스의 보수나 수리는 성권씨가 손수 다 하고 있다. 딸기 농사 초기 4년간은 토경재배로 시작해 현재는 고설재배 방식의 스마트팜 농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3~5년 차에 농사를 모두 망쳤어요"
  
하우스에 사용될 기계를 성권씨가 직접 만들고 있다.
 하우스에 사용될 기계를 성권씨가 직접 만들고 있다.
ⓒ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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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첫해에는 갖고 있던 돈도 있었지만 딸기 농사가 잘됐어요. 다음 해인 2년 차엔 땅도 사고 하우스도 짓고 계속 투자를 하기 시작했는데 3, 4, 5년 차에 농사를 모두 망쳤어요. 농사 초보이다 보니 땅 선택도 미숙했고 농산물이 안 되는 땅을 구입했던 거죠. 결국 땅을 되팔고 그 돈으로 임대한 땅에 하우스를 새로 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5년간 경험밖에 쌓지를 못한 거죠."

희진씨는 얼마 전 '농촌 융복합산업'인 6차 산업 인증을 받았다.

"농사를 짓는 걸 1차 산업이라고 하고, 1차 생산물로 잼이나 젤리와 같은 가공을 2차 산업이라고 해요. 3차 산업은 1차 생산물로 갖가지 체험을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딸기농장에서 딸기를 따거나 딸기를 활용한 간단한 먹거리도 만들면서 즐기다 가는 걸 3차 산업이라고 하는데, 1차와 2차, 1차와 3차, 그리고 2차와 3차를 함께 하는 걸 6차 산업이라고 해요. 저희는 1차와 3차를 함께 하고 있어요."

딸기로 한 해 농사 매출이 1억 원이라고 한다면 본인 인건비를 제외한 순이익은 15~20%에 불과하다. 이에 반면 딸기체험은 50%가량의 순이익을 남긴다. 딸기 농사는 전년도 9월부터 5월까지 9개월간 농사를 짓는 데 반해 딸기체험은 체험객이 집중해서 몰리는 3~4월에 80%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더구나 12월부터 2월까지는 딸기 가격이 높지만 3~4월이 되면 가격은 터무니없이 하락한다. 고생하며 수확해도 제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3차 산업인 체험 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6차 산업 인증은 매출로 평가를 하기 때문에 1차 3차 산업으로 6차 산업 인증을 받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한다.

"딸기 체험 농장은 농사 2년 차부터 시작을 했어요.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적은 인원으로 연습 삼아 시작을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을 한 건 2016년부터예요. 3~4월 두 달간 5~6천 명이 다녀가는데 많게는 하루에 450명이 다녀가요."

"당신들은 추억이 남지만 저희는 사람이 남습니다"
 
마루농장에서 딸기체험중인 아이들
 마루농장에서 딸기체험중인 아이들
ⓒ 문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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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만여 명가량이 농장을 다녀간다. 프로그램이 매년 바뀌기 때문에 한 번 다녀간 고객들은 단골이 되고 소개로도 연결이 된다.
  
"타 농장들은 시간제한이 있는데 저희 농장은 시간제한 없이 얼마든지 따먹으라고 해요. 실컷 따 드시고 사진 찍고 놀고 난 후 가실 때는 저희가 미리 따놓은 딸기를 담아서 드리거든요. 그 시간만큼이라도 충분히 즐기시라는 거죠. 450명분을 준비하려면 저희도 사람 사서 따고 새벽까지 포장해야 하는데, 그래도 이왕 오신 거 실컷 즐기고 '아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해 주라'는 겁니다.

일전에 학교에서 단체로 10반이 온 적이 있는데 한 반에 30명씩 하우스 10개동에 반별로 딸기 따기 체험을 시켰어요. 반별로 입장하다 보니까 담임선생님들이 대충 사진 찍어도 다 자기반 아이들이거든요. 유치원 아이들의 경우 하우스 한 동에 3명씩 들어간 적도 있어요. 어차피 할 거 확실히 해주고, 대충 할 거라면 안 하고 말지요."

부부에게 사람들이 묻는다. '이렇게 하면 대체 뭐가 남습니까?'

"당신들은 추억이 남지만 저희는 사람이 남습니다."

고객 관리는 희진씨가 도맡아 하고 있다.

"오프라인 예약만 받고 있는데 저희만의 VIP가 있어요. 가끔 농산물도 보내드리고 딸기 나오면 찾아가서 얼굴도 뵙고요. 그러면 고맙다고 소개도 시켜주고 하시는데 '소개는 하지 말라'고 말씀드려요. 날짜는 정해져 있는데 새로운 분들이 먼저 예약을 하면 기존의 단골들이 뒤로 밀리기 때문에 우선 단골 고객 위주로 예약을 마친 후에 새로운 분들 예약을 받아요. 기존 고객에 대한 의리 때문에 해마다 찾아오시는 분들을 모른 척 할 수가 없거든요."

"귀농뿐 아니라 어떤 삶도 힘든 과정은 필요하잖아요"
  
3~4월이면 딸기체험장이 꽉 차도록 사람들이 몰린다.
 3~4월이면 딸기체험장이 꽉 차도록 사람들이 몰린다.
ⓒ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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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에 단골 고객들에게 문자를 보내는데 체험 프로그램뿐 아니라 놀거리, 먹거리, 볼거리, 숙박시설 정보까지 보낸다.

봄철 하루 수백 명씩 체험객이 다녀가는 날엔 딸기가 부족해 이웃 농가에서 구입을 하기도 한다. 공판장으로 보내는 값의 두 배 이상을 주고 구입을 하다 보니 이웃 농가에서도 마루 농장 체험객이 많아지는 것을 은근히 반기는 눈치다.

무엇보다 희진씨의 체험 프로그램 진행이 다채롭다. 딸기 따기 체험뿐 아니라 딸기를 원료로 하는 젤리, 쌀 케이크, 딸기청, 마카롱 만들기 등과 역사 퀴즈를 맞힌 이들에게는 오이, 호박, 상추, 양파 등 이웃 농가의 채소들을 구입해 선물로 나눠 주기도 한다.

"똑같은 장소에서 매번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누가 해마다 찾아오겠어요. 고민하고 연구해서 다양하게 할 수밖에 없어요. 양파 값이 폭락했던 해가 있었는데 딸기체험 프로그램 일정에 양파 캐기 체험을 추가시켰어요. 양파 값은 제가 지불하고요. 딸기뿐 아니라 양파까지 한 꾸러미씩 챙겨가니까 굉장히들 좋아하세요. 체험객은 하나라도 더 체험해 볼 수 있는 꺼리가 제공되니까 좋고, 양파 농장은 하마터면 버릴 뻔했던 양파를 어떻게든 팔아서 좋아하시죠. 더불어 같이 사는 거지요."

체험농장을 준비한다면 작물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이 주차시설이다. 버스 주차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단체 손님을 받고 못 받고의 가름이 나기 때문이다.

"귀농하면 '그림 같은 전원주택서 농사나 짓지' 쉽게들 생각하시는데, 막연하게 귀농을 원하는 거라면 생각부터 접으셔야 해요. 다만 5년간 저처럼만 할 수 있다면 저는 '귀농하라'고 권합니다. 하루 3~4시간가량 밖에 못 잤어요. 나머지 시간은 온통 일에 매달렸거든요. 귀농뿐만 아니라 어떤 삶을 살더라도 힘든 과정은 필요하잖아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원시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태그:#남원딸기체험농장, #남원딸기, #딸기체험, #마루농장, #6차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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